유난히 짧았던 가을이다. 바깥 생활을 최대한 줄이고 휴직 생활을 보냈다. 결국 돌아간 회사에선 부서 이동이 일어났다. 하지만 나는 그대로였다. 죄송하다고 말만 해대던 그때의 나.
도살장으로 끌려가던 나는 어느 날 갑자기 사직서를 썼다. 그렇게 들어가기 힘들던 회사였는데 나오는 건 한순간이었다. 유난히 빨리 지나가는 가을이었다.
순식간에 서늘해졌고, 나는 따뜻한 나라로 엄마와 여행을 떠났다.
XXXX 년 X월 X일 날씨 맑음
오늘은 엄마와 카페에 갔다. 부엌 가까이 말하는 앵무새가 있었다. 짧은 문장을 말할 수 있었다.
"헬로우!"
"싸와디캅!"
엄마는 신기하게 말을 걸었다.
"안녕! 우리말은 할 수 있니?"
"싸와디캅!"
"하이!"
서로 일방적인 인사만 하다가 끝이 났지만 엄마는 내게 물었다.
"저렇게 갇혀있는 앵무새가 부럽니 아님 저 자유로운 참새가 부럽니?"
이어서 "저 앵무새는 안전할 거야."라고 말을 덧붙였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떤 새가 더 좋은 환경일지 정말 모르겠다.
다시 한번 앵무새가 말했다.
"헬로우!"
엄마는 자연스럽게 다른 주제로 화제를 돌렸지만, 나는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나 같았다.
어딘가 소속되어 있었던 과거의 나, 자유의 몸이 된 백수.
가을은 지나 겨울이 오는데 월동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 덜컥 겁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