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휴지통은 어디에 있을까?
요즘 내가 글을 쓰고 수정을 하면서 늘어난 실력이 있다. 랩이다.
글을 쓰고 수정할 때 소리 내어 여러 번 읽으면 좋다는 말에 나름 열심히 해본다. 중얼중얼 중얼중얼.
에잇. 글을 쓰느라 눈도 아픈데 이젠 목까지 아프다. 그만할까? 수정을 언제까지 해야 글이 좋아질까?
글 쓰는 실력이 늘어나는 것이 빠를까? 계속 중얼거리느라 힘든 내 목이 쉬어버리는 게 더 빠를까.
몸과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글을 잘 써야겠다.
글을 쓰다 보면 나라는 사람이 글에 묻어 나온다. 나의 성격대로 글을 써나간다.
나는 글쓰기 초보이다. 하지만 자꾸만 완벽해지고 싶은 집착이 생긴다.
마치 걸음마를 막 시작한 아이가 자신의 걷는 모습을 신경 쓰듯이 말이다.
그렇다. 나는 완벽주의자이다.
나는 꼼꼼하지만 스스로를 피곤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선택할 일이 생기면 신중히 생각하고 고민하느라 오랜 시간이 걸린다.
무엇을 할 때도 자꾸만 되짚어 보기 때문에 일의 진행속도가 늦어지기도 한다.
어떤 일이 옳거나 좋다고 생각하면 완벽해지기 위해 꼭 그렇게 해야 할 것 같다.
실수와 실패를 싫어하는 마음이었다. 헛된 바람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이런 내 모습에 지쳐갔다.
완벽하려 해도 늘 완벽할 수 없었고, 당연히 세상에 내 뜻대로 되는 일은 없었다.
실수가 줄어드는 것은 좋았지만, 늘 실패는 있었다.
완벽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좋았지만, 그만큼 내 몸과 마음도 쏟아부어야 했다.
피곤한 일이었다. 완벽주의자로 사는 것을 조금은 포기해도 좋을 것 같았다.
마음을 비우자. 잘못을 줄일 수는 있지만 잘못될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그럴 수도 있지. 세상에 완벽한 건 없어.”
이 말을 계속 중얼거리며 나는 조금씩 완벽주의자에서 자유로워지는 듯했다.
글을 쓰면서 나의 완벽주의가 또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반복되는 단어가 신경 쓰인다. 다양한 말로 바꿔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든다.
문장이 길어지면 쓸데없는 말이 많은 건가 왠지 불안하다.
‘그리고’와 하지만’을 자꾸만 빼고 싶다. 쉼표가 맞게 들어갔는지 살펴보게 된다.
앞의 문장에서 무언가 걸리면 자꾸만 되짚느라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지 못한다.
하나둘씩 신경 쓰이는 것들이 늘어났다. 어쩌면 이런 것들은 지금 내가 글을 쓰는데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즐겁게 글을 쓰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내 글에 방해꾼들이 생긴 것이다.
교정과 글쓰기가 동시에 이루어지다 보니 글을 쓰는 것이 점점 어려워졌다. 지겨워졌다.
나는 이제 막 글쓰기를 시작한 초보이다. 완벽할 수 없는데 자꾸만 완벽하려고 하니 글이 힘들어진다.
완벽주의가 내 글의 자유로움을 빼앗아갔다. 이젠 정말로 완벽주의와 헤어져야 할 때이다.
글을 쓰고 싶은 대로 써보자. 형식에서 벗어나도 괜찮다. 마음 가는 대로 쓰자.
“좋은 글은 있지만 완벽한 글은 없을 거야. 세상에 완벽한 건 없어.”
-레이먼드 카버(Raymond Carver)-
마음은 늘 완벽주의자에서 벗어나려고 하지만 쉽게 버려지지 않는다. 조금씩 나아질 뿐이었다.
나는 쉽게 버려지지 않는 완벽주의를 다른 곳에 쏟기로 했다.
바로 글을 교정할 때이다. 나의 완벽주의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글은 읽을수록 거슬리는 단어와 문장들이 보인다. 계속 중얼거리며 고쳐봐도 여전히 많다.
나의 랩 실력이 늘어나는 이유이다.
글을 교정할 때 완벽주의는 장점이 많은 좋은 친구이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나의 꼼꼼함이 오타를 줄여주고, 나의 신중함이 더 괜찮은 단어를 선택하게 해 주며,
완벽하고자 하는 마음이 더 좋은 문장으로 고칠 수 있게 만들어준다. 더 나은 글을 쓰게 만들어준다.
완벽주의자인 나를 온전히 버리지 말아야겠다. 피곤하지만 교정할 때만큼은 내 완벽주의자 모습이 좋다.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고 장단점은 늘 같이 있으니까.
앞으로도 나의 랩 실력은 점점 더 늘어날듯싶다. 이 글을 쓰는 중에도 나는 중얼거려 본다.
컴퓨터 앞에서 혼자 랩처럼 중얼거리고 있는 내 모습은 조금 웃기려나?
어쩌겠는가. 완벽주의자인 나는 이렇게 해야 마음이 편하다. 완벽도 습관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