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휴지통은 어디에 있을까?
나는 질투가 많은 편인가?
잘 모르겠다. 다른 사람이 나보다 좋은 옷이나, 액세서리, 차 등을 가지고 있는 것에 부러움을 느끼지 않는다. 물건에 대한 질투는 별로 없다.
내가 주로 질투를 느끼는 순간은 좋아하는 사람이 나보다 다른 누군가를 더 챙겨줄 때, 옆에 있는 사람이 나보다 더 잘해서 칭찬받을 때이다.
더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로 인해 생긴 마음이다. 아! 나는 요즘 질투를 하고 있다. 브런치에 올려진 여러 작가의 글을 보며 질투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이렇게 글을 꾸준히 쓸 수 있지. 모두 나보다 더 글을 잘 쓰는구나. 그럼 내 글은 어떻지?
어릴 적부터 사회생활에 이르기까지 나의 질투는 늘 같았다. 나보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부러웠다. 그 칭찬과 관심을 내가 받고 싶었다.
나는 명품 화장품을 쓰는 친구는 부럽지 않았지만, 나보다 과제를 더 잘해온 친구는 샘이 났다.
나는 패션 감각이 뛰어난 동료는 마음껏 칭찬했지만, 회사에서 인정받는 동료는 진심으로 축하해 주기 어려웠다. 내가 그 사람이 되고 싶기도, 그런 능력을 뺏고 싶기도 했다.
이런 마음은 누군가가 나를 나처럼 질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야 조금 멈출 수 있었다.
내 질투의 대상들도 자신이 갖지 못한 것들을 남들에게서 열심히 부러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요즘 내 속에 이 마음이 다시 자라나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성숙해졌다고 믿었던 내 마음이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진 것처럼 출렁이기 시작했다.
왜 세상은 넓고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많은가. 글쓰기가 가장 쉬웠다고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내 타고난 재능이 글쓰기였으면 좋겠다.
그렇게 나의 재능과 노력을 계속해서 의심하게 되는 시간이 찾아왔다. 좋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자연스레 드는 마음이었다.
질투는 나를 발전시키는 활력이 되기도 하지만, 그 감정에 헤어 나오지 못하면 나 자신이 사라지는 진실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문득 백설 공주에 나오는 왕비가 생각났다. 왕비가 백설 공주에게 건넨 독 사과의 이름은 새빨간 질투였다.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왕비는 매일 거울에게 물었다. 왕비님이라는 대답에 행복해했다. 백설 공주라는 다른 이름이 들려오기 전까지.
결국 왕비는 백설 공주에게 빨간 독 사과를 건넸다.
그럼 과연 왕비는 다시 세상을 얻은 것처럼 행복해졌을까. 왕비는 처음부터 나쁜 사람이었을까,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왕비에게 묻고 싶다.
왕비는 모든 것을 다 가진 것처럼 보였다. 예쁜 외모와 모든 이들이 선망하는 높은 자리. 마법을 부릴 수 있는 능력.
하지만 가진 것을 놓칠까 봐 늘 불안해했고, 아름다움이 영원하기를 바랐다. 그래서 거울에게 인정받기 위해 끊임없이 물었다.
날마다 왕비가 들여다본 거울은 자기 자신의 마음이었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없어 끊임없이 확인받기 위해 자신에게 되물었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사람은 누구지?
정말 세상에서 내가 제일 예쁜 것이 맞다고 말해주기를 바라는 간절함으로 말이다. 그 마음에 백설공주가 들어왔다.
왕비는 자신을 온전히 믿지 못하는 불안을 다른 이에게 돌리기로 했다. 질투라는 이름으로. 내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지 못한 슬픔이었다.
왕비가 백설 공주에게 건넨 빨간 독 사과는 질투라는 새빨간 독에 물든 왕비의 심장과 같았다. 왕비는 심장과 같은 독 사과를 백설공주에게 건넴으로써 완벽히 자신을 잃었다.
나의 노력으로 올라서는 것이 아닌, 단순히 경쟁자가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은 나를 버려서라도 내가 그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심이었다.
누군가를 끊임없이 바라고 질투하는 것은 나를 버릴 수 있다는 다짐이기도 했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왕비와 같이 ‘거울아’를 외치며 매일 불안해하고, 부러워할 것인가. 벌써 주머니에 독 사과 몇 개는 챙겨있지 않나.
동화의 끝을 나는 잘 안다. 또한 왕비와 같은 선택을 하기에 이제 나는 그런 감정에 에너지를 쏟을 만큼 열정적이지 않은듯하다.
나보다 다른 사람들이 글을 잘 쓴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어렵지만, 결국 내 마음은 더 편안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질투는 나지만 뭐 어쩌겠는가.
바뀌지 않는 사실이라면 그 마음을 내려놓고 내 갈 길을 잘 가야지. 새빨간 질투라는 이름의 독 사과는, 내 심장만큼은 누구에게도 건네지 말아야지.
휴지통에 버려야겠다. 있는 그대로의 내 글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나는.
그래도 솔직히 한 번쯤은 물어보고 싶다.
“거울아, 거울아~ 오늘 나의 글은 어떻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