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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찌 Dec 05. 2023

아이 Yes or No (4)

그래서 결론은? 셀프 찬반토론

자, 그럼 Yes or No 셀프상상토론을 해보자. 결과적으로 답정너일 수도 있지만 나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하는 방법이다.


아이, Yes

- 나와 배우자의 2세가 궁금하다. 생긴 것부터 성격, 취향 같은 게.

- 아이가 생기면 가족 구성원이 느는 것이므로, 부부 사이의 (그리고 원가족과의) 관계가 또 다른 활기를 맞을 수도 있다.

- 아이를 통한 사회적 관계망이 넓어진다.

- 인생에 새로운 깨달음을 얻거나 알고 있던 것이 또 다르게 감정적 또는 본능적으로 다가올 것 같다.

- 아기... 귀엽다. 솔직히 내 아이 덕후가 될 것 같다.

- 아이가 성장하고 좋은 관계가 만들어진다면 둘도 없는 친구, 가족으로서 인생동반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 양육환경도 나쁘지 않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은 한국처럼 경쟁이 치열한 사회도 아니고, 전체적으로 안정되고 안전하다고 볼 수 있는 나라다. 공교육을 시키는 데는 경제적 부담도 거의 없다. 학교를 가는데 숲 속 오솔길과 푸른 초장을 지나가고, 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있으면 창밖 바로 옆에 양들과 소들이 풀을 뜯고 있는 환경에서 자란 나는 여기서 아이를 키우는 게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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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No

- 엄청난 희생정신이 필요하다. 최소 20년 정도 내 인생 우선순위는 아이를 키우고 아이가 스스로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 될 것이다.

- 신생아 때부터 어느 정도 말이 통하는 단계가 될 때까지 빡센 돌봄 노동. 가족의 도움 없이 둘이서 해야 함. 그 후에 아이는 나와 배우자를 최대 레퍼런스 삼아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배우게 될 텐데 내가 한 인간의 인생 최고 중요 레퍼런스라니 너무 부담된다. 으아.

- 애초에 임신과 출산이 내 몸을 통해 일어나는 일이 될 텐데 그 모든 과정이 수월할 수도, 굉장히 힘들 수도, 치명적일 수도 있는 큰 리스크를 감당해야 한다. 잘 회복한 이후여도 내 몸의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고.

- 이 전에 존재하지 않던 한 생명체를 이 세상에 내놓는다는 책임감, 아니 부담감. 지구환경을 악화시키는 CO2 제조기인 인간을 꼭 내 손으로 추가해야 할까?

-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아니 불신. 기후도 그렇고 질병, 전쟁, 경제 등 세계정세가 불안정한 것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이가 태어나서 행복하고 기쁜 삶을 살았으면 좋겠는데, 그게 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

-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은 차고 넘쳤는데 아이를 키우고 돌볼 환경이 마련됐다면 꼭 그게 내가 낳은 아이여야 할까? 이 생각은 사실 꽤 어렸을 때부터 한 것 같다.

- 아마도 유럽에서 계속 살게 될 듯한데, 그렇기에 백인중심의 사회에서 유색인종으로 자라고 살아가는 어려움과 서러움을 물려주게 될 운명.

- 돈이 더 필요해질 것이기 때문에 안정된 수입이 보장된 직장 위주로 일을 하게 될 거고 설령 그게 힘들고 불편하고 안 맞는 일이라 해도 섣불리 때려치울 자유는 없어질 것. 생활의 모든 부분의 규모가 커지고, 미니멀한 삶을 추구할 수 없게 된다.

- 솔직히 육아에는 정답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들부터 가족들까지 도와줄 것도 아니면서 간섭할 게 상상만 해도 스트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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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이유 7개

반대 이유 9개


생각보다 꽤 팽팽한 대결이 됐다.

지극히 개인적인 시각에서 쓴 것이라 객관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어차피 내 인생 아닌가?

지금으로선 아이를 안 낳는 쪽으로 기울고 있지만 그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려는 지금 내 상황과도 맞물려 있을 것이고, 마음은 바뀔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런데 내 주변엔, 가까운 사이든 먼 사이든 아이를 낳은 사람들 중엔 이렇게까지 생각을 하고 낳기로 결정한 사람들은 없었던 것 같다.

생각을 많이 하면 할수록 아이계획을 세울 수 없게 되는 건 아닐지.


어떤 이들은 "왜 그렇게 생각을 많이 해∼아이는 낳으면 알아서 크게 돼있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실제로도 이 말을 들어봤고.

"여자 나이 서른다섯 넘어가면 노산이야. 그때까지는 시간이 남았지만 낳으려면 그전에 낳는 게 너에게도 좋아" 하고 생각해 주는 듯 은근히 불안과 압박을 시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서 약 9년 전, 또래 (남자) 친척에게 들은 말도 있다. "여자가 애 안 낳겠다고 하는 건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였다. 그때도 어이없었지만 지금은 얼굴 안 보고 산지 오래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더 안전한 사회, 아이들에게 친화적인 사회, 힘들게 낳아 키운 아이들을 전쟁으로 죽이지 않는 세상, 자연을 착취하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게 하는 세상을 위해 노력하지 않고 관심도 없는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하는 게 너무 짜증이 나고 싫어서, 지금으로선 No가  맞는 듯하다.


난 차라리 이미 존재하는 아이들을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 사랑하면서 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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