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족은 있지만 식구는 없다

by 원예진

우리 집은 1년 중 다 같이 모여서 밥을 먹는 일이 손에 꼽힌다. 어쩌면 아예 없을 수도 있다. 가끔 시간이 맞으면 둘씩 먹을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날이 더 많다. 그렇게 된 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서로 불편한 날도 많았고, 의사소통 방식도 전부 다 달라서 부딪히는 경우가 많아서 더욱이 다 같이 모이는 자리를 피했던 것 같다.


뭐가 맞고 틀리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가족들끼리 모여 밥을 먹는다는 게 생소하고 신기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가족끼리 함께하는 시간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깊은 대화도 어느 순간부터 끊기게 되었다. 요즘은 정말 필요한 대화만 하고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생각하는 것 같은, 우리는 한 끼를 같이하며 사는 것을 식구(食口)라고 한다는 데 그럼 나는 가족은 있지만 식구는 없는 사람이구나.


최근 1년 사이에 가정을 꾸린 친구도 생기고 결혼준비를 시작하는 친구도 생기기 시작했다. 벌써 그런 나이가 되었나 보다. 어릴 땐 자연스럽게 결혼할 나이가 되면 결혼을 하게 될 것만 같았는데 막상 어른이 되어보니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아직 먼 얘기 같고 섣불리 뭐라고 말할 수가 없는 것 같아서 때가 되면 하겠죠 하고 넘기곤 한다. 하지만 여유가 된다면 결혼과 출산은 꼭 경험해보고 싶다.


나는 한때 빨리 가정을 꾸리고 싶었다. 우리 가족의 단점들을 마주하며, 내가 가정을 꾸리면 이런 건 절대 안 할 거야, 난 이런 엄마가 될 거고 내 가정엔 이런 아빠의 모습은 없었으면 좋겠어, 결론적으로 나는 이렇게 살지 않을 거야 하는 생각으로 내가 꿈꾸던 가정을 다시 나로서 만들어가고 싶었달까. 하지만 애써 노력해서 밝은 척을 하다가도 다시금 어두워지는 내 모습을 보며, 사람이 자라온 환경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힘이 강하고 무서운 거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지금은 그 모든 게 어쩌면 나의 욕심일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해서 일단 나부터 먼저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도 언젠가 가정을 꾸릴 수 있을까, 꾸리고 있을까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