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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업글할매 Mar 19. 2024

카페루시아, 제주 서귀포

업글할매의 행복한 역이민 생활

서귀포시 대평리에 있는 카페루시아라는 곳을 다녀왔다. 요즘 무릎과 손목이 안 좋아서 고생하고 있는 마누라가 안쓰러웠는지 웬일로 우리 집 양반이 요새는 사우나 갔다 오라는 소리를 자주 한다. 천지가 개벽할 일이다.

오늘 아침에 일찌감치 준비를 하고 나서는데 뒤에서 한 마디 한다. 천천히 마음 놓고 푹하고 오라고. 오래 살고 볼 일이다. 그 덕분에 난 사우나 가는 길에 잠깐 삼천포로 빠졌다.

기회는 주어졌을 때 잡아야 하는 것이다. 마침 산방산 탄산온천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카페 루시아”라는 근사한 곳이 있다는 것을 며칠 전에 유튜브에서 보고 메모를 해 뒀던 것이다.

인생이라는 것은 가끔 한 번씩 삼천포로 빠져보기도 해야 재미가 있는 것인데, 너무 완벽하고 고지식한 남편 모시고 살다 보니 이런 짜릿한 스릴도 맛보지 못하고 살았던 것이다.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그냥 뷰가 기가 막히다는 것만 알고 찾아왔는데, 집에서부터 카페루시아까지 가는 길이 너무도 아름답다.

때마침 지금 제주도는 온통 사방이 노란 물결을 이루고 있는 유채꽃이 한창일 때라서 찾아가는 길이 산길 양옆으로 완전히 예쁜 유채꽃으로 덮여있다. 너무도 예뻐서 잠깐 차에서 내려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계속 내리막길인데다가 차를 댈 곳이 전혀 없어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그냥 눈으로만 감상하면서 내려왔다.

역시 제주도답게 카페루시아로 들어가는 골목길이 여전히 좁다. 가뜩이나 좁은 골목에 한 쪽으로는 차까지 대놓고 있다 보니 소형차 아니면 다니기가 조금 힘들 것 같다.

요새는 아무리 시골이라도 집집마다 차가 한 대 이상씩 있는 잘 사는 대한민국이 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주차 문제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려를 해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 또한 든다.

아무래도 동네 자체가 관광지이다 보니 카페루시아로 가는 골목이 거의 펜션이나 민박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이렇게 분위기 좋은 술집 또한 생긴 것 같다.

“SIMPLE FIVE“라는 술집에서는 와인, 위스키 그리고 맥주를 판단다.

“술피엔스”라는 멋진 상호를 가진 가게에서는 와인을 파는 곳 같다.

“술피엔스”라는 상호 옆에 또 기가 막힌 문구가 쓰여 있다.

”한 병의 와인에는 세상의 어떤 책보다 더 많은 철학이 들어있다.“

그야말로 ”캬~~“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한다.

복잡한 이 세상을 좀 더 철학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라도 와인을 마셔야겠다.

네비가 도착을 했다고 하면서 목적지는 왼쪽에 있다고 하는데 도저히 찾지를 못하겠다. 그런데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너무도 멋있어서 일단 차에서 내려 이곳이 어디인 줄도 모르면서 무작정 셔터를 눌러댔다.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 나서 자세히 살펴보니 왼쪽에 약간 경사진 언덕길이 있다. 처음에는 사람만 걸어 다니는 길인가 싶어서 올라가지를 않았는데 차가 지나간 흔적이 보였다. 아마도 이곳으로 가라는 소리인가 싶어서 다시 차를 몰고 조심조심 올라가 보았다.

과연 이 좁은 길 앞에 무슨 광경이 펼쳐질까 가슴 두근거리면서 올라가는 재미도 꽤 좋았다.


그 좁은 길을 벗어나니까 세상에나, 이 엄청난 모습이 자태를 드러낸다.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듯 주차장 또한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멋진 바다를 마주 보면서 주차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카페루시아한테 커다란 점수를 주고 싶다.

9시 조금 넘어서 도착을 하니까 거의 주차장이 비어있다시피 했는데, 10시가 조금 넘으니까 이미 주차장이 거의 꽉 찼다. 오늘이 일요일인 것을 미처 몰랐다.

아마 여행 좋아하시는 많은 분들은 지금 제주도가 유채꽃이 한창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경기가 안 좋음에도 불구하고 어디를 가나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여행 오시는 분들은 예쁜 유채꽃 바라보면서 힐링할 수 있어서 좋고, 관광사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손님들 많아져서 기쁘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전부 다 행복했으면 좋겠다.

카페루시아가 위치하고 있는 바로 앞이 박수기정이라고 한다.

제주도에서 꽤 유명한 주상절리인 박수기정이라는데 이런 곳이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았다. 어떻게 제주도 살면서, 그것도 우리 집에서 불과 25분밖에 안 떨어져 있는, 이 근사한 곳을 모르고 살았나 기가 막힐 따름이다.

서귀포시 대평리에 위치한 박수 기정은 주상절리로 유명한 중문의 주상절리나, 애월 해안 도로의 해안 절벽 이상으로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이다.

“박수기정”이라는 말이 조금 낯설어서 찾아보았더니 샘물을 뜻하는 박수와 절벽을 뜻하는 기정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말이란다.

박수기정은 올레 9코스의 시작 길이란다, 그래서인지 이곳 카페루시아를 찾아오는 길이 장난이 아니었다. 얼마나 길이 예쁘던지 쳐다보느라고 정신이 없어서 오히려 위험할 정도였다.

그동안 제주도 날씨가 너무도 안 좋아서 몸도 피곤하고, 마음 또한 울적했었다.

그러다가 요즘 유채꽃 보는 재미에 모든 근심 걱정이 한꺼번에 사라졌다. 오늘 역시 이 아름다운 유채꽃을 바라보면서 드라이브할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도 신나고 들떴다.

카페 루시아에 도착을 하니, 기가 막힌 풍경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아름다운 박수기정을 바라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그 자리에 멈춰 서버렸다. 사진 찍는 것조차 잊어버리게 만드는 멋진 풍경이었다.

너무도 아름답고 신비스럽다.

이런 맛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를 찾는가 보다.

정신을 차리고는 부지런히 사진을 찍었다. 참 행복한 순간이다.

더 이상 무릎 나빠지기 전에 부지런히 이런 아름다운 곳들을 맘껏 다니고 싶다.

하늘이시여~~


주차장에서 올려다 본 카페루시아의 전경이다.


카페루시아의 앞 마당이다.

멀리 보이는 산은 아마도 제주도에서도 아름다운 둘레길로 유명한 송악산인 것 같다.

에메랄드빛의 바다와, 맑고 푸른 제주도 하늘, 그리고 샛노란 유채꽃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정말 예뻐도 너무 예쁘다.

소문에 의하면 가을에는 이곳이 온통 코스모스로 자태를 뽐낸단다. 유난히도 코스모스를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가을에 꼭 코스코스를 보러 올 것 같다.


날씨가 좋으면 이런 곳에 앉아서 느긋하게 커피 한 잔의 낭만을 즐기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산책길 또한 완벽하게 꾸며져있다.

이런 것이 바로 제주도 카페의 매력인 것 같다.

카페 내부를 전부 열고 닫을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날씨 좋은 날에는 이렇게 활짝 열어 놓았다가 제주도의 유명한 비바람이 불 때는 잠시 닫아놓기 쉽게 전부 다 슬라이딩 도어로 되어있다.

워낙 예쁜 바다 뷰를 갖고 있는 곳이라서 의자랑 테이블도 바다가 잘 보이도록 배치를 해 놓았다.


요즈음에는 어디를 가나 이렇게 간단한 빵 또한 함께 준비가 되어있다.


아침에 나오면서 커피를 마시고 나왔다. 그전 같으면 무조건 또 커피를 시켰을 텐데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이라는 책을 읽고 나서 조금씩 변하고 있다. 이왕이면 잘 늙어가고 싶어서 연습 중이라 우아하게 그린티 라떼를 시켰다.


이층 루프탑으로 올라가는 계단이다.

계단 아래에 WI-FI 번호랑 영업시간을 나타내는 액자가 참 귀엽다.

이층으로 올라가면 이렇게 루프탑이 마련돼있다, 누워서 일광욕도 할 수 있도록 야외 베드도 준비되어 있다. 제주도의 따가운 햇빛만 아니라면 하루 종일 드러눕고 싶다.

루프탑에서 내려다보는 정원의 모습 또한 너무도 근사하다.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 이런 것일까. 완전히 사방이 탁 트여있어서 아무 곳에서 나 시원한 바다 뷰를 맘껏 누릴 수가 있다.

카페루시아의 별관은 “주문을 잊은 음식점 2”의 촬영 장소이기도 했단다. 구관이라고 표시가 돼 있는 것을 보니 아마 처음에는 이곳 구관에서 시작을 하셨나 보다.

“더 바 루시아”라는 이름으로 지금은 운영되고 있는데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와인과 가벼운 안주를 즐길 수가 있단다. 화요일만 쉰단다.

2018년에 “KBS스페셜“을 통해서 방송된 ”주문을 잊은 음식점 2“에서는 경증 치매인들의 음식점 영업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로 대단한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이제는 치매라는 말도 들어도 귀가 쫑긋해지는 나이가 되다 보니 더욱더 관심을 갖고 바라보았다.

언제 한번 이 방송을 찾아서 천천히 들여다봐야겠다.

불과 30~40분 사이에 카페 안이 사람으로 꽉 찼다. 야외 테이블도 예외가 아니다. 확실히 유명한 곳인가 보다. 모두 바다를 향해서 앉아있으면서 이 아름다운 경치게 흠뻑 젖어있다.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을까 새삼 궁금해진다.


이렇게 완벽한 조망을 가진 곳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바로 바다 앞에 이런 대단한 규모의 베이커리 카페가 들어섰다는 사실 또한 대단하다. 의외로 제주도에는 이런 근사한 뷰를 가진 바닷가 바로 앞에 위치한 카페가 많은 것 같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에 “카페 투어”라는 것을 오나 보다.

새로운 희망을 살포시 가슴에 품어본다.

나도 “카페 투어”해보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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