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글할매의 행복한 역이민 생활
바야흐로 알래스카는 지금, 연어낚시에 정신을 못 차리는 시즌이다.
알래스카는 연어 낚시의 천국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전 세계에서 낚시꾼들이 몰려드는 곳이기도 하다. 한때 한국에서 알래스카까지 직항 편이 운영이 될 때는, 낚시를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도 이 연어 낚시를 즐기기 위해서 알래스카로 날아간 적도 있었는데, 직항 편이 중단이 되고 나서는 그전처럼 많은 사람들이 오지는 않는단다.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 바로 이 직항 편이 없어진 것이다. 대한 항공과 아시아나에서 운영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무래도 수요가 줄어들다 보니 저절로 없어졌나 보다.
8시간이면 갈 수 있는 곳을, 이제는 한국에서 알래스카로 가려면 시애틀까지 가서 다시 알래스카로 가는 비행기로 갈아타야 하는데, 이게 보통 고역이 아닌 것이다.
이제는 장거리 비행이 너무 힘든 나이가 되고 보니, 알래스카에 사는 가족들 보러 가는 것도 쉽지가 않게 된 것이다.
젊은 사람들 보고 오라고 하는 수밖에…
매년 5월이면 연어 낚시가 시작이 된다.
이때부터 연어들이 강으로 돌아오기 시작하는데, 가장 많이 잡히는 시기는 6월에서 9월까지라고 한다.
이 시기에 연어들이 강으로 올라오는 모습이 그야말로 장관을 이루는 것이다.
알래스카에 살고 있는 우리 큰 딸은, 이 연어 낚시 때문에도 알래스카를 못 떠날 것 같다고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냥 집에서 아무 데나 가까운 곳으로 가서 특별한 재주 없이 낚싯대만 던져도 쉽게 잡을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알래스카의 연어 낚시의 매력인 것 같다.
심지어는 그냥 가만히 서 있다가 가까이 오는 연어를 손으로 덜썩 잡기도 한다. 그렇다고 작은 것도 아니다. 제법 큰 녀석들이 손으로 잡히는 것이다.
알래스카에서는 주로 다섯 종류의 연어가 잡힌단다.
가장 유명한 것이, 킹 연어이다. 말 그대로 킹인 것이다. 그다음이 핑크 연어, 실버 연어, 차무 연어, 그리고 소케이 연어다.
이 중에서도 역시 킹 연어가 크기로도 유명하고, 맛이 좋기로도 유명하다.
우리도 딸이 사는 곳을 방문했다가, 같이 낚시를 나간 적이 있었는데, 얼마나 연어가 많은지 그야말로 기절 초풍하는 줄 알았다.
미국에서는 웬만하면 낚시터에 수도가 있고, 잡은 생선을 정리해서 가져갈 수 있도록 정리대까지 구비가 되어있다. 덕분에 낚시터에서 깨끗하게 정리를 해서 아이스박스에 넣어서 집으로 가져오면, 그날 요리할 것만 남기고는 전부 다 냉동고로 직행을 한다.
이렇게 해서 잡은 연어로 일 년 내내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연어들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알래스카에서도, 막상 본인들이 잡은 연어가 아니면, 마트 같은 데서 구입을 하게 되면 비싸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알래스카는 그야말로 자연 그대로를 지키는 청정지역이라서, 공장이 한 군데도 없다. 그러다 보니 본인들이 잡은 연어가 아닌 경우에는 전부 가까이에 있는 시애틀이나 다른 지역의 공장들로 가서, 다시 상품으로 만들어서 알래스카로 돌아온단다.
그래서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지는 것이다.
비단 연어뿐만이 아니라, 우유를 비롯해서 모든 생필품들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싸다.
집값도 어마어마하게 비싸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생활비도 많이 들어가지만, 그 대신 인건비도 비싸다.
월급도 다른 주보다는 많이 받지만, 그만큼 다 들어가는 것이다.
제주도의 모든 물가들이 육지보다 많이 비싼 것과 같은 이치려나.,..
제법 큰 연어들을 그냥 강으로 들어가서 손으로 잡아올린단다.
이렇게 알래스카에서는 어디를 가나 연어 낚시가 잘 되는데, 그중에서도 케나이 강( kenak River)이라는 곳이 최고의 장소로 꼽힌다고 한다.
케나이 강은 특히 킹 연어 낚시로 유명한데, 여기서 주로 잡히는 킹 연어는 보통 20kg이 넘는다고 하니, 정말 어마어마하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워낙 땅덩어리가 크다 보니, 이상하게도 모든 것이 큰 것 같다. 사람도 크고, 벌레도 크고, 생선도 크고, 차도 크고…
즐길 만큼 즐기고는, 가져온 아이스박스에다 저장을 하는데, 그냥 일반 아이스박스가 아니다. 이 또한 큰 미국 사람들답게 엄청나게 큰 사이즈의 아이스박스인 것이다.
미국에서 낚시를 할 때는 반드시 몇 가지 규칙을 지켜야 하는데, 우선 알래스카 주에서 발행하는 낚시 라이센스를 구매해야 한다.
온라인으로도 쉽게 살 수가 있고, 현지에서도 구매가 가능하다.
얼마 전에 알래스카를 방문할 때 한국에 있는 지인도 같이 갔었는데, 낚시 라이센스를 구매하는 것을 보고는 많이 놀랐다고 한다.
그야말로 누구 하나 쳐다보는 사람도 없고, 보여달라는 사람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한 사람도 빠짐없이 그냥 습관처럼 구매를 하는 것이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워낙 법이 무섭다 보니, 너 나 할 것 없이 일단 법으로 정해놓은 것에는 두 말을 안 한다.
연어 낚시를 할 때도 각 지역마다 잡을 수 있는 연어의 종류와 개수에 제한이 있다. 예를 들어, 한 사람당 하루에 잡을 수 있는 킹 연어의 수가 정해져 있는 것이다.
또한 연어의 산란을 보호하기 위해서 특정 기간 동안은 일부 지역에 한해서 낚시가 금지되기도 한다.
연어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서 정해진 규칙이라는 것에 그 어느 누구도 거슬리려고 하지를 않는다.
알래스카의 연어 낚시는, 단지 낚시만 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알래스카만의 대자연 속에서 자연의 위대함을 함께 느끼면서 낚시를 한다는 특별함이 있다.
그러다가 운이 좋으면 근처에서 맴돌던 곰들이 내려와서 손으로 톡톡 치면서 연어를 낚아채는 기가 막힌 광경도 함께 할 수 있다.
알래스카의 곰들은 사람이 먼저 다가가서 해를 끼치기 전에는 절대로 먼저 공격하는 법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깊은 산속을 트래킹 할 때도 배낭에 방울 종만 달고 다니면 그 종소리를 듣고 알아서 피해 간단다.
그래도 난 괜히 보기만 해도 무섭다.
이게 바로 알래스카의 전설의 연어이다.
미국에서도 주로 코스트코에서 파는 냉동된 연어만 먹다가, 막상 알래스카에서 직접 잡은 연어를 처음 접했을 때의 그 놀라움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우선은 색깔이 완전히 다르다. 짙은 빨간색에 가깝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것이, 흡사 우리들이 한우 마블링을 설명할 때 하는, 그 육즙이라는 것과 비슷할 것 같다.
그리고 식감은 매우 쫄깃쫄깃했다.
알래스카 연어는 차가운 물에서 자라기 때문에 지방층이 두터워서, 그 덕분에 부드럽고 진한 맛을 제공한단다. 신선한 상태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맛이라고 설명을 한다.
확실히 상업적으로 가공된 연어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이 색다른 맛을 다시 느끼게 하고 싶었는지, 작년에 알래스카에서 딸이 잠시 한국을 방문했을 때, 엄청난 크기와 두께의 아이스박스에 알래스카에서 직접 잡은 연어를 냉동 상태로 들고 인천공항에 도착을 했다.
무사히 수속을 마치고 나오는 딸을 보면서 나랑 우리 집 양반, 커다란 아이스박스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어떻게 검역을 통과했는지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거의 하루를 걸려서 왔는데도, 꽁꽁 언 상태 그대로 한국까지 온 것이다.
연어도 반가웠지만, 엄청난 냉동 상태를 자랑하는 그 아이스박스에 더 관심이 가기도 했다.
어쨌거나 덕분에 한동안 단백질 덩어리인 연어를, 그것도 알래스카에서 직접 잡은 연어를 맛있게 먹을 수가 있었다.
알래스카 연어 낚시는 주로 5월 초부터 시작해서 9월 말까지 가능하다고 하지만, 알래스카에 살고 있는 딸내미 말에 의하면 일부 지역에서는 10월 중순까지도 가능하다고 한다.
알래스카의 10월은 겨울 날씨이다 보니, 완전 무장을 하고 나간다고 한다.
웬만하면 작은 요트들을 갖고 있어서, 아무 때나 가고 싶을 때 마음대로 갈 수가 있어서 참 좋은 것 같다.
라이프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
제대로 인생을 즐기면서 사는 사람들인 것이다.
10월에 잡히는 연어는 이렇게 상상을 초월한 사이즈가 등장을 한다.
낚싯대가 아닌 연어잡이 전용 그물을 사용한 것이다.
작년에 잡은 연어라면서 사진을 보내왔는데, 크기에 너무 놀라서 뒤로 자빠질 뻔했다. 이렇게 큰 연어는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것이다.
약간 징그럽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일체 내색은 안 했다.
어쨌거나 이렇게 잡은 연어로 일 년 동안 먹을 일용할 양식을 준비하는 사람들한테는, 크면 클수록 좋을 것 같다는 생각 또한 들은 것이다.
알래스카의 원주민들한테는 낚시가 아주 중요한 생활의 일부란다.
그래서 알래스카 정부는 원주민들한테는 특별한 혜택을 준단다. 알래스카에 사는 일반인들은 낚시를 하려면 반드시 사전에 라이센스를 구매해야 하고, 여러 가지 제약에 따른 규칙 또한 지켜야 하는데, 원주민들은 특별한 허가나 제한 없이 언제든 낚시를 할 수가 있다.
원주민들의 전통과 생계를 보호하기 위해서란다.
원주민들은 주로 전통적인 방법으로 연어를 잡는단다.
작살을 사용하거나, 작은 배를 타고 나가서 그물로 연어를 잡는 것이다.
일 년 동안 먹을 수 있도록 저장할 만큼만 잡고, 더 이상 자연을 해치지 않는 것이, 그들의 살아가는 방식이란다.
올해도 변함없이 연어 낚시를 즐기는 사진을 보내온 바람에, 갑자기 알래스카가 그리워진다. 직항 편만 다시 생긴다면 잠시 갔다 올 생각도 품어보겠지만, 너무도 머나먼 여정에 무릎이 탈이 난 지금은 감히 엄두를 못 내겠다.
이번 11월에 휴가를 받아서 온다고 하는데, 혹시 연어가 같이 동행을 하려나, 살짝 기대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