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도시, 홍콩

그 속에 숨겨진 모습

by 은호랑이


KakaoTalk_20240405_141030824.jpg 나를 데려다 줄 항공사, 홍콩 익스프레스

이번 여행은 홍콩 익스프레스 항공사를 타고 다녀왔다.

이름만 들으면 홍콩을 오갈 때에는 이 항공사를 타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인터넷에서 검색했을 때에는 자주 있는 연착, 서비스의 불편함, 문제 상황 발생시 사후 처리가 미흡하다 등의 악평이 가득했지만 글쎄, 나는 아주 만족하며 탔다. 왜냐면 가격이 싸거든요.

KakaoTalk_20240405_141030824_02.jpg 창가 자리는 구름 위를 볼 수 있어서 좋다.

보통 여행을 다닐 때 여러 항공사가 있지만, 항상 가장 '최저가'를 찾는 편이다.

대한항공, 아시아나도 좋지만 나에게 비행기는 그냥 비행기일 뿐이다.

차라리 가서 좋은 호텔, 비싼 음식을 한번 더 먹는 걸 선호한다.


나와 같은 취향이라면 홍콩 익스프레스, 아주 적절한 선택이다. 내가 가는 시점에는 편도 기준 최소 5만원은 저렴했다. 5만원이 어디야..! 연착하면 조금 늦게 가면 되고, 밥 안 나오면 가서 맛있는 것 먹으면 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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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공항의 모습

홍콩 공항에 도착했을 때 굉장히 신기했다.

어, 여기 인천공항인가?

싶을 정도로 공항이 쾌적하고 깔끔하고 넓었다. 그래서 역시 잘 사는 도시구나 싶은 마음에 굉장히 부푼 기대감을 안고 공항 버스를 타고 시내로 이동하기로 했다. 구글맵에 적힌대로 정확한 시간대에 버스가 도착했고, 몸을 싣고 음악을 들었다.

KakaoTalk_20240405_141030824_07.jpg 홍콩 공항 버스

보통 혼자 여행을 떠날 때면, 음악을 들으며 돌아다니는 편이다.

유독 그 여행지의 무드에 어울리는 음악이 있고, 그 음악을 계속해서 들으며 여행한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많이 들은 음악이 그 여행지에서는 지겹지 않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다시는 그 음악을 챙겨듣지 않게 된다. 의도한 것이 아님에도. 그렇게 일상을 살아가다 우연히 그 음악을 듣게되거나 생각이 났을 때, 음악을 꺼내 들으면 다시 그 여행이 떠오른다. 마치 비디오테이프를 다시 재생한 것처럼 말이다.

?src=http%3A%2F%2Fimgnews.naver.net%2Fimage%2F5348%2F2020%2F09%2F24%2F24_675518_95471_20200924101530189.jpg&type=sc960_832 그룹 <원위>의 앨범, 소행성

내가 홍콩에서 선택한 음악은 남자 밴드 그룹인 '원위' 의 노래였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는 이런 가수가 있는 줄 알지도 못 했었는데, 어쩌다 출국하는 공항버스에서 듣게되었고 뭔가 홍콩에서 계속 듣게되었다. 그래서 홍콩에 머무르는 4박동안 내내 원위의 플레이리스트를 찾아 들었다.

그 중에 기억나는 노래는 '궤도' 라는 노래와 '야행성' 이라는 노래이다.

추천할 수 있을 만큼 가사가 특이하고, 멜로디가 좋다. 생각난 김에 다시 들어야지.


KakaoTalk_20240405_160316728.jpg 건물들의 낡은 모습과, 빨래

약간 느낌이 그렇다. 우주에 관한 노래들이다. 마치 삭막하고 아무도 없는 우주 속에서, 너라는 사람 한 명으로 인하여 이 우주가 특별해지고 따뜻해지는 느낌을 주는 노래들이었다.

나에게는 홍콩이 그랬다.

깔끔하고 쾌적했던 공항과는 상반되게, 홍콩 시내로 들어갈수록 여기가 잘 사는 곳이 맞는건가 싶을 뿐이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위태위태해보이는 오래되고 낡은 건물들이 가득했고, 어둡고 컴컴한 거리들은 하나같이 다 좁았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거리 위에는 가정의 빨래들이 가득 널려있었다. 마치 집 안에는 건조대나 건조기가 없어 보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해외를 여행 다니면, 꼭 국내의 어느 특정 비슷한 장소와 비교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일본 나고야에 갔을 때는 어 여기 대구 같은데? 싶었고, 영국을 갔을 땐 어 여기 성수 같은데? 했다.

나에게 홍콩은 종로, 을지로 동네의 느낌이 물씬 났다. 부산으로 치면 전포동이랄까.

재건축되지 않은 오래된 도심 한복판의 동네들. 그래서 오히려 미적으로 특이함이 느껴지는 동네.


KakaoTalk_20240405_160626987.jpg 홍콩의 야경 뷰포인트, 빅토리아 하버

사실 '홍콩' 하면 유명한 것이 '야경'이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야경인 '빅토리아 하버'만 보면 모든 건물들은 높고 웅장하며 반짝반짝 빛난다. 누가봐도 비싸보이는 고층 건물 그 자체이다. 그래서 모든 건물들이 이럴 것이라고 생각하고 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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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홍콩의 야경을 책임지는 한 축이 거리의 네온사인이다. 크고 빛나는 색깔들의 네온사인이 굉장히 화려해보였기에 홍콩에 반했고 홍콩을 오고싶었다. 그런데 홍콩을 직접 와보니 이 빛나는 네온사인들이 화려해보이는 이유는 붙어있는 건물들이 전부 어둡고 침침하기 때문이었다. 하얗고 꺠끗한 벽이 아닌, 시커멓고 얼룩덜룩했기에 네온사인이 더 빛날 수 있었던 것이다.


회사와 높은 빌딩들이 가득한 빅토리아 하버의 야경과는 상반되게 사람들이 실제로 거주하는 주택들은 작고 협소하다. 땅덩어리가 좁기 때문에 건물들의 간격이 상당히 좁다. 그 좁은 집을 칸마다 나눠서 생활도 한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 작은 집들의 월세가 굉장히 비싸다고 한다. 세계에서 물가가 가장 비싼 도시라 그럴까.

월급 자체가 높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겠지만, 그 사람들도 여유가 넘쳤더라면 조금 더 넓은 집에서 편안하게 살고싶지 않았을까.

KakaoTalk_20240405_161617922.jpg 홍콩, 익청빌딩

누군가 홍콩에 대해 물어본다면 "야경이 예쁜 도시라더라" 라고 말했었다. 이제는 홍콩을 내 두눈으로 경험한 이상 이렇게 말할 수 없다. "빈부격차가 정말 잘 드러나는 도시더라" 라고 말하고 싶다. 이러한 빈부격차 때문에 도시가 단순한 도시처럼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꼭 내가 미래도시에 와있는 것 같았다.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심각한 도시 문제가 가득한 미래도시.


이런 홍콩의 모습들 때문에 우주의 모습을 노래하는 원위의 음악이 잘 어울렸지 않나 싶다. 그리고 홍콩을 여행하는 내내 묘하게 쓸쓸함이 컸다. 물론 혼자다녀서도 있지만, 그냥 도시 자체의 이미지가 삭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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