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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경 Jan 30. 2024

넷플릭스와 집밥의 차이점

솥밥, 생가자미 구이, 방풍나물 된장찌개

근래 넷플릭스 앱을 깔고 게을러졌다. 티비가 있지만 티비를 켜지는 않는다. 겨울이라 그런지 넷플릭스 앱을 폰에 깔고부터인지 다른 요소들이 작용했는지 서서히 조금씩 나는 게을러지고 있다. 재미난 미드 또는 영화를 집안일할 때 에어팟 꽂고 보기도 하고 자기 전 이불을 덮어쓰고 영화를 보기도 다. 한번 보다 보면 멈추는 것이 어렵다. 한 달에 한번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볼 때는 온전히 그 시간에 집중하고 보고 난 후 진한 감동과 여운, 그리고 강한 메시지를 느꼈는데 '대충 볼만한 것들'을 선택해서 일상때때로 보게 되니 영화로 얻는 메시지보다 그 영화가 그 영화 같다. 영화가 같다는 의미가 아니고, 저 영화를 만드는 수많은 이들은 저토록 열심히 해서 앞으로 나아가는데 많은 영화를 볼수록 나는 그저 그들을 바라보며 제자리에 있는 느낌이 꼭 도태되는 느낌이다. 그 느낌이 개운치 않고 스스로에게 미안하다. 양껏 며칠간 새벽까지 이불을 덮어쓰고 보고 싶은 것들을 보다 보니 비로소 느낀 것들이다.


게으름이 무서워 스스로에게 김미경 교수님 영상을 처방한다. 흙이 들어간 물을 깨끗이 하는 법은 컵에 깨끗한 물을 계속 채워 넣는 것이다. 넷플릭스 대신 하루종일 집안일 할 때 샤워할 때도 김미경 교수님 영상을 듣는다. 넷플릭스 보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슬그머니 중독되는 것이 나를 돌아보는 시간까지 잠식해 버림을 느낀다. 나와 마주하는 시간 대신 스크린 속의 '남들의 이야기'를 멍하니 보다가 잠든다. 다음날 그런 내가 미련스럽게 느껴진다. 며칠간 반복이었다.


그저께 쓱배송으로 돌나물, 방풍나물을 주문했다. 아침에는 돌나물을 된장에 무쳐 계란프라이와 비빔밥을 해 먹고, 저녁은 방풍나물로 뭘 할까 하다가 된장찌개를 끓였다. 줄기가 억센 방풍나물은 오래 데치는 것이 좋다길래 된장찌개에 넣었더니 특유의 향이 매력적인 구수한 된장찌개가 완성됐다. 28개월 아이가 금방 한 솥밥을 방풍나물 된장찌개에 말아서 한입, 생가자미 구이 한입, 한 뚝배기를 비웠다. 너무너무 뿌듯했다. 나는 생선알을 좋아해서 가자미 구이를 자주 한다. 튀김가루, 감자전분 입혀 구우면 껍질까지 바삭해  맛있다.


누구도 체크하지 않는 나를 돌아보는 시간.

그 시간이 줄어감에 어떤 날은 건너뛰기도 함에. 스스로가 정했던 꿈을 이루지 못할까, 그냥 그저 그런 인생을 살다가 훗날 후회를 할까 봐 오늘은 마음을 다해 가족의 건강한 밥을 짓고 먹이고 나의 근황을 되돌아보며 글을 쓴다.


처음 사본 방풍나물.

처음 만들어 본 방풍나물 된장찌개 맛이 꽤 좋아서 앞으로도 꾸준히 스스로 지시하는 것들을 실행하여 내가 정한 꿈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솥밥, 방풍나물+말린표고 된장찌개, 생가자미 구이


방풍나물 된장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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