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하나뿐인 목걸이
주 3회 요가를 하면서 뺏다꼇다하지 않아도 되는 장신구, 일상에도 수련 때도 걸림 없이 쭉 할 수 있는 편한 것만 찾게 된다. 남편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때는 그토록 갖고 싶었던 것들이 지금은 이름값인 것 같아서 더 무겁게 느껴진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내 복장은 365일 비슷하다. 바지는 에스라티 수키노, 상의는 제임스펄스 크루넥티셔츠. 속옷은 와이어 없는 순면 브라탑, 엉덩이를 충분히 감싸는 모달팬티로 대체한 지 꽤 되었다. 딱 맞는 소재와 핏의 제품을 찾기까지 수많은 것들을 입고 걸친 시행착오의 시간은 꽤 길었지만, 그래서 이제는 아쉬움도 없다. 나에게 맞는 것들에 정착한 후에는 색깔별로 구매해 기분 따라 다른 색으로 바꿔 입을 뿐이다. 가진 옷들은 자연색감이라 눈감고 상하의를 매치해도 색상의 이질감이 없다. 어떤 옷을 입을까 고민하는 시간도 줄었지만, 몸이 숨 쉬는 옷을 입고 적응이 되면 내 몸을 옥죄는 옷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그럴 필요성도 못 느끼고.
요가를 시작한 첫 달에는 온전히 내 몸에 집중해 느끼고 싶어서 모든 장신구를 다 빼고 수련했다. 그렇게 모든 물욕이 사라졌을까 싶었는데 3개월쯤 지나니 '요가를 하면서도 할 수 있는 목걸이가 하나 있으면 좋겠다'싶었다. 화장을 하지 않고, 네일아트를 하지 않고 바짝 깎은 손발톱을 유지하는 나는 어릴 때부터 원석을 좋아하는 친정엄마의 영향으로 다양한 주얼리를 일찍부터 많이 접했다.
요가를 하면서도 착용가능한 목걸이 브랜드를 찾아봤다. 브랜딩만 그럴듯하게 입혀 가늘디 가는 금줄 하나에 80만 원인 제품을 보며 '돈 참 쉽게 버네, 내 건 내가 만들어야지'싶었다.
나무들이 무수히 이어진 단풍길을 좋아한다.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서 가을 단풍을 주워 손코팅도 해봤는데 시간이 지나면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래서 목걸이로 만들고 싶었다. 변색걱정 없는 금덩이로. 정말 가벼운 착용감 이어야 하지만, 세세한 낙엽의 주름을 모두 담아내는, 진짜 낙엽보다 더 낙엽 같은 섬세한 금낙엽을 만들기 위해서 전문적인 주얼리 작가님을 찾아봤다.
첫 인연은 엄마가 아이디어스(핸드메이드 커머스 플랫폼)에서 '이모모'작가님의 블랙다이아원석반지를 생일선물로 보내주시면서였다. 꽤 부피감 있는 디자인임에도 신기하게 불편함이 없었다. 섬세한 원석 세공을 보며 작가님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고, 작가님의 인스타를 찾아봤다. 과거의 작업물 피드를 보다가 내 상상 속 낙엽들을 발견했다.
그렇게 찾아도 마음에 드는 낙엽이 없더니 여기 있었네. 그날 바로 작가님께 연락해서 원하는 디자인을 설명해 드렸다.
이 금덩이가 어떤 모습이 될까,
금을 녹이고 두드리고 비틀고 갈아내어 낙엽을 만드셨다고 했다.
자연의 따뜻한 느낌을 고스란히 담은 목걸이.
실버버전으로 구매해 주셨던 고객님께서 골드버전으로 제작을 요청해 주셨다. 실버보다 더 따뜻함이 느껴지고 고급스럽다. 딱딱해서 시간과 힘이 두배로 들었지만 완성 후 성취감은 두 배이상이었다.
작은 나뭇잎은 2년 전 습작으로 올렸던 사진을 보시고 마감장식에 달았으면 좋겠다고 요청하셨는데, 목걸이가 더욱 풍성하고 완성도와 퀄리티도 높아진 듯하다.
잊고 있었던 것을 다시 꺼내어,
그때의 감각을 살려 더 나은 작품으로 완성해 내어 얻은 기쁨은 다른 어떤 작품보다 더 진하고 큰 울림을 준다.
- 이 모모(MoMo Lee) 작가
'히코 미즈노 주얼리 컬리지' 졸업 후, 일본 업계 1위 장인 주얼리 브랜드 '니와카'의 제작과에 근무한 6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오더메이드 주얼리를 제작하고 있다.
나다운 것을 하나 더 찾았다
세상에 하나뿐인 목걸이를 새해 선물로 받았다. 상상만 하던 목걸이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느낌이다. 원래 내 것인 것처럼 익숙하고 편안하다. 서서히 전굴 하는 자세인 우타나아사나(Uttanasana)에서도 걸리적거리지 않는다. 가볍지만 묵직하고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 기준이 명확해질수록 선택은 까다롭다. 누군가의 습작이 꿈속의 작품으로 완성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그것을 지닐 수 있음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