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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사는 한국인이 알려주는 유럽여행 준비팁

이건 가져오고, 저건 놓고 오세요

by 고추장와플


짐을 싸다가 문득 한국에서 유럽여행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팁을 공유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에 필요한 물품들 뿐만이 아니라, 유럽여행 시 문화적으로 지양하면 좋을 행동들과, 해 보면 여행에 도움이 될 행동들을 적어 보았다.


가져올 것

소화제: 여행 가서 음식을 사 먹으면, 양도 많을 뿐 만 아니라 가격도 비싸 배가 부른데도 꾸역꾸역 다 먹게 된다. 속이 더부룩하고 부대끼는 것은 숙명처럼 여러분을 찾아온다. 여러 국가의 소위 소화제라 불리는 것을 먹어 본 결과, 먹을 것에 진심인 민족답게 소화제는 한국제가 최고다. 짐칸에 고이 소화제를 챙기자.

그중에서도 나의 최애는 활명수지만, 여행에는 알약이 더 적합할듯하다.

반창고: 여행을 하면 많이 걷게 되고 발에 상처가 날 수 있다. 발꿈치가 까졌는데, 반창고 없이 그냥 계속 걸으면 작은 상처지만 곧 앉은뱅이가 될 수 있다. 특히나 호텔방에 들어갔는데 반창고가 없어서 다시 약국 가려고 나오려면 너무 싫다. 자리도 무게도 차지하지 않으니 몇 개 챙겨 오자.


작은 물병: 공항에서 액체류 검사를 하고 나면 대부분의 공항에는 음수대가 있다. 공항에서 뿐만이 아니라 여행 시에도 작은 물병을 가지고 다니며 채워 물을 마시면 탈수방지에 도움이 된다. 유럽은 수돗물을 대부분 그냥 마신다. 한국의 아리수처럼 그냥 먹어도 별 탈 없다. 목말라서 카페에서 물을 시키면 4500원 정도를 내고 내 눈물인지 물인지 모를 물을 마실 수 있다.


귀마개 및 안대: 노이즈캔슬링 이어폰도 좋고 이런 레트로 귀마개도 좋다. 특히나 유럽 내 저가항공을 사용하게 될 경우, 이륙부터 착륙까지 도떼기시장처럼 면세품 판매를 귀에서 피가 나게 한다. 당신이 징글징글해서 하나 사줘도 판매방송은 멈추지 않는다. 귀를 막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고 안대를 가져가면 잠도 잘 수 있다.

무선 키보드: 여행 가서 급하게 이메일을 보내거나, 글을 써야 할 경우 핸드폰으로 쓰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그렇다고 노트북을 가져가기엔 너무 무거울 때, 간편하게 블루투스 미니 키보드를 가져가면 도움이 된다. 요즘은 접이식도 나와서 작고 간편하게 휴대가능하다.

스카프: 낮에 날씨가 화장하더라도 유럽은 기온차가 매우 크다. 아침저녁으로 매우 쌀쌀하니 면으로 된 가벼운 스카프를 챙겨 오면 짐도 무거워지지 않고, 따듯한 여행을 할 수 있다.


격식을 갖춘 옷 한 벌: 사람일은 모르는 것이다. 현지인 집에 초대를 받을 수도 있고, 혹은 고급진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을 수도 있다. 고급지지 않은 레스토랑도 운동복에 아디다스 삼선 슬리퍼를 신고 가면 미개인 취급을 받는다. 가장 기본적인 복장으로는 남성은 블레이져(쟈켓), 여성은 원피스를 추천한다(어떻게 입어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그냥 머리만 넣으면 끝이다. 완전 초간단). 가장 무난하고 어떤 상황이 와도 써먹을 수 있는 옷이다. 남자는 완벽한 정장을 갖춰 입을 필요 없이 청바지에 티셔츠, 그 위에 블레이져(쟈켓)를 걸쳐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놓고 올 것

미니스커트: 한국여성들 유럽 오실 때 미니스커트는 집에 두고 오시라! 특히나 맨 다리로 미니스커트를 입으면 유럽에서는 길 가다가 분명히 한 소리 듣는다. 서구권은 섹슈얼리티에 대해 포커스를 두는 부위가 다르다. 한국에서는 가슴, 상체 쪽에 포커스를 둔다면, 서구권에서는 무조건 다리다. 저렇게 다리를 드러내는 것은 '나 잡아 가소'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고 조선여인처럼 다 싸매고 다니라는 말이 아니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무릎 위 15센티 보다 짧으면 그 치마는 집에 두고 오는 게 낫다. 캣콜링이 여자의 옷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저렇게 입었을 경우 캣콜링의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을 권하고 싶다. 정 입으시려거든 까만색 불투명 스타킹과 함께 입으시길 바란다.

라면등의 한국음식: 2000년대 초반이나 그 이전이라면 한국음식이 귀해 여행 가도 바리바리 싸 가는 게 당연했지만, 이제는 웬만한 도시라면 한국음식 구하기가 정말 쉽다. 나는 유명하지 않은 도시의 외곽에 사는데도 우리 동네 슈퍼에 한국 라면을 판다. 대부분의 한국인이 유럽여행을 가면 큰 도시 위주로 갈 것이다. 분명히 한국라면은 있다. 가뜩이나 짐도 많은데 캐리어의 반을 라면으로 채워오지 말자. 가격은 봉지라면 개당 1500원 내외이다. 여기서 사도 충분하고 구하기도 쉽다. 다만, 유럽으로 오는 비행기 내에서 기내식에 끼워 주는 작은 고추장 튜브는 모아 모아서 가지고 오면 좋다.


등산복: 이것도 내가 미니스커트만큼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만약 마테호른, 몽블랑을 간다면 몰라도 형형색색의 알록달록한 등산복을 입고 오지 마시라. "아니, 내가 빨가벗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냐"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유럽에도 노스페이스, 잭울프스킨, 콜롬비아 와 같은 브랜드의 아웃도어 의류를 판매한다. 하지만 유럽인은 둘 중의 하나다. 검정, 남색 등의 톤 다운된 무채색 아웃도어 상의를 입는 다던지, 알록달록 한 옷을 입는다면 진짜로 산에 가는 경우다. 저렇게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시내를 누비면 나 관광객이요 하고 외치고 다니는 것과 다름없다. 남한테 피해를 주지 않았는데 내가 뭘 입든 무슨 상관이냐고 하는 분들도 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문화에 따라 드레스코드가 다르다는 것이다. 집에 정말로 등산복 밖에 없는 것이 아니라면 편한 면바지에 무난한 색상의 점퍼를 입으면 어떨까?

이런 복장으로 아이유 10명이 단체로 시내를 돌아다니면 현지인들이 와서 구경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Do's

인사말, 감사합니다 정도의 말을 여행하는 국가의 언어로 익혀두면 현지인들의 잇몸웃음을 볼 수 있다.


뒷사람을 위해 문 잡아주기: 이것은 종종 한국에 가면 내가 적응을 못하는 것 중의 하나인데, 지하철 역문, 건물 유리문 등을 지날 때 자기만 나가고 문을 잡아주지 않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그렇게 하면 못 배운 자 취급을 받는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니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자. 딱 바로 뒤사람만 잡아주면 된다. (당신은 호텔 도어맨이 아니다)


Don'ts

면세점쇼핑: 면세점은 싸지 않다. 면세점이 입점을 하려면 돈을 내야 하는데, 그 돈은 어디서 나오나? 면세물품에 붙여서 파는 거다. 예를 들어 에스티로더 갈색병 7미리짜리를 브뤼셀 공항 면세점에서 검색해 보았다. 한화로 약 3만 원이다.



다른 공항은 어떨까? 내가 도착하려는 바르셀로나 엘프라트 공항에서 같은 물품을 검색했다. 40센트 차이 난다. 40 센트면 몇백 원이다. 결국 그놈이 그놈이다. 둘 다 대략 3만 원.

그럼 같은 물품을 쿠팡에서 검색해 보겠다.

쿠팡에서 23,450원이다. 쿠팡이 훨씬 싸다. 이것뿐만이 아니라 외국 화장품 대다수가 그러하다. 그리고 솔직히 요즘엔 유럽에서도 한국화장품 바람이 불어, 다들 한국화장품 사려 난리다. 그냥 집 앞에 있는 올리브영을 가든지, 쿠팡에서 사는 것이 낫다.


견물생심이다. 면세점을 지나면 이것도 사고 싶고, 저것도 사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그렇게 되면 짐은 점점 불어나고, 당신의 카드값은 늘어난다. 경제적 여유가 차고 넘쳐 살 것 아니라면 그냥 면세점 지날 때 바닥만 보고 빠른 걸음으로 게이트로 가자. 다시 말하지만 인터넷이 더 싸다.


크록스/아디다스 삼선슬리퍼: 유럽인들의 생각에 크록스는 정원에서 일할 때 신는 신발이고, 아디다스 삼선 슬리퍼는 수영장에서 신는 신발이다. 시내 관광할 때 크록스, 아디다스 슬리퍼를 신고 나가면 현지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다. 그 관심이 긍정적인 관심은 아닐 테지만...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개인음식 혹은 음료 먹기: 카페나 레스토랑에 가서 개인 음료나 음식 취식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물인데 어때?라고 할 수도 있으나 물도 안된다. 물도 유럽에서는 음료와 같다. 콜라와 물값은 동일하다. 정, 돈이 아까워 개인물을 마셔야겠다면, 가방에 넣어가서 화장실에서 마실 수는 있겠다. 결론은 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개인음식 싸와서 레스토랑에서 먹으면 쫓겨나기 딱 좋다. 절대로 하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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