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로 출바알!
비행기를 타기 위해 아침 일찍 집을 나와 자전거로 기차역까지 간 다음, 그곳에서 브뤼셀공항행 기차를 탔다. 아직도 밖은 깜깜하다.
짐은 배낭 하나가 끝이다. 그래야 빨리 내리고 빨리 탈 수 있다. 이동도 편하다. 배낭이 하나이기에 옷을 최대한 몸에 걸치고 가느라 미쉐린 타이어 마스코트 같지만 필요한 것은 다 저 가방에, 내 몸에 걸쳐있다. 라이언에어는 기내수하물도 돈을 내야 한다. 배낭하나면 추가요금이 없다. 수하물에 돈 쓸 거면 저가항공 산 이유가 없으니, 최대한 누르고 눌러 지퍼를 잠근다.
짠내 나는 공항일정은 시작되었다. 시간을 딱 맞춰 도착했다.
일부러 시간을 넉넉하게 오지 않았다. 그래봤자 면세점 구경한다고 시간을 쏟을 텐데, 안 보고 안 들어가는 게 약이다.
비행기 타는 곳을 확인하고 그때부터 축지법을 사용해서 최대한 땅만 보고 빠른 시간 내에 게이트로 이동한다. 가방, 향수, 초콜릿, 맥주 기타 등등 모두 빛의 속도로 지나친다.
게이트에 도착했다. 30분이 넘게 남았다. 이제 좀 숨을 돌릴 수 있게 되니 배가 고픈 게 느껴진다. 어제저녁 6시 이후로 아무것도 안 먹었지만 참는다. 공항에서 겁나게 비싼 빵과 음료수도 다 못 본 척 외면한다. 왜냐하면 나는 꾹 참았다가 바르셀로나 시내에서 적정가격으로 아점을 먹을 계획이기 때문이다.
자기 암시를 한다.
나는 아무것도 안 보인다. 나는 아무것도 안 보인다.
아무 냄새도 안 난다. 진짜 아무 냄새도 안 난다.
기다리는 동안 챗지피티로 상황별 필요한 스페인어 100 문장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하고 읽어 내려간다.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한마디 말만 하면 지피티가 다 만들어 주니. (여러분을 위해 다음 화에서 유용한 스페인어 문장을 업로드하겠다)
내가 예약한 항공사는 저가항공 라이언에어이다. 여러 가지 비용을 아끼기 위해 이 항공사는 가장 싼 터미널에 비행기를 세운다. 통로도 없이 내가 내 발로 공항 한복판에 휑하니 서 있는 비행기로 가서 계단을 타고 올라가야 한다.
미쉐린 타이어 마스코트처럼 옷을 겹겹이 입기를 잘했다. 밖에서 기다리는데 너무 추워 이가 딱딱 부딪히고 머리가 쭈뼛쭈뼛 섰다. 저렇게 기다리고 있는 이유는 라이언에어는 버스처럼 운행이 되기 때문에 전 비행의 승객들이 내리자마자 바로 타기 때문이다.
그래도 13만 원 내고 바르셀로나 왕복이면 혜자로운 항공사다. 유럽에서 아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저가 항공사이다. 나도 여러 번 이용을 했는데, 비행기가 취소되어 환불받을 상황만 생기지 않으면 믿을만한 항공사이다. 수년 전, 라이언에어를 예약했는데 눈보라 때문에 비행이 취소된 적이 있었다. 비행은 다른 대형 항공사도 다 취소가 되었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데 대형항공사라고 그걸 피할 방법이 있는 건 아니니까. 다만 그런 상황에 라이언에어로 예약했다면 돈을 날렸다고 보면 된다. 환불처리가 정말 지독하게 최악이다. 그런데 수많은 비행에도 그 단 한 번을 제외하고는 비행이 취소되거나 연착된 적은 없다. 그렇기에 내가 계속 라이언에어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면 안전은 어떠한가? 내가 여러분을 대신해 내 친구 챗 지피티에게 물어봤다.
라이언에어(Ryanair)는 유럽 최대 저비용 항공사 중 하나로, 안전 기록이 비교적 좋은 편이야. 1984년 설립 이후 치명적인 사고 없이 운영되고 있으며, 유럽항공안전청(EASA)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규정을 준수하고 있어.
다만, 라이언에어는 비용 절감을 위해 기본 서비스가 제한적이고, 지연이나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이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승객 만족도는 엇갈리지만, 안전성 자체는 높은 편이야.
이렇게 대답해 주었다.
실제로 라이언에어를 운항하는 파일럿들은 유럽의 파일럿학교를 졸업하고 비행조종훈련을 문제없이 끝낸 파일럿들이다.
드디어 비행기에 올랐다. 배는 고프지만 일단 귀마개를 끼고 안대를 하고 잔다. 자야지 시간이 빨리 간다. 라이언에어는 인플라이트 엔터테인먼트 이런 것 따위는 없다. 눈 감고 자는 게 엔터테인먼트다.
눈을 감았다 떴는데 1시간 반이 지나있다. 이거야 말로 최고의 인플라이트 엔터테인먼트가 아닌가!
드디어 내렸다. 나오니 삼성 티브이가 보인다. 반가운 삼성을 보니 어깨가 점점 올라간다.
비 온다더니 생각보다 날씨가 나쁘지는 않다. 바르셀로나 엘 프라트 국제공항은 역시 관광의 도시답게 큰 공항이었다. 여기서 나가는 방법은 간단하다.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을 따라가면 된다. 그리고 주의 깊게 화살표를 보고 따라가면 된다. 화살표만 잘 봐도 반은 된 거다.
공항에 다 도착하도록 어떻게 시내로 가는지 찾아보지도 않았다. 공항 밖으로 나왔으니 이제 챗 지피티에게 물어볼 시간이다.
씨유 넥스트 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