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추장와플 Oct 19. 2024

염병, 누가 욕을 나쁘다 했는가

욕을 장려합니다


욕을 장려한다니 쟤는 뭘 잘못 먹었나, 뭔 헛소리여? 하는 분도 계시겠지요?


예상치 못하게 누구에게 맞았다 생각해 봅시다.

퍽!

A: 아이 아파. 왜 그러셨어요?(이미 속으로 때린 사람이 나름 이유가 있겠지 라며 그 사람을 이해하려 노력 중)

혹은

B: 아이 스벌. 야, 미쳤냐? 너도 한대 쳐 맞아 볼래?

혹시 A를 선택하셨다면, 이 뒤의 이야기를 잘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B를 선택하셨다면 역시 본인의 반응이 옳았다는 것을 대변할 길을 찾으셨으니 잘 읽어 보십시오.




도서관에서 제 눈을 사로잡은 한 책이 있었습니다. 엠마 번이라는 욕문화학자가 쓴 욕은 당신에게 이롭다라는 책입니다. 특히나 고통과 욕 (Pain and Swearing)이라는 챕터는 아주 기똥차게 신박합니다.


욕은 당신에게 이롭다. -엠마 번


Staffordshire에 있는 Keele 대학 Stephens 교수는 학생들과 함께 다음과 같은 실험을 합니다.

이것은 우리 아들이 그린 것이 아닙니다. 전 그리기에는 영 소질이 없나 봅니다. Prof. Stephens, R


67명의 학생을 모아 놓고, 양동이에 얼음물을 가득 채운 뒤 얼마만큼 견딜 수 있는지 시간을 재 보았습니다. 실험은 같은 학생들에게 두 번에 걸쳐 진행되었는데요, 번은 욕을 있게 하였고, 번은 중립적인 단어를 사용하게 하였습니다.


위 실험에 사용된 욕은 씨발, 썅, 똥, 염병, 망할 과 같은 욕이었고 중립적인 단어는 평평해, 나무로 되어있어, 강인해, 빛나, 유용해였습니다. 이후의 타 연구에 의하면 개나리와 십장생 같은 유사욕은 중립적인 단어와 다를 바 없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러니 욕을 이왕 할 거면 씨게 하는 게 낫다랄까요?)


사실 스테픈스교수는 이 실험의 결과를 욕을 하면 본인이 겪고 있는 고통을 더 극대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요, 사실 결과는 정 반대였습니다. 욕을 했을 때의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중립적인 단어를 선택했을 때 보다 고통을 견디는 시간이 두 배나 늘어난 것이지요. 심장박동수는 증가하였고 고통은 줄었습니다.


그런데 욕을 하는 것이 육체적 고통만을 줄여줄까요? 몸이 아픈 것과, 마음이 아픈 것은 같은 고통의 범주에 속하는데 욕은 이 고통을 줄여 주는 데에 효과가 있습니다. 욕을 하는 것은 강한 감정을 나타내고, 강한 감정으로 인해 자신이 더 강하게 느끼게 준다고 합니다.


호주의 퀸즈랜드의 로라 롬바르도 교수와 마이클 필립 교수는 실험을 하였습니다. 참가자들에게 자신이 정신적으로 가장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떠 올리게 하였지요. 왕따를 당했던 경험, 버려졌던 경험, 외로웠던 감정들을 떠올리게 하고 참가자들에게 욕을 하게 했더니, 고통이 줄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거야 말로 기깔나는(기가 막힌다의 충청도 방언) , 쳐 맞기에 대비한 치트키가 아니겠습니까?


욕을 심리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하는 여러 연구들을 이 챕터에서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남성 암 환자와 여성 암 환자에게도 욕을 하게 했더니, 고통의 수치가 줄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실험에 참여했던 몇몇 유방암 환자의 경우 욕을 사용해서 친구로부터 손절을 당해 심리적 고통과 좌절이 유발되었다고 합니다.


이 책은 여러모로 참 재미있는 책이었는데요, 위트 있고 기발하게 쓴 엠마 번이라는 사람의 휴머와 똘끼가 돋보였습니다. 이런 책을 쓴 다는 게 참 신박합니다.


챕터의 마지막에 쓰인 작가의 문장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친구가 암에 걸려 너무 아파서 욕을 했는데 그래서 손절을 했으면 그게 친구냐?라고 쓰여 있습니다. 욕이 나쁜 게 아닙니다. 사람이 문제입니다.



저는 원래 남의 말을 정말 드럽게 안 듣는 사람인데요, 의심도 많습니다. 특히나 자기 이론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누가 이러더라 저러더라 인용하는 경우는 흔합니다. 인용한 구절의 진위를 확인하는 것은 정말로 중요합니다. 그게 뻥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르거든요. 교수들의 연구를 이용하는 척하여 썼는지는 모르는 것이죠. 그래서 사실 확인에 나섰습니다.


진위 확인 차 읽어본 스테픈스 교수의 논문


해당 교수들이 쓴 논문을 읽어 본 결과 작가는 뻥을 치지 않았습니다.


힘드십니까? 속으로만 참지 마십시오. 욕이라도 한번 시원하게 싸질러 줘야 조금이라도 마음이 덜 힘들어집니다. (너무 자주 하지 마시고, 정말 힘들 때만 사용 권장) 그러니, 욕을 하시는 분들은 너무 자책하시지 말고 풋 유어 핸 썹 앤



다음 시간에 만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