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시리즈 2: 책 '대화의 힘'에서 배운 빠르게 친해지는 소통기술
책 '대화의 힘 super communicators'를 분석한 글입니다. 이런 내용을 다룹니다:
- 낯선 사람과 빠르게 친해지는 방법
- 질문으로 사람과 친해지는 방법
- 상대가 마음을 여는 호응법
지난 글에서는 대화의 핵심 기술을 배웠습니다.
1. 상대가 듣고 싶은 말을 들려준다.
2. 듣고, 묻고, 호응해서 그 말을 찾는다.
그리고 이를 잘하기 위한 세 기술을 배웠습니다.
1. 상대가 원하는 것을 파악하는 경청
2. 감정과 취약성을 나누는 질문
3. 공감하고 지지하는 호응
지난 글에서 경청하는 법을 다뤘으니, 오늘은 질문하고 호응하는 법을 배워볼게요.
위에서 언급한 연구인 ‘빨리 친구가 되는 법’에서 사람들은 한 시간 동안 서로 질문만 했습니다. 서로 질문만 했는데도 60%는 따로 연락했고, 결혼한 커플도 있었습니다. 질문은 강력합니다.
하지만, 모든 질문이 다 이 정도 친밀감을 만들어내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이 실험에서 사용한 질문이 특별했습니다. 이런 특별한 질문을 우리는 '공감형 질문'이라고 합시다. 그 반대로, 아무런 친밀감을 만들지 못하는 질문을 '조사형 질문'이라고 할게요.
질문은 두 종류로 나눕시다.
조사형 질문: 정보를 캐묻는 질문
공감형 질문: 감정을 공유하는 질문
조사형 질문은 흔히 수사 영화에서 볼 수 있습니다. 문 닫힌 방에서 수사관이 범인에게 질문을 쏟아냅니다.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도 형사 장해준(박해일 역)이 송서래에게 건조한 질문을 쏟아내지요.
이름? 나이? 사는 곳은? 직업은? 어제는 뭐 했는지? 등등등...
이런 질문은 효율적으로 많은 정보를 얻어냅니다. 한 시간이면 이력서를 대신 쓸 수 있을 만큼 많이 알아낼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조사하고 나면 수사관과 범인이 친해지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조사형 질문은 정보는 주지만 관계는 만들지 못합니다. 연결성 없는 짧은 답만 유도하기 때문에 대화를 이어나가기도 어렵습니다. 뚝뚝 끊어지는 문답만 이어집니다.
조사형 질문의 반대는 공감형 질문입니다. 공감형 질문은 감정을 물어보는 질문입니다. 단답형 질문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와 가치관을 설명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공감형 질문은 사람들을 친해지게 만듭니다.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도 박해일이 탕웨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감정을 가지게 되지요. 다른 수사 드라마에서도 같습니다. 범인의 슬픈 배경 이야기를 듣고 나면 우리는 그를 응원하게 됩니다. 감정적인 동조, 즉 공감은 정보가 아닌 이야기에서 나옵니다. 왜 그럴까요? 그 이유는 감정형 질문이 '감정전염'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감정전염이 뭐길래 사람을 친해지게 만들까요?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입니다. 때문에,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는 사람에게 친밀감을 느끼는 본능이 있습니다. 감정전염은 주변 사람의 감정에 전염되는 현상입니다. 주변 사람이 표현하는 감정을 나도 느끼게 되는 현상이지요.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서 감정전염은 인간의 깊은 본능입니다. 책에 따르면, 갓난아기도 엄마의 표정을 따라 한다네요. 이 점은 갓난아기한테 배울만 합니다.
누군가와 친해지려면 상대의 감정에 호응하며 같은 감정을 표현하면 됩니다. 울고 웃고 좌절한 기억을 서로 공유할 때, 우리는 서로의 감정에 전염됩니다. 그렇게 친해집니다.
감정 말고도 신념이나 가치관, 중요한 기억과 비밀을 나눌 때 우리는 친해집니다. 실제로, 소통을 잘하는 사람들은 감정/욕망/가치관을 나누는 질문을 했습니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단답형으로 정보를 묻는 조사형 질문만 했고요.
그렇다면 어떤 감정이 가장 감정전염을 잘 일으킬까요? 얼핏 생각하면 기쁜 기억이 가장 긍정적이라 도움 될 것도 같습니다. 분노하는 기억도 사람들을 결집시키는 것 같지요. 하지만 정답은 의외로 다른 곳에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취약한 감정을 공유했을 때 사람들은 가장 친밀감을 느낍니다. 취약성이란, 나의 약점이나 불안함처럼 약하고 불안한 느낌을 말해요.
좋은 예시로, 빈틈없는 이미지의 변호사보다 말을 약간 더듬거나 물건을 흘리는 등 약간 허술한 성격의 변호사가 더 호감형이라는 연구도 있습니다. 따라서, 상대방에게 나의 강점과 함께, 작은 비밀이나 약점부터 차차 공유하면 안전하게 호감을 쌓을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은 상대방이 혹여나 내 약점을 이용하는 것도 방지해 주지요.
취약성과 신뢰는 성공적인 팀에도 필요합니다. 구글의 2012년 연구에 따르면, 성공하는 팀은 '심리적 안정감'과 '신뢰'가 높습니다. 심리적 안정감은 팀원들이 안심하고 취약성을 공유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즉, 취약성과 신뢰는 사람들을 친구로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좋은 팀원으로도 만들어줍니다.
즉, 친밀감은 서로를 믿고 비판받을 수 있는 자신의 모습을 공개하고, 이를 서로 지지해 줄 때 쌓입니다. 이런 모습은 신뢰의 낙하(Trust Fall) 놀이과 비슷합니다. 신뢰의 낙하(Trust Fall)는 두 사람이 앞뒤로 서서 하는 놀이입니다.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눈을 감고 뒤로 몸을 던지면, 뒷사람이 잡아줍니다.
뒷사람이 안 잡을 수도 있고요. 불안하지만 뒷사람을 믿어야 합니다. 뒷사람이 그 믿음에 호응해서 앞사람을 잡았을 때, 관계가 형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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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감정과 취약성을 공유하는 질문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3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1. 감정/경험/욕망/걱정을 물어봅니다.
2. 그렇게 답한 이유도 물어봅니다.
3. 가벼운 주제부터 번갈아 말합니다.
하나씩 살펴볼게요.
성공적인 대화는 '감정과 가치관, 목표'를 다룹니다. 친해지는 질문은 이를 물어보기만 하면 됩니다. 생각보다 쉽게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이전 글에서 설명했듯, 인간을 움직이는 것은 감정입니다.
대화 역시 감정을 자극하면 역동적으로 바뀝니다. 감정을 얘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정보와 가치관도 얘기하게 되고요. 감정 외에도 경험, 욕망과 걱정도 비슷한 효과를 냅니다. 정보를 물어보는 단답형 질문 대신, 무엇을 느끼는지,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을 원하는지 질문하면 좋습니다.
경험: 요즘 아침에 운동하니까 어떤가요?
욕망: 휴가에는 뭘 하고 싶나요?
걱정: 회사에서 걱정되는 점이 있어요?
사람이 좋아하는 음악보다, 그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가 더 중요합니다. 이유가 사람의 깊은 속을 보여주니까요. 더 많은 이야기를 들으려면 이유를 물어봐야 합니다. 참고로, '왜'라는 표현에 방어적으로 바뀌는 사람도 있으니, 표현을 완곡하게 바꿔도 좋습니다.
어떤 일을 하나요? => 일 할 때 언제 가장 즐거운가요? 그때 어떤 점이 즐거운가요?
가고 싶은 여행지가 있나요? => 그곳에 왜 가고 싶나요? 예전에 어떤 여행이 기억에 남나요?
깊은 주제가 친밀감을 만들지만, 가벼운 질문부터 시작해야 서로 부담이 없습니다. 날씨나 취미, 경험 같은 일상적인 대화에서 시작해서, 2번에서 말했듯 이유를 질문하면 점차 깊은 질문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또한, 한 명만 질문을 하면 친밀감이 생기지 않습니다. 신뢰는 양방향으로 쌓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깊은 질문을 던진 다음, 나도 깊은 얘기를 공유해야 합니다.
신형철 평론가는 '정확한 사랑의 실험'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는 '타인은 단순하게 나쁜 사람이고
나는 복잡하게 좋은 사람'이라고 믿는다.
타인이 복잡한 우리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요? 어렵겠죠. 마찬가지로 우리도 타인을 쉽게 이해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서로 참 다릅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질문해야 합니다. 어떤 경험을 했는지, 무엇을 원하고 걱정하는지, 무엇이 중요한지, 진심이 담긴 답변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답변에 진심으로 호응했을 때, 신뢰와 친밀감이 생겨납니다.
이제 대화의 마지막 퍼즐인 '호응'을 배울 차례입니다. 호응의 핵심은 상대를 인정하고 지지하는 것입니다.
이전에 '두 단어로 설득하는 법'에서 말했듯이, 인정은 사람의 마음을 엽니다.
인정이란 '상대를 비판하지 않는 것'입니다. 인정이 호응의 핵심입니다.
대화는 경청-질문-호응 순으로 합니다. 세 과정 모두 중요합니다. 호응 없는 대화는 독백입니다. 좌절감만 남습니다.
호응을 잘해야 대화의 사이클이 완성되어 관계가 깊어집니다. 깊은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했는데, 상대방이 '그러시던가~'라고 건성으로 답하면 배신감이 듭니다. 혹은 '아닌데? 너 틀렸는데?'라고 답하면 마음의 문을 닫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글에서 말한 대화의 3가지 목적인 정보/지지/공감 중에서, 친해지는 대화는 지지와 공감이 중요합니다.
호응의 역할이 이것입니다. 상대가 나에게 해준 얘기를 진심으로 공감하고 지지하는 것입니다. 공감은 '네가 그렇게 느꼈구나'이고, 지지는 '그렇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입니다.
이를 반대로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상대의 말과 상관없는 말을 하거나(공감부족), 상대의 감정을 비판하는(지지부족) 경우는 흔합니다. 이런 대화로는 친해지지 않습니다.
카네기 인간관계론 1법칙
비판, 비난, 불평하지 마라
카네기의 말했듯, 공감과 지지가 부족한 대화는 적개심만 남습니다.
아무리 잘 듣고 좋은 질문을 해도, 상대의 답에 잘 호응해야 관계가 깊어집니다. 고개를 까딱까딱거리는 것은 호응이 아닙니다. 지지와 공감이 있어야 호응입니다. 가장 좋은 호응은 동기면담의 '복합반영'인데요, 다음 글에서 알려드릴게요.
친해지려면 공감과 지지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공감과 지지를 효과적으로 하려면, 경청-질문-호응을 반복해야 합니다. 이러한 대화과정을 신뢰의 대화 사이클이라고 부를게요.
즉, 질문-경청-호응 싸이클로 신뢰와 친밀감을 쌓으면, 누구와도 친해질 수 있습니다. 블랙핑크의 노래 '마지막처럼'에도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날 너에게 던지면 너는 날 꼭 잡아줘
세상은 우릴 꺾지 못할 테니까
가사 한 줄이 인간관계의 본질을 담습니다. 우리는 질문으로 서로를 믿어보고, 호응으로 믿음에 보답합니다. 서로 번갈아 신뢰하고 호응할 때, 우리는 친해집니다.
P.S. 대화의 핵심은 질문과 호응입니다. 혹시, 질문과 호응을 더 잘하고 싶으신가요?
쉬운 방법을 추천드리자면, 제가 이전에 쓴 글인 '한 문장으로 설득하는 법'에서 지지하고 응원하는 방법을 알려드렸습니다.
사실, 질문과 호응도 공식이 있습니다. '동기면담'이라는 상담법에서 체계적으로 연구한 공식이 있어요.
'동기면담'은 질문과 호응으로 사람을 변화시키는 상담법인데요, 흡연부터 범죄, 체중관리까지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어 사람의 행동을 바꿉니다. 딱 15분만 동기면담을 해도 효과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을 정도로 강력합니다.
동기면담에서는 '열린 질문'이라는 질문법과 '복합 반영'이라는 호응법이 아주 강력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15분 만에 친구가 되는 동기면담 기술을 배워볼게요.
매주 똑똑해지는 방법을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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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책: 인간관계론, 데일 카네기 씀
- 책: 알기 쉬운 동기면담 (알기 쉽게 설명합니다. 추천)
- 책: 우리는 어떻게 마음을 움직이는가 (추천)
- https://positivepsychology.com/motivational-interviewing-effectiveness/
-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1463134/
- https://psychsafety.co.uk/googles-project-aristo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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