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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디 May 18. 2024

공부할수록 바보가 되는 이유

의사결정 시리즈 1: 더 많은 정보가 항상 좋을까?

인생은 끝없는 결정의 연속입니다.

작게는 점심에 국밥을 먹을지 제육을 먹을지도 결정해야 하고,

크게는 어떤 집을 살지, 매매나 전세, 월세 중에서도 결정해야 합니다.


점심 메뉴도 골라야 합니다 (출처: 김밥천국 홈페이지)


작든 크든, 결정은 우리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우리는 좋은 결정을 내리고 싶습니다.

그래야 맛있는 점심을 먹을 수 있고, 주거안정도 누릴 수 있으니까요.


좋은 의사결정을 내리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우선 합리적인 근거가 필요하겠군요.


합리적인 근거를 만들려면 좋은 재료가 필요합니다. 그 재료는 데이터입니다.

그러니 데이터에 기반해 현명한 판단을 내리려면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즉, 정보가 많아야 더 좋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정보의 양이 많을수록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까요?

이를 검증하기 위해 미국에서 전문 경마 분석가 8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습니다.



경마 분석가에게 경주마의 정보 5가지(전적과 기록, 무게 등)를 주고, 경주 결과를 예측하게 했습니다.

그다음에는 정보를 10개, 20개, 40개로 늘려가며 더 많은 정보로 다시 결과를 예측하게 했습니다.


경주마들의 기록과 체중 등을 분석한 자료집 "오늘의 경주"  (한국마사회, 오늘의 경주)


분석가들이 더 많은 정보를 활용했을 때 예측이 더 정확했을까요? 

정보를 5개 활용했을 때 보다, 40개 활용했을 때 정확도가 더 높았을까요?



놀랍게도 정확도는 늘지 않았습니다.

정보를 5개 활용했을 때와 10개, 20개, 40개 활용했을 때 모두 정확도는 16% 정도로 같았습니다.

정보가 많아도 정확도가 전혀 늘지 않았죠.


하지만 정말 신기한 점은 분석가들의 자신감입니다.

이들은 정보가 늘어날수록 본인 예측에 더 많은 확신을 가졌습니다.

정확도는 전혀 늘지 않았지만, 예측이 정확하다는 확신은 50% 넘게 증가했죠.


이처럼 많은 정보가 항상 정확도를 높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근거 없는 확신만 심어줄 수 있습니다


주식 분석창에 빼곡히 들어찬 숫자를 보면 왠지 확신이 생깁니다. (네이버페이 증권, 에코프로)


데이터가 많을수록 확신을 느끼는 것은 경마 분석가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우리도 보고서가 길수록, 참고문헌이 많을수록, 표와 그래프가 복잡할수록 내용에 확신이 생깁니다.

자료의 양이 꼭 정확도를 올리지 않는데도 말이죠.

이처럼 지식의 양에 속아 자신을 과신하는 현상을 '지식의 환상'이라고 합니다.



지식의 환상, 정말 중요할까요?

현실에서는 어떨까요?

정확도가 늘지 않더라도, 정보가 많을수록 좋지 않을까요?

현실에서는 정보가 늘면 결과가 오히려 더 나빠집니다.

실험과 달리, 현실에는 정보 획득 비용이 있기 때문이죠.

더 많은 정보를 획득하고 처리하는 시간과 비용 때문에 정보량이 늘수록 결과는 오히려 나빠질 수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싼 물건을 찾기 위해 쿠팡과 네이버를 뒤지다, 결국 아낀 돈 보다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써버린 적 있으신가요?

전형적인 "정보 비용의 오류"입니다.



이는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의 "70% 규칙"에서도 나타납니다.

제프 베조스는 아마존 직원들이 원하는 정보의 70%만 얻었을 때 의사결정을 내리라고 지시합니다.

원하는 정보를 다 얻을 때까지 기다리면 시간을 낭비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처럼 더 많은 정보가 해가 될 수 있는데도, 우리는 지식의 환상에 쉽게 빠집니다.

이를 피하려면 정확도에 도움이 되는 정보의 질에 집중해야 합니다.

주어진 정보가 정확도를 높일 수 있을 만큼 질이 좋은지 검증해야 합니다.


즉, 정확도는 정보의 질이 결정합니다.




정보의 질은 무슨 뜻인가요?

정보의 질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리고 지식의 환상이 유발하는 과한 자신감은 정말 위험할까요?

어떤 정보와 자신감이 최고의 의사결정을 만드는지 연구한 사람이 있습니다. 

미국의 수학자 존 켈리(John Kelly)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켈리가 정립한 "켈리 공식"을 살펴보며 어떤 정보가 좋은 의사결정을 만드는지 알아봅시다.









P.S. 정보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뜻은, 어중간한 정보는 없으니만 못하다는 뜻입니다.

뉴스 찌라시, 성공팔이 책, 커뮤니티 잡글은 읽지 않으니만 못합니다.



참고자료: 

- Slovic, P. (1973). Behavioral problems of adhering to a decision policy.

- Jeff Bezos 2016 Amazon Shareholder l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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