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 5. 매서운 추위도 봄을 이기지 못한다 -
글을 쓰다 보면 가끔 서사가 소재에 매몰되는 경우가 있다. 소재가 너무 좋다 보니 그 아이디어에 매몰되어 서사에서 설득력을 잃는 경우가 그렇다. 우리나라 작가 중에 서사도 좋지만 소재로 보다 성공한 분들이 제법 있다. 소재가 좋으면 서사를 지나치게 꾸미지 않아도 작품이 살아있다.
글과 달리 우리의 삶은 조금 다르게 보인다. 사람이 태어나서 자란 환경이 다르고, 각자의 성격과 가치관, 욕구와 능력이 다르고, 성인이 되어 하는 일도 다르다. 삶의 완벽한 소재는 없다. 그래서 자신만의 인생이라는 서사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사연으로 가득한 것이 인생이다. 우리는 자기만이 갖고 있는 삶에 대한 서사가 있다. 행복하거나 불행할 때, 기쁘거나 슬플 때, 함께할 때와 혼자일 때, 건강할 때와 아플 때 등이 교차한다. 그러니 삶의 서사를 단정 짓지 말아야 한다. 매력적인 인생의 서사를 만드는 것은 언제나 나의 결정이고 과정이기 때문이다.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주인공이 있다. <빨간 머리 앤>의 앤, <모비 딕>의 에이허브 선장, <변신>의 그래고르, <데미안>의 싱클레어와 데미안, <키다리 아저씨>의 주디와 저비 도련님, <춘향전>의 춘향이처럼.
이야기 속 주인공은 수많은 장애물과 빌런과의 갈등으로 좌절하고 절망하고 두려워한다. 이 때문에 자신이 간절히 원하는 욕망과 목표를 이루는 것이 아주 어려워진다. 그러나 결국 주인공은 결심을 하고 수많은 장애물과의 대결을 통해 자신의 욕망과 목표를 이룬다. 간혹 이루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문학 속 주인공의 도전은 우리에게 커다란 교훈을 준다.
살다 보면 방향을 잃고 넘어지고 막다른 골목에 주저앉아 한없이 절망할 때가 있다. 어깨의 짐은 무겁고 더 이상 희망은 없어 보일 때도 있고, 주위에 아무도 없다고 느끼는 때도 있다. 그래도 우리는 삶이라는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내 삶의 서사는 그 무엇에도, 그 누구에게도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넘어지면 일어나고, 길을 잃었으면 길을 내고, 막다른 골목이면 돌아가야 한다. 스스로 희망이 되는 삶의 주인공이어야 한다. 때론 견디고, 때론 눈물을 삼키고, 때론 도전하면서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내 삶이라는 서사에서 주인공인 나의 책무이자 사명이다.
만만하지 않은 하루하루의 현실에는 언제나 푸른 들판의 따스한 바람과 아름다운 장미가 나를 반겨주지 않는다.
그 무엇에도 매몰되지 않는 내 삶의 매력적인 서사는 주인공 ‘나’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