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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없이는 빛을 안을 수 없다

- 일상 에세이

by 흰칼라새


그림자가 없다면,

빛은 평소 느끼지 못하는 공기처럼

우리 곁을 무심히 지나갈 뿐,

눈부심도 따스함도 되지 못할 것이다.


어둠을 지나온 사람만이

작은 불빛 하나에도 감동할 수 있다.

외로움을 견뎌본 사람만이

손을 내미는 따뜻함에 눈물짓는다.

슬픔을 이겨낸 사람만이

작은 기쁨에도 감사할 줄 안다.

실패를 안아본 사람이야말로

성공의 떨림을 깊이 이해한다.


그러니 우리는 우리의 그림자들을

부끄러워하지 아야 한다.

그것은 우리가 빛을 알아보게 해 준

소중한 흔적들이다.


빛을 안는다는 것은

찬란한 순간만을 품는 일이 아니다.


때로 쓰라린 시간,

외면하고 싶었던 순간,

길을 잃었던 나를 함께 껴안는 일이다.


그림자가 있는 곳에서

빛은 더욱 아름답게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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