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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기쁨이 큰 슬픔을 견디게 한다

-일상 에세이

by 흰칼라새

어릴 적에는 부모님의 까꿍에 깔깔거렸고, 부모가 돼서는 아이의 재롱에 웃었다.


조금 커서 장난치다가 선생님에게 혼나도, 비 오는 날 흙탕물에서 놀다가 엄마에게 혼나도 친구와 눈 마주치며 깔깔거리고 웃었다.


우유 훔쳐 먹은 걸 선생님에게 걸리고, 성적표 조작한 것이 들통나서 혼났을 때는 오히려 내내 숨죽였던 마음이 후련해져서 웃었다.


대학 입학 스트레스에 웃음기 사라지고, 성적으로 인성을 판단하는 초상집 같은 분위기에서도 "장사 집과 컵라면은 역시 육개장이야!"라는 친구의 농담에 면발을 튀기며 웃었다.


연애는 해야겠고, 능력과 가진 것은 없어 당시 드라마인 '별은 내 가슴에'에서 안재욱과 차인표의 말발이라도 따라 하려고 아내에게 뜬금없이 '널 갖고 싶어' 했다가 침 튀기며 웃는 그녀와 덩달아 웃었다.


직장에서 월급이 욕값까지 포함된 것임을 알게 되고 눈치 밥 먹는 것에 긴 한숨을 쉬다가도 웃는 가족을 보면 나도 모르게 웃었다.


돌아보니, 문득 환하게 웃는 작은 기쁨 하나가 힘겹고, 절망스럽고, 슬펐던 많은 시간들을 견디게 해 주었다. 내가 살아온 시간이 되고, 삶의 길이 되었다.


​환하게 웃는 순간이 언제 올지 모르니 마음을 좀 비워둬야겠다. 불현듯 그 순간이 오면 가장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일 수 있도록.


작은 기쁨이 큰 슬픔을 견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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