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삿갓보이 Dec 06. 2023

한국인 16.

동굴, 나눔의 시작



두 발로 걷기 시작한 원숭이 한 무리는

나무를 더 이상 탈 수가 없었다.

추위와 포식자를 피할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했다.

사실, 그들의 선대는 나무 위에만 산 것은 아니었다.

가끔 동굴에서 몇 개월간 머물렀던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은 동굴들을 찾아다녔다. "한 공간"이란 이라는 것이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그전에는'나무 위"라는 "곳"이었을 뿐이었다.

이렇게, 동굴이라는 주위가 닫혀진 "공간"이 그들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동굴의 벽에는 밖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그리고 써서

서로 나누는 지식의 담벼락이 되었고,  

서로 모여 앉아 몸짓 발짓 그리고 소리로 음식을 배분하며 그것의 개수도 정했다. 때로는 고함을 지르며

불공평을 외치기도 했다.


동굴 안에서  병든 자를 지켜봤고 그 고통의 신음소리가 동굴의 벽을 타고 메아리처럼 울리기도 했다.

고통이란 게 뭔지,  나무 위에서는 전혀 듣지 못했던 소리들을 동굴의 벽을 타고 울렸다.

나 또 한 저런 고통을 느낄 것이라는 공포를 처음으로 느꼈다. 그리고 마침내, 죽은 자도 같이 지켜봤다.  

그 기이한 낯선 슬픔 같은 느낌에 같이 모여 같이 시체를 동굴밖으로 치우기도 시작했다.

동굴을 타고 울리는 신음에 먹을 것을 주던 그 자신의 시간들이 그런 슬픔의 느낌을 만든 것이다. "


인류학자들은 원숭이 들도 여름에 더위를 피해 동굴에 두세 달 머무는 것을 관찰하였단다.

하지만 그것은 "머묾" 일뿐 "산다"는 개념은 아니었단다.


하지만 "동굴에 고정적으로 산다"는 것은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해 준 시작이었다고 말한다.

동굴을 그냥 "원시 쉼터"라고만 보지 않는다.


그리고 "동굴" 이 선물해 준, 가장 획기적이며 우리를 인간으로 진화하게 할 수 있었던 기능은.


지식을 나눌 수 있는 공간.

"벽"을 제공해주었던 것이다.


이게 인류시초의 공간이자 건축이다.


가끔,

"건축은 무엇입니까? "

"공간은 무엇입니까?"

라고 많이 묻곤 하는데, 굳이 그리스어를 인용하며, 형이상학적일 필요 없다.


"동굴"이 건축과 공간의 원형 archetype이다.

그래서 그냥, "동굴"이라 답하면 된다.

그리고 "동굴"이 우리에게 무엇을 주었는지,

충분히 실증, 설명 가능하다.


그 시초의 기능이 현재 분산되고, 분리되었을 뿐

만년이 지난 지금도 변화 없다.


지식.  Knowledge

회의.  Meeting

제례.  Ritual

음식.  Food

질병.  Pain

 

만년이 지난 후인데도,

동굴에서 모여했던 것들은 아직 우리에게 그대로 있다.

그것의 공간들이 분리와 결합을 반복했을 뿐.


만 년 후에도 그대로 있을 것이다.


지금,

페북의 담벼락에 우리가 하고 있는 것도

만 년 전 동굴벽에서 했던 것과 본질은

결코 다르지 않다.


다만, 슬픈 것은 만 년 전의 포식자는 사라졌지만,

우리의 포식자는 우리 스스로가 되었다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한국인 15.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