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대략 1970년대, 타잔이라는 주말 시리즈가 인기였던 적이 있었다.
백인 아저씨가 팬티만 입고 왜 아프리카 밀림에 살았는지는 아직도 이해가 안 되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항상 마지막은 타잔이 식인 원주민과 싸워 이기는 걸로 끝난다. 주인공은 결코 죽지 않는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대부분 이렇게 전개된다.
타잔이 식인 원주민과 보트 위에서 격렬하게 싸워 이기고 나면,
폭포 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면서 보트는 점점 빠르게 폭포 쪽으로 떠내려간다.
살겠다고 강으로 뛰어내릴려니, 근처에 있는 악어들이 떼로 몰려온다.
보트가 막 폭포에 떨어지기 직전에 타잔은 강으로 뛰어내리고,
악어보다 더 월등한 수영 실력으로 강가로 아슬하게 헤엄쳐 나온다.
악어 한 마리 정도는 가볍게 처리한다. 밀림에 있는 나무줄기를 타고 식인 원주민이 있는
마을을 코끼리 떼로 공격하여 친구를 구출하는 게 마지막 장면이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보트 위에서 싸워 이기는 것도 쉽지 않고, 설사 운 좋게 이긴다 해도,
가만히 있으면 폭포로 떨어져 죽을 듯하다. 보트에서 뛰어내려 악어를 피해 강가로
살아 나가는 것도 싶지 않은 선택이다. 실제 그 상황이면, 참 난감한 선택이다.
아마도 폭포에서 떨어져서 운 좋게 살아나는 걸 선택할 듯하다.
요즘 돌아가는 경제 상황이 그런 듯하다. 특히, 자영업자들에게는.
영업을 계속하면 적자고, 폐업을 하려니 은행에서 빌린 대출은 다 갚아야 폐업이 된단다.
참 환장할 노릇이다. 정부에서 주는 지원금으로 언제까지 건물주에게 월세만 내야 하는지.
운 좋게 다시 경기가 살아나면 이제껏 밀린 모든 빚을 다 갚을 수 있다는 꿈을 꾸지만,
사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