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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집이란?

by 박프로 Mar 06. 2025

요즘 부동산 아니, 아파트값 폭등으로 연일 시끄럽고, 누군가에겐 속상한 시절이다. 모였다 하면 누구는 서울 어디 아파트를 사서 얼마나 올랐네, 우아! 부럽다 하면서 속으론 나는 왜 영끌해서 질리지 못했나 하는 속상함을 숨기려 하지만 얼굴에는 다 드러난다.


누군가는 집은 사는 것(To buy)이 아니라, 사는 곳(To live)라고 한다. 내가 보기엔 한국인에게 집은 파는 것(To sell)인 듯한다. 집값이 올라서 좋다는 건 결국, 언젠가는 비싼 값에 팔 수 있어서 좋다는 것이지, 설마 살면서 세금을 많이 내게 돼서 뿌듯하다는 생각은 아닐 것이다. 결국 우리에겐 평안히 쉴 자기만의 집은 없는 듯하다. 결국 언젠가는 팔고 나가야 되니.


오래간만에 동창 모임에 나가면, 흔히들 물어본다. 어디 사시냐. 그냥 할 말이 없어서 물어볼 수도 있고, 대화를 이어 나가기 위해 예의상 나누는 주제다. 하지만 어디에 사는가에 따라 상대방의 부를 나름 판단하려는 것은 나만의 생각이 아닌 듯하다. 하기사 요즘은 차(車)로는 판단하기 어려우니,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국인에게는 아파트로 나름 객관적으로 보려는 듯하다. 전국의 아파트 시세를 다 외우고 있는 듯하다.  



순서가 되어 내가 사는 곳을 알려주면 대부분 어리벙벙해한다. 컴퓨터가 무한 계산을 하는 듯하다. 아파트가 아닌 주택은 시세를 잘 모르는 듯하다. 정확하는 자기보다 비싼 집에 사는지 아닌지가 판단이 안 서는 듯하다. DB에 아파트 시세만 있으니 그 기준에서 이해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어릴 때  즐겨 부른 남진의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결혼할 때, 그게 꿈이었다. 예쁜 딸이 2층에서 계단으로 사쁜 사쁜 내려오는. 이런! 쿵쿵거리면서 내려온다. 다행히 층간 소음으로 머리 아플 일은 없다. 


방문한 사람들은 다들 부럽다고 한다. 마지막엔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 물어본다. 시세와 가격은 올랐는지. 히한한게 아파트는 골동품도 아닌데 계속해서 가격이 올라가는데, 주택은 감가상각이 되어서  잘 되어야 가격 유지라고 얘기해 준다. 그러면 대개 다행이다. 역시 우리의 선택이 맞았어하는 눈치다.

 


사실, 아파트는 주거 공간의 역할과 더불어 자산 축적의 역할을 하는 수단이다. 특히, 최근 30~40년 동안 경제 성장기 동안 불어난 자산을 축적하기에 이만한 게 없었던  듯하다. 특히, 정형화되어 비교가 가능한 큼직한 돼지 저금통 이랄 수 있다. 그러니 개성이 있는 구조는 안될 말이다. 시장에서 비교 가능해야 한다.


집은 같이 사는 식구들에게 추억을 제공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애들에게 "너 거기서 뭐 했을 때"라고 할 게 있어야 되는데. 재테크를 위해 아파트에서 또 다른 아파트로 이사를 하니, 동네 골목에 대한 추억은 차지하고도, 거기가 거긴 듯하다. 이렇게라도 해야 안 오른 집값에 대한 위안이라도 될 듯하다.


두 발 자전거가 쓰러지지 않으려면 페달을 밝아 계속 굴러가야 한다. 내리막길은 상관이 없겠지만, 오르막이면 얘기가 달라진다. 얼마간은 힘들지만 조금만 가면 내리막이 나올 거란 희망을 가지고 참아 보겠지만, 이런 계속 오르막이다. 어쩔 수 없다. 사실 우리는 계속해서 내리막으로만 달려왔던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쭉~ 계속해서 오르막인 듯하다. 



이제껏 내가 열심히 페달을 밝아서 굴러온 것이라 생각했는데, 사실은 오랫동안 내리막 길을 쉽게 지나온 듯하다. 내려온 만큼 올라가야 되는 게 자연법칙인데. 전동 킥보드라도 하나 사둬야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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