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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미래 : 탈석유화 전략과 전략적 파트너십

[방구석5분혁신.세계]

중동 지역은 리야드, 두바이, 아부다비를 중심으로 탈석유화 전략과 경제 다각화를 추진하며 국제적으로 새로운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려 노력 중이다. 특히,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개선, 이란과 아랍 국가들 간의 긴장 관계, 그리고 미국의 외교 정책 전환 등은 중동 지역의 안보와 경제 전략에 새로운 도전을 요구하는 주요 이슈들이다. 변화하는 국내외 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지역 안정과 경제 발전을 추구하는 중동. 이러한 노력은 장기적으로 지역 내외의 투자자와 기업가들에게 중요한 기회와 도전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전통적으로 석유 자원에 크게 의존해왔던 중동 지역이 최근 탈석유 산업다각화 전략을 적극 추진 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UAE와 같은 국가들이 중심이다. 상황은 만만치 않다. 국내 기업 환경과 노동 시장 변화 같은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어서다. 미국의 외교 정책 전환과 글로벌 안보 환경의 변화도 중동 지역의 경제 및 안보 전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중동의 탈석유화 전략, 전략적 파트너십, 그리고 이에 따른 국제 정세의 변화와 중동 국가들의 대응 전략을 살펴본다. 서강대 유로메나 연구소 박현도 교수가 길잡이다.

 

▶ 중동 경제 재편: 사우디, 카타르, UAE의 탈석유 전략


탈석유! 화석연료 중심의 경제 체제를 재편하기 위한 세계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러한 변화 속, 우리가 주목해야 할 중동 지역 핵심 국가들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레이트(UAE)이다. 


이 중 사우디아라비아는 가장 중요한 시장이다. 인구 구조 때문이다. 사우디의 전체 인구는 대략 3,500만 명이다. 이 중 약 2,500만 명이 자국민이고, 1,000만 명이 외국인이다. UAE는 주로 두바이를 중심으로 금융 활동이 이루어진다. 전체 인구는 1,000만 명에 달한다. 그중 900만 명이 외국인이다. 약 350만 명의 인도인이 거주하고 있어, 두바이는 '인도의 가장 큰 도시'라 불리기도 한다. 카타르는 전체 인구 250만 중 자국민 인구가 30~40만 명에 불과하다. 시장으로서의 매력은 제한적이다. 


▶ 두바이와 리야드: 중동 경제 리더십을 위한 경쟁의 격화


지금까지 금융 중심지인 UAE, 특히 두바이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었다. 두바이는 탈화석연료 정책을 가장 먼저 도입하고 성공적으로 실행한 모범 사례다. UAE는 7개의 연방으로 구성된 국가다. 외교와 국방을 공동으로 수행한다. 대통령국은 아부다비이고, 총리국은 두바이다. 아부다비는 UAE에서 가장 넓은 지역을 차지한다. UAE에서 생산되는 석유의 95~96%가 아부다비에서 나온다. 두바이에서 생산되는 석유는 전체의 4%밖에 되지 않는다. 두바이가 금융 분야에 집중했던 이유다. 1960년대 이후 중동의 선진 금융 중심지는 쿠웨이트였다. 쿠웨이트가 주춤하는 사이 바레인이 부상했다. 이후 두바이가 중동의 금융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두바이가 금융과 부동산 분야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많은 이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현재 두바이는 해당 분야의 선두주자다. 바레인이 그 뒤를 이어가려 노력 중이다. 바레인은 금융 분야 중에서도 핀테크에 주목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한편, 두바이는 사우디아라비아, 특히 수도인 리야드의 빠른 발전에 주목하고 있다. 리야드의 성장 속도는 놀라울 정도다. 두바이도 손 놓고 있을 수 없다. 두바이는 2023년 초에 10년 계획을 발표했다. 2033년까지 현재 규모의 두 배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다. 두바이와 리야드 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 중동 국가들의 탈화석연료 전환: 의지와 현실 사이


탈화석연료 시장으로의 전환? 사실 두바이는 큰 관심이 없다. 두바이는 원래부터 석유에 크게 의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UAE가 탈화석연료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까? 아직 불투명하다.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아서다. 이 국가들은 전 세계적인 탈화석연료 추세에 부응하려 노력 중이지만, 실제로 석유와 가스 없이 경제가 돌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던진다. 


이들은 석유와 가스 사용량을 40%만 줄여도 성공이라 여긴다. 100% 탈화석연료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석유와 가스를 생산하는 쪽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산업 다각화에 대한 관심은 있지만, 화석연료를 완전히 포기하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참고로, 2022년 통계에 따르면, 중동 지역의 석유 확인 매장량은 전체의 55.7%다. 가스 매장량은 39.2%를 차지한다. 


▶ 미국의 새로운 군사 전략: 글로벌 안보 환경과 '세 개의 나토'


작금의 세계 질서에서 미국이 직면한 주요 문제는 러시아, 중국, 이란 세 나라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 간의 냉전이 시작되었다. 이후 중국의 부상으로 국제 정세는 더욱 복잡해졌다. 여기에 하나 더! 이란까지 가세했다. 중국, 러시아, 이란은 상하이협력기구의 회원국들이다. 상하이협력기구는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정치·경제·안보 협의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의 계획은 ‘세 개의 나토(NATO)’ 구성이다. 첫 번째는 유럽의 ‘웨스턴 나토’다.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다. 아직 구성되지는 않았지만, 두 번째는 ‘아랍 나토’로 이란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웨스턴 나토와 러시아 간의 충돌이 바로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도 그런 맥락에서 보면 단순히 이스라엘 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속적으로 미국과 이란 간의 확전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나온다. 이러한 국제적 긴장 상황은 결국 팔레스타인 문제로 귀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동아시아 나토’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 일본과 연대하고 있다.


▶ 러시아와 중동: 군사적 지원과 외교적 협력의 교차점


러시아와 중동 관계도 톺아보아야 한다. 러시아는 중동 지역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시리아에 관심이 많다. 시리아 내 러시아의 해군 및 공군 기지는 중요한 전략 자산이다. 이슬람 근본주의 기반의 테러단체 IS 격퇴와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지지에 있어 러시아의 역할은 결정적이었다. 


러시아와 이란의 관계도 긴밀하다. 역사적으로 양국 간의 관계는 복잡했다. 미국의 대 이란 압박 정책이 이들의 협력을 가속화시켰다. 이란 내 개혁파 세력은 기본적으로 친미 친서구 성향이다. 하지만 상하이협력기구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러시아에 대한 이란 국민들의 호감은 그리 높지 않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을 때, 이란 국민들의 러시아 비판 여론은 이런 시각을 반영한다.


▶ 이란과 사우디: 중동 지역 패권을 둘러싼 긴장과 경쟁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를 위시한 아랍 국가들 간의 관계는 긴장 상태다. 이란은 중동 지역에 혁명을 수출하려 한다.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가 좋을 수 없다. 특히 사우디는 이란을 정상적인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란도 사우디아라비아를 제대로 된 이슬람국가가 아니라고 여긴다. 엎어야 할 국가인 거다. 빈살만 왕세자 등장 이후 수세에 몰려있던 사우디는 이란에 대한 반격을 강화했다. 미국의 트럼프와 손 잡고서다. 하지만 이란이 구축해 놓은 저항의 축이 크고 강하다.


이란은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을 포함한 '초승달 지역'을 통해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 지역을 통해 이란은 지중해에 이르는 연결고리를 확보하고, 호르무즈 해협과 페르시아만을 통해 전략적 위치를 강화하고 있다. 이란은 예멘 북부의 후티 반군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이란의 영향력은 지중해에서 홍해에 이르는 넓은 지역에 걸쳐 있다. 중동 지역에 구축한 이란의 저항축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의 복잡한 관계는 오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다. 단순한 지역 패권 경쟁을 넘어 종교적, 정치적 양상을 띤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수니파 이슬람의 극단주의를 대표하는 와하비즘의 본거지다. 이란은 시아파 이슬람 12이맘파의 중심지다. 양국은 각각 이슬람 세계 내에서 종파적 대표성을 주장한다. 이러한 종교적 차이는 신앙의 문제를 넘어 국가 간의 정치적 대립으로 이어진다. 특히, 이란의 핵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우려는 국제적인 긴장 원인 중 하나다. 이란은 서방, 특히 미국으로부터의 경제 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그 잠재력은 높다. 사우디의 3~5배에 달한다고 평가되는 등, 두 국가의 실질적인 국력에서도 차이가 드러난다.


▶ 중동 안보의 새로운 도전: 이란의 영향력 확대와 GCC 국가들의 대응


이란은 원래 친미 국가였다.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을 기점으로 반미로 돌아섰다. 같은 해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면서 미국은 커다란 전략적 자산을 연이어 잃게 됐다. 자연스레 페르시아만 지역의 안보가 걱정거리로 떠올랐다. 이에 미국은 1980년 1월, 페르시아만 지역을 미국의 에너지 안보와 국익에 매우 중요하다고 선언하며, 필요시 군사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카터 독트린을 발표했다. 이 독트린에 따라 미국은 페르시아만 안보를 책임져왔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안정적으로 석유를 수입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2019년 9월, 사우디아라비아 유전 2개가 폭파됐다. 사우디가 하루에 생산하는 석유가 1,000만 배럴인데 500만 배럴이 날아갔다. 후티 반군의 소행이었다. 후티 반군 뒤에는 이란의 드론 기술이 있을 거라 추정됐다. 카터 독트린에 따라 미국이 개입해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가 군사 지원을 요청하면 도와줄 수 있지만,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우디 입장에서는 환장할 노릇이었다. 


사우디 혼자서는 후티 반군이 버겁다. 2014년 9월, 후티 반군은 예멘 정부를 무너뜨렸다. 이에 대한 응징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2015년 3월 여러 아랍 국가들과 함께 공습을 시작했으나, 이기지 못했다. 결국 휴전 상태다. 사우디는 더 싸우려 해도 싸울 수가 없다. 사우디는 네옴 프로젝트를 포함한 대형 사업들을 진행 중이다. 사우디 정부의 비전 2030 정책의 일환이다. 석유 의존 경제에서 벗어나려는 목적이다. 만약 후티 반군이 이러한 사업 현장에 미사일을 발사한다? 사우디의 탈화석연료 산업 다각화 계획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 밖에.


미국은 후티 반군의 과격한 행동이 항해의 자유를 위협한다며 아랍 국가들의 협력을 요청했다. UAE와 사우디를 포함한 아랍 국가들의 대답은 ‘No’였다. 오히려, 가자 지역에 대한 인도적 지원 허용과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 중단을 제안했다. 이것만 이행된다면 후티 반군 역시 공격을 중단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아랍 국가들은 후티 반군과의 갈등이 경제 발전에 방해가 된다고 보고, 이 문제에 깊이 개입하기를 꺼린다. 결과적으로, 미국과 영국만이 후티 반군 대항에 나섰다. 이들이 후티 반군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로 인해 중동 지역은 안보에 큰 구멍이 생겼다. 특히 GCC(걸프협력회의) 국가들에게는 큰 우려다. GCC 국가들은 아랍에미레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쿠웨이트, 바레인, 오만, 6개국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국가는 공통적으로 아랍어를 사용하고 이슬람교를 믿으며, 이란에 대한 견제를 위해 협력하고 있다. 이 나라들의 인구와 국민소득은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석유와 가스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로 인해 현재 산업 다각화를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의 군사력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이란과의 전면전에 필요한 군사력을 갖추지 못했다. 중동 국가들은 쿠데타의 위험 때문에 군대에 대한 투자를 제한해왔다. 그나마 현재 UAE가 징병제를 도입하는 등 군대 강화에 나서고 있다. 지역 안보에 대한 우려가 가중되는 이유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재임 시절, 미국은 이란 감시 목적으로 고가의 글로벌 호크 정찰기 드론을 날려보냈다, 이란 영공 침범으로 드론은 이란에 의해 격추당했다. 이란에 대한 미국의 보복 가능성이 제기됐다. 전쟁 가능성이 따라서 높아졌다. 하지만 이란의 모 싱크탱크는 전쟁 가능성을 일축했다. 트럼프가 이란과 전쟁을 벌이려면 100만 명의 지상군이 필요하며, 이는 미국이 전 세계에 흩어진 미군을 중동으로 집결시켜야 함을 의미한다. 혹여 그랬다가는 그 힘의 공백을 러시아와 중국이 가만히 두고 보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었다. 


▶ 중동의 차가운 평화: 사우디와 이란의 복잡한 외교 복원


2023년부터 중동은 '차가운 평화(Cold Peace)' 상태로 전환됐다. 2016년 오바마 대통령이 권고한 바다. 7년간의 갈등 끝에 사우디아라비아는 결국 이란과의 외교 관계를 복원했다. 복원 과정에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이 후티 반군의 활동을 제어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란은 후티 반군과 무관함을 주장하며 거부했다.


이후 사우디아라비아는 경제 관계를 통해 이란을 사우디의 영향력 아래 두려는 전략을 취했다. 돈으로 묶어 놓겠다는 생각이었다. 이란도 거부할 이유가 없다. 서방과의 경제 관계를 통해 제재를 어렵게 만들려는 이란의 전략과도 맞닿아 있어서다. 


현재 중동 지역의 긴장 상태는 다양한 전선에서 복잡하게 얽혀 있다. 특히 이스라엘과 하마스와의 충돌이 끝나면 발생할 수 있는 시나리오에 주목해야 한다. 전쟁이 종결되면, 팔레스타인 국가 설립 가능성이 높아질 거다. 이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간의 관계 개선으로 이어진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협력은 양국에게 상당한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다. 특히 이스라엘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손잡음으로써 다양한 전략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사우디의 군사 기지를 사용해 이란을 타격할 수 있다. 이란의 북쪽에 있는 아제르바이잔을 통한 군사 공격도 가능하다. 이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수 있는 거다.


한편, 미국과 이란 간의 확전은 중동 지역의 안정성을 크게 위협한다. 이란이 대응에 나설 경우,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을 향한 미사일 공격이 가속화될 것이다. 지역 전체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소다. 아랍 국가들은 전쟁 상황에 개입하기를 꺼리는 건 그래서다. 누구 편도 들 수 없다. ‘전쟁은 전쟁, 경제는 경제’라며 중립을 유지하고 있다. 


▶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중동 안보의 새로운 전략적 동맹


사우디와 이스라엘 간의 관계는 중동 지역의 안보 및 외교 정책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사우디는 미국의 지속적인 권유와 압력 속에서 이스라엘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이 구상하는 ‘아랍 나토’의 기반이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이를 자국의 안보를 강화하고 이란과의 관계도 균형있게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에 세 가지 주요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첫째,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용납할 수 없으며, 이란이 핵을 개발할 경우 사우디아라비아도 핵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으로부터 핵 농축 권한을 얻으려 한다. 중동 지역 내 핵 도미노 현상을 촉발할 수 있는 민감한 문제다. 둘째, 사우디는 미국에게 첨단 무기 공급을 요구하고 있다. 이스라엘과의 약속에 따라 미국이 이스라엘에게만 최고의 무기를 공급하던 관행에 대한 도전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동등한 수준의 무기를 구매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한다. 이스라엘의 안보 우려와 직결된 문제다. 셋째, 사우디는 미국과의 방위 조약 체결을 원한다. 이 조약은 사우디아라비아가 공격받을 경우, 미국의 군사적 지원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미국 의회의 승인을 필요로 하는 어려운 과제다.


이 세 가지 요구사항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중동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탈석유 및 탈화석연료에 대한 국가 전략을 추진하는 것과 이어져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29년 동계아시안게임, 2034년 월드컵, 2040년 엑스포 등 대규모 국제 행사들을 앞두고 있다. 안정적인 지역 환경이 필수적이다. 전쟁이 일어나면 모든 게 끝인 거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는 한국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동 지역의 안보 상황에 대한 한국의 기술 및 군사적 지원을 포함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입장에서는 중국은 부담스럽다. 일본은 까다롭다. 반면, 한국의 유연성과 기술 이전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 한국과의 협력을 선호하는 이유다.  이러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외교 및 안보 전략은 중동 지역의 복잡한 정세 속에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 미국의 외교 정책 전환과 중동 국가들의 탈석유 산업 다각화


중동은 석유 저장고다. 미국이 그동안 중동에 개입했던 이유다. 1997년 셰일 에너지 혁명 이후, 미국은 세계 최대의 가스 생산국이자 석유 생산국으로 급부상했다. 중동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급격히 감소할 수밖에. 미국의 외교 정책 또한 바뀌었다. 중동에서 중국으로 초점을 옮기는 '피봇 투 아시아(Pivot to Asia)' 전략이다.


이 변화는 중동 국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2015년 이후 UAE와 사우디아라비아는 탈석유 산업 다각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중동 국가들은 젊은 인구가 많아 고용 확대가 필수적이다. 특히 사우디는 35세 이하 국민이 전체 인구의 67%를 차지한다. 외국 기업이 사우디에 진출할 때 젊은 현지 인력 고용을 독려하고 촉진하는 이유다. 여성의 사회 참여 확대도 중요한 변화 중 하나다. 사우디는 종교적 제약을 완화하여 여성의 운전과 공공 활동 참여를 허용하는 등 일련의 사회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사우디의 주요 프로젝트 중 하나가 관광 산업 활성화다. 수도 리야드를 방문하는 관광객을 1억 명으로 늘리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금융 분야에서는 두바이와 리야드가 중동 금융 허브로서의 지위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 두바이의 성공적인 모델을 본뜨려는 사우디의 노력은 중동 지역의 금융 산업 발전에 중요한 변화를 예고한다. 이 모두 GCC 국가들 간의 경쟁을 촉진하는 변화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카타르 등은 경제와 안보에서는 긴밀히 협력하면서도 국제적으로는 서로 경쟁하고 있다. 중동 지역의 긍정적인 발전으로, 각국이 서로를 뛰어넘으려는 노력이 지역 전체의 성장을 촉진하고 있다.


두바이는 최근 러시아 부호들의 투자로 경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두바이가 더 발전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경제 실용주의와 아랍-이스라엘 간의 관계 개선이 전제조건이다. 실제로, 2002년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 국가 설립을 조건으로 모든 아랍 국가들과의 수교를 제안했다. 이스라엘은 이 제안을 거부했다. 네타냐후는 선후를 바꾸어, 팔레스타인 국가 설립 이전에 아랍 국가들과의 평화 구축을 먼저 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러한 배경 하에, 미국은 아랍 국가들, 이스라엘, 유럽과 함께 인도-중동-유럽 경제 회랑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단순히 물건만 오가는 게 아니다. 인적 자산을 포함해 정보와 통신 등 다양한 자산들이 오갈 거다. 훈풍이다. 그만큼 전체적인 중동 분위기는 지난 20년 이래 가장 평화롭다. 


▶ 하마스-이스라엘 충돌: 이스라엘과 사우디 협력의 부수적 결과


이란은 최근 이란을 방문한 외국 대표단에게 이스라엘과 사우디 간의 수교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이스라엘을 비유적으로 언급하며, 이스라엘과의 관계에 대한 이란의 불편한 입장을 숨기지 않았다. 이란과 사우디 간에 복원된 외교 관계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와 대화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10월 7일 발발한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충돌은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손잡는 것에 대한 하마스의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협력이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전제로 할 경우, 하마스는 이 과정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지고 있다.


이스라엘과 사우디 간 수교는 중동 지역 정세에 큰 변화를 가져올 거다. 이 과정에서 하마스와의 충돌은 중요한 변수로 남아 있다. 미국의 역할과 이란의 대응 전략은 이 지역의 미래 평화와 안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미국, 러시아, 중국: 복잡한 국제 정세 속 전략적 우위 모색


미국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충돌을 종료시킬 수 있는 유일한 국가다.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공급을 중단하면 된다. 하지만, 여러 상황상 그러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낮다. 그럼에도 이란과 미국은 결코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 대화를 통해 긴장 완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모든 협상 안건이 잘 풀린다는 전제 하에 3월 라마단 시작 전 전쟁이 끝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종전에 있어 시간은 이스라엘 편이다. 하마스 대비 전략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미국 대비 전쟁을 바라보는 정치적 상황도 일관되고 안정적이다. 그러니 잃을 게 없다. 미국 대선 결과에도 크게 연연하지 않는 태도다. 이스라엘이 느긋한 반면, 미국은 다소 급한 상황이다. 대선이 코 앞이라 여론도 살펴야 한다.


시선을 돌려보자.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결 시기에 대해서는 확실한 예측이 어렵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은 소모전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병력과 대포 수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러시아가 결국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심스레 3월 종전을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다.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 대학 교수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후에도 러시아를 인정하지 않고 지속적인 압박을 가할 것이라 우려한다. 미국은 러시아와의 갈등을 빨리 마무리 짓고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게 미어샤이머 교수의 이야기다. 러시아와 중국, 두 전선 모두에 집중하려다 보니 효과적인 대응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하마스와의 전쟁까지 겹치며 미국의 외교 전략에 세 개의 전선이 열렸다. 미국의 외교적 노력과 군사적 자원이 분산되는 상황. 미국이 향후 중국과 쉽지 않은 싸움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미국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와 중국 사이의 관계를 약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처한 현실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런가 하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책을 주도하는 알렉산드르 두긴은 극우적 성향의 인물로, 그의 궁극적 목표는 미국의 멸망이라고 한다. 이러한 배경 하에, 일각에서는 러시아를 미국의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보는 미어샤이머 교수의 견해와 달리, 러시아 내부의 강력한 반미 감정으로 인해 러시아가 미국 편에 설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


결국, 미국의 외교 정책은 중동과 우크라이나, 그리고 중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역에서 복잡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미국이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할 중요한 과제들이다.


▶ 리야드, 두바이, 아부다비: 중동 경제 변화의 중심축


현재 중동 지역은 이러한 국제적 긴장 상태에 가능한 한 끌려들어가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특히, 이란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도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참고로 중동과 러시아는 시차가 없거나 매우 작다. 양 지역 간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더욱 용이하게 만드는 요소다.


중동 지역은 급속한 변화를 겪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는 리야드, 두바이, 아부다비가 있다. 이 세 지역은 중동의 경제적 변화와 발전의 핵심축을 이루고 있다. 투자자와 기업가들은 이 지점들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체크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리야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제 다각화 및 비전 2030 프로젝트의 중심지로, 두바이는 글로벌 무역과 금융의 허브로, 아부다비는 에너지와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중동 지역의 급변하는 정세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 개선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이란과의 관계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의 관계 개선이 이란과의 긴장 완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란 역시 중동 지역 내에서 중요한 시장으로 부상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지정학적 변화는 중동 지역의 미래 투자 전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란을 포함한 중동 전체 지역에 대한 신중한 접근과 준비가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현지 유력 싱크탱크와의 지속적인 대화와 협력은 중요하다. 향후 중동 시장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다. ⓒ혁신가이드안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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