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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5분혁신=안병민] 2025년, 새로운 변화가 시작됐다. '조용한 사람들'이 세상의 중심에 섰다. 내향적 리더들이 테크 산업을 이끌고 있다. '조용한 소비'와 '콰이어트 럭셔리'가 뜨고 있다. '뉴머니'로 향했던 관심이 이제는 '올드머니'로 향한다. 인구 구조 변화도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낸다. 외향적 성향이 지배하던 시대가 끝나간다. 내면의 가치와 고요한 리더십이 주목받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트렌드 전문가 김용섭 소장이 말하는 라이프 트렌드 '조용한 사람들'이다.
트렌드는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다른 각도에서 보는 것이다. 기존의 정답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거나, 익숙한 것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트렌드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변화'다. 변화 자체가 트렌드의 핵심이다.
▶조용한 혁명: 내향적인 사람들이 주도하는 시대
2025년, 트렌드의 중심에는 '조용한 사람들'이 있다. 과거엔 외향적인 사람들이 유리했다. 그들이 더 벌고, 더 팔고, 더 빨리 승진했다. 이제 내향적인 사람들의 시대다.
‘조용함’이 트렌드다. '외향인 시대'에서 '내향인 시대'로의 변화다. 2025년, 이들이 변화의 선봉에 섰다. 조용한 소비와 조용한 문화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용한 사람들은 더 이상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변화의 핵심 주체로서 사회적,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의 욕망과 행동이 새로운 소비 트렌드이자 라이프스타일로 부상하고 있다.
테크 산업에서도 내향적 리더들이 부상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사티아 나델라 같은 인물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외향적 리더십 대신, 내향적 성향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업종을 불문하고 개인의 능력이 인맥보다 중요해졌다. 이 흐름은 미국에서 시작해 한국으로 확산 중이다.
외향성을 강조하던 시대가 있었다. 웅변 학원과 커뮤니케이션 교육이 유행하던 시절이다. 이제는 내향적 리더들이 창업과 리더십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 혁신을 이끌며 조직의 방향성을 깊이 있게 설정한다. 팬데믹 이후 하이브리드 근무가 늘면서 내향적 리더십의 가치가 더욱 부각되었다. 대면 커뮤니케이션보다 전략적 사고와 자기주도적 리더십이 중요해졌다. 이들은 변화된 환경에서 효과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며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다.
조용한 리더들이라고 우유부단한 건 아니다. 그들은 관계보다 업무 본질에 집중한다. 필요할 때 과감한 결정을 내린다. 2022년 빅테크의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이들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는 수만 명의 직원을 감축하며 강한 리더십을 보였다. 과거 빅테크 리더들의 취미가 주로 요가와 명상이었다면, 지금은 고강도 운동과 격투기가 대세다.
▶ '스텔스 웰스'의 부상: 조용히 즐기는 올드머니 소비
조용함은 자본 흐름에서도 두드러진다. '올드머니'와 '뉴머니'가 그 예다. 뉴머니는 창업이나 투자로 부를 쌓은 이들을 말한다. 올드머니는 태어날 때부터 부를 가진 사람들이다. 과거엔 뉴머니가 주목받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올드머니에 대한 관심이 젊은 세대 사이에서 급증했다. 경기 불황으로 부자가 될 기회가 줄어들면서다. 자연히 전통적인 부자들의 삶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소비 패턴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뉴머니는 부를 과시하려 한다. 올드머니는 드러내지 않는다. 이들의 소비는 세련되고 고급스럽다. 외적인 과시보다 취향을 중시한다. '스텔스 웰스(Stealth Wealth)'다. 조용히, 그러나 깊이 있는 소비가 새로운 부의 상징이 되었다. '콰이어트 럭셔리(Quiet Luxury)'도 같은 흐름이다. 로고가 잘 드러나지 않지만, 품질과 스토리가 깊은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 형태다. 고급스러운 가구와 일상 용품을 선택하며 조용히 즐긴다. 최근 검색 트렌드에서도 '스텔스 웰스'와 '콰이어트 럭셔리' 키워드가 급증하고 있다. 과거의 과시적 소비에서 은밀하고 세련된 소비로의 전환이 뚜렷하다.
올드머니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부를 바라보는 관점도 변화하고 있다. 단순히 부를 축적하고 소유하는 것뿐 아니라, 어떻게 부를 유지하고 즐길 것인가에 대한 철학이 중요해졌다. 이런 변화는 젊은 세대에게도 영향을 미치며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명품 소비와 고가 자동차 판매는 여전히 높지만, 젊은 세대는 더 이상 명품에 열광하지 않는다. 외적인 과시보다 내적인 만족과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 하이엔드 체어의 인기: 보여주기식 소비에서 자신을 위한 럭셔리로
하이엔드 체어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비싼 자동차나 명품은 오랫동안 주목받았지만, 가구는 그렇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하다. 가구는 자랑하기 어렵다. 차나 시계는 쉽게 드러나지만, 가구는 집 안에 머물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산층도 하이엔드 체어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소비자의 욕망이 보여주기에서 벗어나, 자신을 위한 고급스러움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변화다.
이 흐름은 ‘올드머니’ 스타일과 맞물린다. 과시적 소비 대신 조용한 소비를 추구하는 것이다. 천만 원이 넘는 의자가 잘 팔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이엔드 가구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 진출하고, 직접적인 고객 행사를 여는 것도 시장가능성을 반영한 결과다.
올해 6월, 세계 최초의 의자 전문 잡지 ‘매거진C’가 출간되었다. 배달의민족 창업자 김봉진 대표가 설립한 회사 ‘그란데 클립’이 발행한 이 잡지는 하이엔드 가구의 가치를 탐구한다. 흥미롭게도 하이엔드 체어의 상당수는 오래 된 옛날 디자인이다. 부자들이 선호하던 전통적 디자인의 의자가 이제 중산층에서도 사랑받고 있다. 소비자의 구매력에 새로운 욕망이 더해진 결과다.
'부자들의 집’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서울 서촌과 북촌의 고급 한옥에서 열리는 ‘행복 작당’ 프로그램은 사람들이 직접 한옥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초기에는 4050대 여성이 주로 참여했다. 최근에는 2030대 여성들의 참여가 눈에 띈다. 전통적 한옥과 모던한 가구가 어우러진 공간에서 진정한 부의 가치를 체험할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은 외적 과시가 아닌, 자신만의 공간을 위한 고급스러운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
▶ 조용한 소비의 시대: '내향성 경제'가 비즈니스를 움직인다
‘조용한 사람들’은 소비 패턴도 독특하다. 이들은 주로 온라인에서 쇼핑한다. 쇼핑한 물건은 집에서 조용히 소비한다. 내향적 성향이 주도하는 '내향성 경제'는 이제 소수의 현상이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집 꾸미기나 취미 생활에 대한 투자가 증가했다.
이런 변화는 ‘사운드 배쓰(Sound Bath)’와 ‘사운드 테라피(Sound Therapy)’ 같은 트렌드로 이어진다. 소리와 진동으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방식이다. 싱잉볼(singing bowl) 같은 도구를 통해 조용한 환경에서 힐링을 경험한다.
또한, ‘사일런트 워킹(Silent Walking)’과 ‘사일런트 여행(Silent Travel)’이 주목받고 있다. 명소를 찾기보다 내면을 돌아보는 여행이 중요해졌다. 단체 관광보다 솔로 여행이 증가하고, 조용한 산책로에서 자신을 성찰하는 여행이 인기를 끌고 있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자신에게 집중하는 ‘조용한 여행’은 이제 내면 성장의 여정이다.
이런 흐름은 여행 산업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웰니스'라는 개념은 육체적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 건강과 개인의 행복까지 아우른다. 과거에는 단순히 몸의 건강에 집중했다. 이제는 행복을 위한 모든 요소가 웰니스에 포함된다. 단순한 관광에서 벗어나 내면을 돌보는 여행이 주목받는 이유다.
끊임없이 소음을 만들어내는 현대사회와 ‘놓침과 잊혀짐에 대한 공포(Fear of Missing Out)’로 24시간 내내 어딘가에 접속해 있거나 접속하려는 사람들. 소음 공해와 과잉 연결이다. 조용함의 욕망이 생겨나는 건 그래서다. 가수 비욘세는 콘서트에서 '뮤트(mute)' 순간을 만들어 수만 명의 관객이 동시에 침묵을 유지하는 경험을 선사했다. 과거에는 어색했던 침묵이 이제는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 되었다. 서울에는 대화가 금지된 카페와 술집도 등장했다. 조용한 환경에서 사색하고 자신에게 집중하려는 욕망이 커지면서 인기를 얻고 있는 장소들이다. 사교 공간이 아니라 사색 공간으로서의 커피와 술집인 셈이다.
조용함은 콘텐츠 소비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극적 숏폼 콘텐츠와 달리, 말없이 진행되는 조용한 숏폼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다. 모두가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한 콘텐츠’는 내면 집중이라는 새로운 욕망을 반영한다.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회식은 사라지고, 집에서 즐긴다: 2030 세대의 새로운 소비 문화
과거엔 외향적이고 시끄러운 사람들이 소비를 주도했다. 술자리에서의 사교성이 중요했다. 회식을 주도하던 이들이 소비의 중심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2030 세대는 회식을 기피한다. 마지못해 회식에 참여하던 4050 세대도 많았다. 회식 문화가 점차 사라지는 이유다. 회식을 해도 일찍 끝내고 집으로 돌아간다. '불금'과 '불토'는 이제 옛말이다.
그렇다고 소비가 완전히 사라졌을까? 아니다. 소비 방식이 바뀌었을 뿐이다. 밖에서 술을 마시지 않아도, 집에서 고급 싱글몰트 위스키를 즐긴다. 외식 대신 음식을 배달시키고, OTT 콘텐츠를 시청한다. 과거의 소비 기준으로 현재를 해석하는 건 한계가 있다.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소비가 이끈다.
통계에 따르면, 18세에서 34세 미국 성인의 음주율은 지난 20년간 하락세다. 반면 55세 이상 성인의 음주율은 오히려 증가했다. 나이가 들수록 음주가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술을 통해 관계를 맺던 과거 세대와 달리 지금의 젊은 세대는 술 없이도 관계를 형성하고 즐거움을 찾는다. 그들의 선택은 더 이상 술이 아니다. 건강을 위한 운동이다.
요즘 20대들은 피트니스와 러닝에 집중하고 있다. 피트니스 열풍은 10년 넘게 지속됐다. 최근에는 러닝 열풍이 불고 있다. 집단에서 개인으로의 무게중심 이동 결과다. 가족, 회사, 인맥 대신 개인의 건강과 자기 관리를 중시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러닝은 이제 비싼 스포츠다. 단순히 신발만 사면 되는 가성비 스포츠가 아니다. 여러 켤레의 값비싼 러닝화를 구매해야 한다. 비싼 러닝복을 입고 크루들과 함께 뛰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과거 우리가 알고 있던 ‘아침 조깅’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욕망이 꿈틀댄다.
▶ 텍스트힙: 공항 패션은 옛말, 이제는 '공항 책'이 대세
술과 담배를 덜 하는 20대, 그러나 책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다. 책을 읽기 위해서가 아니다. 종이책을 들고 있는 모습이 멋지게 보여서다. 희소한 대상일수록 욕망은 강렬해진다. 이름하여 ‘텍스트 힙(Text Hip)’이다. 요즘 종이책을 들고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들 손에 들린 건 스마트폰이다. 종이책이 20대들에게 신기하고 멋있는 물건으로 여겨지는 건 그래서다. 디지털 세상이 일상화되면서 아날로그가 외려 힙해 보이는 거다.
이런 배경 속에서 북페어 같은 이벤트가 인기를 끈다. 2024년 서울국제도서전에는 5일간 15만 명이 방문했다. 전년도 기록을 경신했다. 연예인과 팬들 사이에서도 '공항 패션' 대신 '공항 책'이 주목받는다. 어떤 책을 들고 다니는지가 그들의 이미지를 결정짓는다. 독서 모임도 변화했다. 과거엔 모임 후 술자리를 통해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지금은 책 이야기만 하고 헤어진다. 나이와 직위는 중요하지 않다. 오직 책에 대해 이야기한다. 독서를 통해 관계와 취미를 만드는 거다.
책에 대한 이런 열광에도 불구하고 실제 책 판매량은 저조하다. 아이러니다. 책 대신 잘 팔리는 게 있다. 책 모양의 장식용 박스다. 책에 대한 욕망은 높아졌지만, 그 욕망은 독서에 대한 것이 아니다. 책을 통해 만들어내는 나의 이미지다.
▶ AI로 무장한 솔로프러너와 기업의 인재전략
‘솔로프러너(Solopreneur)’는 'Solo'와 'Entrepreneur'가 결합된 신조어다. 과거엔 1인 자영업자를 뜻했다. 이제는 AI 기술을 활용하는 첨단 스타트업을 의미한다. AI 덕분에 솔로프러너는 혼자서도 여러 명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약 20년 전, '증강인류'라는 개념이 있었다. 컴퓨터와 검색 엔진이 인간 능력을 확장하던 시절이다. 지금은 AI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한 명이 수십 명, 수백 명의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시대다. 창업자에게는 기회다. 작은 규모로도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스크는 줄어들고, 창의성은 극대화된다. 혼자서도 대기업과 맞먹는 성과를 내는 '원 퍼슨 유니콘(One Person Unicorn)' 개념이 등장했다.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1인기업을 가리킨다. '텐 퍼슨 유니콘'은 이미 현실이다. 인스타그램이 대표적 사례다.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처리하는 시대. AI로 창의성과 효율성이 극대화된 솔로프러너들이 경제 구조를 바꾸고 있다. 이 흐름은 앞으로 더 강해질 것이다.
“10명 미만의 직원으로 10억 달러 규모의 유니콘 기업이 탄생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확신한다. (시기의 문제이지 1인 유니콘 기업도 당연히 가능하다)”
- Sam Altman, CEO of Open AI-
이런 변화는 조직 내 유능한 직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과거에는 직장을 떠나는 것이 위험하게 여겨졌다. 이제는 다르다. 20대와 30대는 더 이상 '평생 직장'을 원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더 나은 커리어’와 ‘개인의 성장’이다. 이들은 조직에 머무르지 않는다. 새로운 기회를 찾아 떠난다.
기업은 이런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핵심 인재를 유지하려면 그들에게 의미 있는 경험과 성장을 제공해야 한다. 기업 생존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또한, 직원 이탈을 막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 대신, 사람을 '조용히' 내보내고 '조용히' 채용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갈등을 최소화하는 인재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 인재를 잘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내보내는 것 역시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 AI와 함께하는 조직 혁신, 효율성을 극대화한 구조조정의 흐름
AI 도구의 발전으로 창작의 경계가 흐려졌다. AI로 만든 건줄 모르고 상을 주려 했던 공모전 이야기가 회자된다. 창작의 개념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영화 산업도 변했다. 과거에는 대작을 만들려면 거대한 자본이 필요했다. 독립 제작사는 도전하기 어려웠다. 이제는 다르다. AI 덕분이다. 음악과 영상 산업 모두 마찬가지다. AI 덕분에 창작의 기회가 예전보다 훨씬 넓어졌다.
개인 유튜버들도 AI로 콘텐츠를 만든다. 방송국에 입사할 필요도 없다. 심지어 초등학생도 자신이 만든 콘텐츠로 주목받는 시대다. 학력이나 출신 학교는 중요하지 않다. 창작 전반에 생긴 큰 변화다. 나이 든 세대에게는 어려울 수 있다. 젊은 세대에겐 새로운 기회다. 이 변화는 더 가속화될 것이다.
AI는 일하는 방식도 바꾸고 있다. 효율성을 추구하는 구조조정이 일상화됐다. 빅테크가 이를 주도하고 있다. 단순히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가 아니다. 더 효율적인 조직을 만들기 위한 결정이다. 미국 테크 기업들의 구조조정 이후, 업무용 오피스의 공실률이 급증했다. 샌프란시스코의 공실률은 37%를 넘었다. 미국 전체 공실률도 20%에 달한다. 전통적인 조직 구조의 변화를 보여주는 수치다.
효율성은 조직의 경쟁력이다. KT 같은 기업들도 슬림화에 나섰다. 경영자는 AI 도구를 잘 다루는 직원을 선호한다. 그렇지 못한 직원들은 압박을 받는다. 많은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AI 도구 활용 교육을 제공한다. 하지만, 교육을 받아도 적응하지 못하는 직원은? 정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당신을 버리지 않는다. 버려지길 원하지 않는다면." PWC 회장의 말이다. 회사는 리스킬과 업스킬을 통해 기회를 준다. 그러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안타깝지만 미래가 없다.
*AI 기술이 채용에서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음. 66%의 리더들은 AI 기술이 없는 지원자를 채용하지 않겠다고 했음. 77%는 경력 초기 인재들이 AI로 인해 더 큰 책임을 맡을 것이라고 답했음. 71%는 오랜 경험보다 AI 기술을 더 중시한다고 밝혔음. AI기술을 가진 젊은 인재들의 약진이 두드러질 전망.
▶ 다이어트 대신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가져온 트렌드 변화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화제다. 미국에서 이미 인기를 끈 위고비는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을 오히려 줄였다. 치료제가 있으니 다이어트에 의존할 이유가 사라져서다. 다이어트 관련 검색량도 급감했다. 한국에서도 위고비에 대한 관심이 높다. 다이어트에 많은 돈을 쓰는 한국 소비자들에게 위고비는 매력적인 선택지다. 기존의 비싼 다이어트 프로그램과 비교해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서다. 공급만 충분하다면 위고비의 인기는 한국에서도 이어질 것이다.
위고비의 인기는 여러 산업에 영향을 미친다. 효과가 입증된 비만 치료제는 기존 다이어트 제품 시장에 타격을 준다. 소비자들의 관심은 자연히 이동한다. 체중 감량에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의 외모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게 된다. 옷, 피부 관리, 성형 등 관련 산업이 성장할 것이다. 또한, 체중을 유지하기 위한 운동과 건강 관리 수요도 증가할 것이다. 피트니스, 운동용품, 건강식품 시장도 확대될 전망이다. 위고비를 통한 체중 감량 성공 사례가 늘수록, 위고비를 향한 대중의 욕망은 더욱 커질 것이다. 관련된 다양한 시장이 함께 성장할 것이다. 위고비가 불러일으키는 나비 효과다.
▶ 운동 중독과 러닝 열풍: 건강이 새로운 욕망이 되다
'운동 중독'도 ‘조용한 트렌드’와 맞물려 흥미로운 양상을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운동에 몰입하며 생겨난 이 용어는, 알코올 중독이나 워크홀릭과 달리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운동 중독은 자기 관리를 상징한다. 개인의 건강 관리가 새로운 부의 상징이 됐음을 보여준다. 과거의 부유함은 풍요로운 식탁과 넉넉한 풍채였다. 지금은 건강한 몸이 부의 상징이다. 사람들은 더 나은 건강을 향한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사람들의 욕망 변화다.
지난 20년간 검색 데이터를 보면 '웰니스', '다이어트', '러닝'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러닝'은 단순한 운동을 넘어 하나의 욕망이 되었다. 인스타그램에서 '러닝'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약 1억 개의 포스트가 나온다. 전 세계가 러닝에 열광한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러닝' 해시태그로 수백만 개의 포스트가 검색된다. 하지만 상위권을 차지하는 사진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러닝 자체에 대한 사진이 아니다. 근사한 러닝 복장으로 러닝을 즐기는 멋진 모습이다. 과거에는 운동 그 자체가 목적이었다. 이제는 운동을 통해 보여지는 이미지가 더 중요해졌다. 이런 변화는 럭셔리 브랜드까지 러닝에 주목하게 만든다. 스포츠가 새로운 마케팅 기회로 떠오른 셈이다.
경복궁 러닝 챌린지 같은 독특한 프로그램도 인기를 끈다. 궁궐을 달리는 경험은 특별하다. 사람들은 이런 희소성에 끌린다. 해외 여행 중에도 아침 러닝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그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들. 이제 러닝은 단순한 운동을 넘어섰다. 사람들의 욕망이 되었다. 이 시장이 계속해서 확장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기할 만한 점 하나. 러닝 열풍에 따라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러닝화 브랜드들이 성장했다. 반면, 나이키는 고전 중이다. 나이키는 여전히 우수한 제품을 만들지만, 종합 패션 브랜드로 인식되면서 러닝 특화 브랜드로서의 고유성을 잃었다. 러닝 시장은 확대됐지만, 러너들에게 나이키는 더 이상 '힙한' 브랜드가 아니다.
▶ 푸드테크의 도전: 기후 변화 속 지속 가능한 먹거리를 찾아서
기후위기는 농업과 음식 문화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오렌지 주스의 가격이 급등했다. 주요 오렌지 생산지의 한파와 냉해로 나무들이 죽어가면서 공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토마토도 비슷한 상황이다. 겨울철 온실 재배의 에너지 비용이 급증하면서 생산자들이 재배를 포기했다. 가격 폭등과 공급 부족의 배경이다. 초콜릿의 원재료인 카카오도 기후 변화의 영향을 받았다. 기후 변화가 농업과 음식 문화에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푸드테크는 농업의 한계를 넘어서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과거에는 윤리적 동기가 발전을 이끌었다. 이제는 생존을 위한 필수 선택이 되었다. 플래닛에이푸드 같은 기업들은 귀리와 해바라기씨를 사용해 카카오 없이 초콜릿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시도다.
기후 변화는 바다에도 영향을 미친다. 바닷물 온도가 상승하면서 양식업이 타격을 입고 있다. 남해에서 양식되던 멍게의 90%가 폐사했다. 수산물 생산에도 기후 변화의 영향이 가시화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작물을 찾는 노력이 늘고 있다. 고대 로마 시대에 먹던 '파로' 같은 작물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과거의 오리지널 토마토를 복원해 재배하려는 시도도 활발하다. 기후 변화에 대비해 지속 가능한 먹거리를 확보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기후 변화는 기존 농작물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게 한다. 병충해 문제도 심화시킨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푸드테크는 생존을 위한 돌파구가 되고 있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푸드테크의 발전은 지속 가능한 먹거리를 위한 필수적인 해결책으로 자리 잡고 있다.
▶ 인구 구조 변화가 만든 소비 지형도: 20대 아닌 50대가 중심이다
인구 구조에 대한 변화 역시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또래는 1971년생이다. 1971년생을 포함해 1969년생, 1970년생, 1972년생 순으로 인구가 많다. 이들은 50년을 살았음에도 여전히 90만 명 넘게 남아 있다. 반면 현재의 20대, 즉 2000년생들은 40만 명대에 불과하다. 2020년대생은 겨우 20만 명 초반에 그친다.
4050세대는 경제력과 소비력이 가장 강한 세대다.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하는 힘도 이들에게 있다. 흔히 20~30대가 이끄는 것으로 보이는 핫플레이스와 유행조차 사실은 이들이 자금을 대고 설계한 결과다. 헛다리 짚으면 안 된다. 핵심 소비층? 4050세대다. 예전엔 나이 서른만 되어도 어른 대접받았다. 지금의 중위연령은 47세다. 45세에서 54세 사이의 세대는 앞으로도 높은 경제력과 소비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 핵심 집단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노령과 죽음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주제다. 죽음을 스스로 설계하는 문화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죽음을 미리 준비하고, 장례의 모든 세부 사항을 스스로 결정하는 거다. 과거에는 가족이 장례를 준비했다. 이제는 개인이 자신의 장례를 계획한다. 음악, 꽃, 장식 등 모든 요소를 자신이 결정한다.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을 표현하려는 욕망에서 비롯된 변화다. 처음에는 VVIP를 중심으로 시작되었으나, 점차 확산되고 있다. 죽음을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 소리 없는 혁명: '조용한 사람들'이 만드는 새로운 변화
2025년, ‘조용한 사람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트렌드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사회 전반에 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변화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게 아니다. 열린 마음이다. 변화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와 입체적인 시선이 그제서야 열리고 트인다. '조용한 사람들'의 시대는 앞으로 더 큰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다.
‘조용함’이라는 키워드는 단순히 소리의 크기를 줄이는 것이 아니다. 내면의 가치를 중시하고, 본질에 집중하며, 환경과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의 사회는 이러한 조용한 흐름 속에서 더욱 풍부하고 다채로운 변화를 맞이할 것이다. ⓒ혁신가이드안병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