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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아상 Nov 25. 2024

지나친 걱정

  저는 만성적인 걱정으로 고통스러웠습니다. 몸도 약했지만, 마음도 약해서 세상 사는 게 불안했나 봅니다. 지금 돌아보면 뭐가 그렇게 걱정스러웠던가 싶고, 걱정이 삶에 도움은커녕 더 불행하게 했습니다.

  걱정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적절한 걱정은 나쁜 상황을 대비하게 만듭니다. 시험공부하게 만드는 것처럼요. 선생님이나 부모님도 자녀에게 협박하면서 걱정하도록 만들잖아요. 그러면 아이가 무서워서 그 말을 듣기도 하지만, 협박을 지나치게 하면 아이가 지쳐서 아예 포기하고 태만해지기도 합니다. 아니면 만성적으로 걱정하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요. 저의 경우 둘 다였습니다. 시작도 하기 전에 피곤해져 하기 싫고 아예 포기하면서도 만성적으로 걱정만 했습니다. 행동 안 하는 우울한 사람이 되어 버린 거죠. 어릴 때 부모가 하는 말은 초자아가 되어 어른이 되어서도 무의식적으로 자기에게 하게 됩니다. 가끔 심각한 상황에서 필요하긴 하지만, 자주 질책과 걱정으로 자녀를 조정하려고 하지 마세요. 그러면 아이는 별다른 일이 없어도 한가해지면 걱정하고 불안해해야 안심하는 이상한 성인이 됩니다.


  지나친 걱정은 불행을 만들기도 합니다. 과도한 걱정은 하는 동안도 괴롭지만, 걱정하는 에너지는 예언처럼 걱정하던 일을 만듭니다.  얼음 위를 걸을 때 적당히 조심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만, 과도하면 두려워져 이성을 잃고 긴장하여 넘어질 가능성이 더 많습니다. 그 긴장감이 싫어서 아예 넘어지고 말기도 합니다.

  또 다른 흔한 예는 남녀 사이에서 상대가 떠날까봐 과도하게 걱정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은 상대가 자기를 좋아한다는 믿음이 있을 때의 행동과 자기를 싫어할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을 때의 행동이 다릅니다. 아이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가르쳤었는데, 부모에게 사랑받는 아이는 내가 자기를 사랑할 거라는 기대를 하고 예쁘게 행동했습니다.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한 아이는 내가 자기를 싫어할 거란 기대를 하고 저를 대합니다. 그러면 미운 짓을 하게 됩니다. 상대가 자기를 떠날 거라고 과도하게 불안해하는 사람도 연인 앞에서 사랑스럽게 행동하지 못하고, 피곤하게 해서 정말 자기를 떠나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적어도 만나고 있는 동안은 좋아서 만나는 것일 텐데 말입니다.


  걱정이 많은 사람은 주변 사람이나 상황이 유난히 걱정을 많이 하게 만든다고 하소연합니다. 걱정이 많은 것은 걱정이 나를 붙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걱정을 놓아주지 않고 있는 겁니다. 걱정을 많이 하게 되는 것은 걱정해야만 일이 해결될 거라는 비합리적인 무의식적 생각이 습관이 된 것입니다. 큰 걱정거리가 있다고 해도 걱정을 지나치게 한다고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깨달았다고 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놓아버리라'라고 합니다. 저도 걱정이 많았던 성격이라 아직도 완전히 놓지는 못했지만, 조금씩이라도 놓아버리는 연습을 하니 편해지고 일도 수월해졌습니다. 손에 잡고 있던 것을 놓으면, 그 물건은 나에게서 멀어지게 마련입니다. 걱정도 그렇게 멀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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