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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가동 유리몸 Dec 13. 2023

타로를 보시나요?

가성비 좋은 정신의학과

지난 1년간 심란한 마음을 다잡기 위해 이런저런 일들을 많이 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유튜브로 타로를 보는 것입니다. 많은 타로술사? 타로쟁이분들이 4~5가지 선택지를 주고 고르도록 합니다. 그러면 그중 하나를 선택하여 그 부분을 들으면 됩니다. 

제가 주로 봤던 주제는 "재회", "앞으로 일어날 좋은 일"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재회가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참 미련이 많은 사람의 주제입니다. 결과는 타로가 말해주는 대로 일어나는 일은 없었습니다. 비슷한 일조차 일어나지도 않았죠 그럼에도 저는 계속해서 타로를 봤습니다. 기분이 상당히 다운되거나 우울감이 너무 깊게 들어설 때면 타로를 찾았죠 그러다 보니 유튜브 목록에는 온통 타로였습니다. 지금은 다른 주제들이 많고요 당시에는 너무 힘들었기에 말도 안 되는 타로에 의지했습니다. 뻔한 이별을 했음에도 다시 돌아오지 않을 상대인걸 알면서도 재회를 머릿속에 마음속에 담고 살며 스스로를 희망고문했습니다. 

그때마다 참 마음이 무너져 내리고 먹먹했는데, 타로를 보면 알면서도 나를 모르는 이 가 나를 다 아는 듯 나의 상황을 이해하고 나의 희망을 구체화시켜주었습니다. 

자전거를 장시간 타게 되면 라이더들은 뒷주머니에 "파워젤"이라는 걸 여러 개 구비하고 다닙니다. 체력이 떨어질 때즈음 고함량 영양제를 먹으며 목적지까지 무리 없이 달리기 위함이죠 저에게는 타로가 "파워젤"이었습니다. 목적지는 신기루 같은 구체화되지 않은 곳이었기에 파워젤을 끊임없이 먹어야 했습니다. 이제는 목적지를 구체화하는 것도 숙제이지만, 마음의 체력이 많이 단단해졌습니다. 누군지 모르는 이에게 위로받는다는 것이 정신의학과를 가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낸 것입니다. 정신의학과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나를 모르는 이에게 내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받고 위로받고 때로는 심각하다면 처방을 받잖아요 

시간이 약이라고 하는 것도 맞는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그 약이 얼마나 빨리 드냐 차이인 것도 있죠 

파워젤의 도움으로 어딘지 모를 목적지를 향해 가는데 저는 조금 단단해졌습니다. 아프지 않게 그 사람을 마음속에 담아둘 수 있게 되었으니 성공적인 치료를 받은 것 같습니다. 

타로뿐만 아니라, 사주도 그럴 것입니다. 원하는 답을 내가 힌트를 주지 않아도 말해주는 이가 있다면 내 마음이 어리석지만 풀리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맹신은 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저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도록 제 자신을 믿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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