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가동 유리몸 Dec 04. 2023

마라톤

그녀를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

올해 초 3월 벚꽃구경을 어디로 가면 좋을지 고민하던 찬란한 봄날에 나는 갑작스러운 이별통보를 받았다

갑작스러운 건 사실 아니다 며칠 전부터 나의 이별 촉이 발동해서 짐작은 했었다

대화가 점점 적어지고 웃음이 줄어들고 나를 향한 마음이 확실히 달라졌다는 걸 느끼던 어느 날 그녀가 할 말이 있다며 약속을 잡았다 우리는 자주 볼 수 없고 일주일에 한 번 봐야 많이 보는 사이였다 그녀의 회사일은 너무나 바빴고 더불어 해외 대학원을 준비 중이었던 그녀였기에 만날 수 있는 날이 쉽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녀는 시간이 없어 나를 포기하는 것 같았다 나는 괜찮다 했지만 그녀는 결국 나를 밀어내고 떠났다 우리는 같이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10K 그녀는 하프

결국 나는 나가지 못했고 그녀는 시간을 쪼개며 연습해 원하는 시간대에 골인을 하고 목표를 달성했다 그렇게 바쁜대도 하고자 하는 건 이뤄냈다 날 포기하고

그래서 서운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 마음보단 난 보도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그래서 문득 생각이 든 게 그녀가 왠지 가을 춘천마라톤에 나갈 것 같은 예상이 됐다 그것도 풀코스 마라톤으로

그래서 헤어지고 나서 2주 뒤 정신을 차리고 무작정 그 생각에 마라톤을 준비했다 하프도 안 해본 내가 그녀와 똑같은 마라톤 신발을 사고 마라톤을 준비했다

자세도 모르고 방법도 모르는데 무작정 하루에 5K 퇴근하면 호수공원을 달렸다 일주일마다 1K 늘려가며 기록을 체크하며 달렸다

그렇게 관리도 안 하고 뛰다가 몸무게가 두 달 만에 6kg 빠졌다 어느 날은 뛰고 들어왔는데 혈뇨가 나왔다

몸이 점점 안 좋아지고 있다는 걸 느꼈지만 마라톤 완주를 위해서는 아직도 멀었다 생각했다 그때 기록은 16K 1시간 15분이었다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녀를 볼 수 있을 거란 막연한 생각이 계속 뛰었다 그렇게 여름을 보내고 마라톤을 한 달 앞둔 어느 날이었다

20K를 뛰고 있는데 양쪽 발등이 너무나도 아파 멈추었다

한쪽 발등이 혈관이 하나도 안보일정도로 퉁퉁 붓고 멍이 들었다 치료를 받으면서 사진처럼 되었고 좀 더 치료받고 뛰다가 결국 발등에 실금이 가고 인대 염증이 심해져 뛸 수가 없게 되었다 마라톤 1달을 앞두고 이렇게 돼버렸다


평범하게 걸을 수도 없을 만큼 통증이 심했다 그녀를 못 보게 됐다는 생각만으로도 너무 힘이 들었다 아픈 것보다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내 욕심에 내가 내 몸만 혹사시켰구나 생각했다 그녀를 보겠다는 게 그렇게 큰 욕심이었던 걸까 생각했다


그녀를 따라가기 위해 지인들에게 그녀의 페이스를 알아내고 그에 맞춰 뛰려고 연급 하다 이렇게 됐다 무모한 도전이기도 했다


결국 마라톤을 나 가지 못했고 그녀도 보지 못했다 이후 나는 무릎에 심한 통증을 겪고 또 무릎주사를 맞으며 요양을 해야 했다 편도선염증과 원인 모를 두통까지

계속 연이어 여기저기서 문제가 일어났다


하늘이 나에게 너무 큰 역경을 주는 것 같아 원망스러웠다 그렇게 나는 하늘도 도와주지 않은 시절인연을 정리하게 마음먹게 되었다


다시 못 볼 그대를 이제는 조금만 그리워하며 살아가려고 한다 몸에 맞지 않는 억지인연을 붙잡고 있다가 내 몸이 무너지는 걸 경험했다


이제는 정말 놓아주어야 한다는 걸 알았다 어쩌면 이런기간이 나에게 필요했던건지도 모른다


작가의 이전글 인생에 절반 그리고 돌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