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교육에 대한 단상(斷想)
사람이 밥 없이는 살아도 희망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다고 한다. 뜨거운 사막에 물 한 모금이 없어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버티고, 깊은 땅속에 매몰되어 20여 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해도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에 구조되는 경우가 있다. 희망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본보기다. 앞으로 펼쳐질 미래는 아무것도 예측하기 힘들고 불투명하지만, 희망이 있기에 우리가 하루하루 알차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지 모르겠다.
1980년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The Third Wave)』 읽고 큰 충격을 받았다. 농업사회에서 겨우 벗어나 굶지 않은 것으로도 행복하던 시절에 20~30년 후에 정보 혁명을 예언했고 우리나라는 40년 후에 그 예언이 실현되었다. 다가올 미래를 정확하게 내다볼 수 있다면 진로를 설정하기에 너무 쉬울 것으로 추측되나 현대 사회의 다양성과 다(多) 가치 사회에서는 진로 탐색이 여전히 안개 속이다.
학생들의 진로 교육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장래의 희망이 설계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10년 전까지 진로 교육에 큰 힘을 쏟지 않았다. 오직 진학에만 전력을 다했을 뿐이다. 개인의 적성도 고려하지 않고 본인의 능력에 따라 시대적 요구에 해당하는 분야에 집중적으로 진학했다. 결과는 참담할 정도이다. 가까운 친구를 보면 교사에 관심이 많으면서 법대 진학을 하여 잠시 취직하다가 공공 근로도 마다치 않고 생업을 유지한 친구도 있고, 경제학과 졸업하고 은행에 취직하여 임원을 한 친구도 자기 성향은 공대 쪽이라고 이야기하고 문학적 소질이 번득이는 친구도 경영학과에 진학하여 식당업을 하는 친구, 영문학과 졸업하여 영업 쪽으로 성공한 친구도 자신의 진로에 대해 늘 불만족스러워한다. 나 역시 교직에 몸담아 있지만, 사범대 출신이 아니라 인문학을 전공하고 내 꿈을 펼치지 못해 교직에 왔다. 그래도 교직이 적성에 맞았는지 정년을 앞두고도 즐겁게 학교생활을 한다. 어느 것이 삶의 정답이 없듯, 진로도 정답은 없다. 그러나 현재 살아왔던 사람들의 삶의 유형을 살펴봄으로써 앞으로 다가올 세대들의 진로가 정해지면 실패 확률이 낮아질 것으로 추측된다. 진로 교육을 위해 준비한 다양한 유형의 삶의 모습을 살펴보자.
자신의 선천적 능력과 천재적 자산을 바탕으로 자기가 매우 선호하는 일을 실행하여 자본을 많이 취득한 유형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최고의 흠모 대상이다. 주로 세계적이든 국가적이든 성공한 사업가들이 여기에 속한다. 여기서 분야는 다양하다. IT, 생명공학, 문화 콘텐츠, 항공우주, 환경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탁월한 재능을 발휘한 사람이다. 그러나 삶에 행복지수가 높은지는 미지수이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창업한 빌 게이츠 같은 사람이다. 행복지수가 높다고는 할 수 어렵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출중한 인물이다. 자신의 전 재산을 가난한 사람에게 기부할 정도의 품성을 지녔지만, 아내와 이혼 소송을 하는 현실을 보면 일반적인 소소한 행복을 가진 가정이 아닐 것으로 추측된다.
자신의 천부적 재능과 능력은 있지만, 자신의 선호보다 주변의 환경적 제약이나 본인의 성격과 부모나 선생님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기호에 맞지 않은 일을 하는 유형이다. 그러나 자본 축적이 많은 사람이다. 이런 부류에 사람은 대기업에 최고 임원과 전문직을 가진 사람으로 본인의 적성보다 시대 조류에 따라 진로를 정한 사람과 가업을 이어받아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여기에 속한다. 지인 중에 의사가 있다. 자기는 공학계열을 원했지만, 부모의 강력한 추천으로 의학 계열에 진학하여 명성 높은 의사로 생활하지만, 심미적으로 그리 만족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재능이나 능력은 보통 이상이면서 자신의 주관이 뚜렷하여 자신의 진로를 일찍 정하고 장시간 노력을 기울인 사람으로 수입은 직장인보다는 훨씬 많다. 전문직을 가지고 자신의 직업을 가진 사람이나 특허를 중심으로 자영업을 하는 사람이 많고. 교직(교수 포함)에 있는 사람도 많다. 자신의 성취욕이 높고 만족도가 높아 일반적으로 행복지수가 높다.
자신의 재능이나 능력이 보통이면서 본인의 적성과 관계없이 돈을 벌려는 사람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한 사업가는 아니나 본인의 적성과 특기와 무관하게 진로를 선택한 사람으로 일에 대한 열정은 적으나 돈이 되는 일에는 목숨을 걸 정도로 비장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다. 일반적으로 직장인 보다 수입은 많지만, 시간이 없고 취미생활이나 복지에는 미흡한 경우가 많다. 특허나 특기 없이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여기에 속한다.
보통 자신에 대한 성찰이나 진로에 관심이 적고 일반적인 교육을 받아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좋다는 신념으로 살면서 주어진 월급으로 만족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보통 일반적인 직장인이나 하급직 공무원이 여기에 속한다.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을 하고 돈도 적게 버는 유형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대부분이 생업을 위해 일해야 하는 사람이다. 일의 만족도도 많이 떨어진다. 그래도 건강하기에 일을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
일하기도 싫고 돈 벌기도 싫은 형이 최근에 생겨났다. 젊은 층을 ‘니트족’이라고 이야기한다. 취업을 위해 노력하다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일을 조금 하다 실업 급여에 의존하기도 한다. 그리고는 국가가 지급하는 생계비로 하루하루 연맹하는 사람들이다. 본인의 의지보다는 주변 환경을 탓하는 사람이 많다.
자본주의를 살아가면서 자본을 담보로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장인(匠人) 정신을 강조하기는 힘이 든다. 고대 그리스의 스파르타 교육이나, 북한의 일부 재능 교육처럼 국가가 주도하면서 유아기에 재능과 특기를 살려 살아가도록 하겠지만 현재 자본주의를 지향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개인의 능력과 사생활을 함부로 침범하지 못하기에 어느 하나의 특기로 살아가도록 강제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최근 여론 조사에서 외국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으로 ‘가족’을 선택한 비중이 높다. 우리나라의 가치 있는 것으로 ‘물질적 풍요’를 선택했다고 한다. 인간의 궁극 목표인 행복을 위해서는 가족도 물질적 풍요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돈이면 무조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신념을 가진 것이라면, 학교 교육에 가장 큰 문제가 있고 다음이 사회적 가치 형성이 잘못 형성되도록 한 모든 기업인, 정치인, 인문학 전공의 지식인과 정부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한국전쟁 이후 태어난 세대들이 어렵게 어린 시절을 살았고 돈이 많으면 풍요로움과 편리함에 살았다는 이유로 자식에게도 똑같은 가치 즉 명문 대학에 진학시키는 것은 크나큰 잘못이다. 나 또한 세상의 큰 물줄기를 거꾸로 가기 힘들어 자식들 입시교육에 매몰했고 결과는 그다지 영광스럽지는 않았다. 천만다행으로 자식들 인성이 남을 배려하고 잘못을 부끄러워할 정도의 상식을 지녀 주었기에 직장 생활이나 사회에 비교적 만족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아직도 사회적 성공 요인에 해당하는 몇몇 학과에 진학하려고 목숨을 거는 부모와 선생님이 있다. 이제는 각성이 필요할 것이다.
일찍부터 각자 특기나 개성이나 선호하는 것을 살펴보아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이기에 경제를 무시하고 사는 것은 힘들 것이다. 그렇다고 돈에 매몰되어 행복을 내팽개치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다. 기본적인 경제 활동에 행복을 최고의 가치로 두고 본인의 능력이나 재능을 길러 일하는 자체가 만족하는 진로 교육이 되었으면 여한이 없을 것이다. 돈이 많지 않아도 행복해질 수 있고 삶의 참된 가치를 알 수 있도록 가정교육과 학교 교육, 사회 교육을 다음 세대에게 이끌어 주도록 하자.
2022. 5. 4 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