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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좌 Nov 18. 2024

나는 왜 마케팅 팀장으로서 실패했을까?

결국에는 소통이 전부였다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삶의 궤적이 달라진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만든 빌게이츠가 했던 말이다.


사실 실패로 내가 처한 상황을

규정해 버린 것 자체가 실패일지도 모른다는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실패가 실패가 아닌 것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괴로워야 할 사람들이 너무

명확하게 보였고...


결국 나만 빠지면 해결할 수 있다는 나다운

오만함으로 상황을 대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내가 이타적이거나 선한 사람은 절대 아니다.


그렇지만 내 회사 생활의 동력은,

다른 사람들이 내가 한 일로 인해서 더 잘되거나

평온함과 기쁨을 느끼는 것이었기에...


이 실패 상황을 '과정'으로 가져가고 싶지 않았다.


다음은 왜 실패했는지에 대한

나의 분석이 되겠는데,


내가 실패의 원인이기도 하기 때문에

어쩌면 정확한 분석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다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이런 지점들을 반드시 신경 써야겠다는

나름의 회고의 결과이기에


다른 분들이 마케터로서 혹은

마케팅 팀장으로서 심지어 나처럼

마케팅 이방인이라면 더욱더

꼼꼼하게 챙겼으면 해 정리하게 됐다.


1. 이방인과 마케터의 언어는 다르다.


같은 한국어를 쓰지만 표현이 다르다.

그래서 일에 도움이 되는 표현 방식도 다르다.


내가 일해온 환경에서나 마케터에게나 

실무자 입장에서 공통적으로 좋은 게 있기는 하다.


아주 단정적으로 명쾌한 답을 내려주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기획 업무에서는

단정적인 정답이 오히려 위험할 때가 있다.


케이스 별로 정답이 나뉘고,

그 케이스가 어떤 케이스가 될지에 대한

변수가 상존하기 때문에, 


절대 하나의 이야기로 딱 잘라서 

말하는 건 좋지 않다.


근데 마케터들은 조금 달랐던 것 같다.


애매모호한 이야기는 업무에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다.


안 그래도 타이트한 일정에 쫓기는 상황에서

여지를 열어두는 것은 '리스크'일뿐이다.


그 부분을 인지하지 못하고,


거기에 각 구성원들의 전문성이 

마케팅에서만큼은 나보다 뛰어날 것이라는 생각에, 


내가 디렉션을 좁혀서 주는 것은 '오류'

일거라고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면서

'아무 생각이나 의견이 없는' 팀장으로

실패하게 되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정해줘야 할걸 제대로

해주지 못했으니 내 과실이 제일 크고,


다만 여러 차례 무엇을 정해줘야 하는지

어떻게 정리해 주는 게 좋은지 물었을 때

응대해주지 않은 구성원들에게도 

서운함이 없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 문제가 팀 밖으로 빠져나왔을 때

나와 정리한 방향과 다른 이야기로

구성원들과 커뮤니케이션한 회사에도

섭섭했던 기억이 있다.


(특히나 내가 그 방향으로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라, 회사의 의지나 

생각이 더 컸기에...)


2. 공정 - 불공정의 문제


이 부분은 처음에는 

나의 일방적인 실책으로 생각했지만,


어떤 것이 원인이었는지 

최근에 정확하게 파악하게 되었다.

(다다음회차인 4회에서 특정 요소 중심으로

더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문제가 된 내용은 이런 것들이었다.


a. 나는 핵심 KPI (ex. 구매 전환)를 직접 만들어내는 게 과제인데, 다른 사람들은 그로부터 자유롭다. 이건 불공정이다.

b. 어떤 예산은 너무 쉽게 쓸 수 있는데, 왜 내 예산에는 챌린지가 끊이지 않느냐, 이것도 불공정이다.

c. 모든 정보는 공유되고 특정한 업무를 할지 말지는 내가 정해야 하는데, 왜 팀장이 마음대로 배정하고 심지어 비밀처럼 이야기하느냐, 이것도 불공정이다.

d. 무료체험 기간을 두고 만들어낸 구독자 획득과 없이 만든 획득은 다르지 않느냐 후자를 더 챙겨주지 않는 것은 불공정이다.

e. 왜 나의 업적을 사내에 혹은 상급자에게 알리지 않느냐 이야말로 불공정이다.


일단 이 모든 문제의 근간은 1가지이고,

무조건 팀장인 나에게 원인이 있었다.


딱 하나만 했으면 됐는데,

그걸 너무 늦게 알았다.


이걸 안 하면 당신도 '전략'이 없는 팀장이라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바로....


'고객 여정 (Customer Journey)'의 시각화 및

그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주입 (좋지 않은 표현이지만...)

이 필요했던 것이다.


분명 중장기 전략 같은 것의 한 구다리에 적혀있지만,


특히 레거시가 그득그득한 기업에서 

일반 팀 구성원이 이걸 놓치지 않기는 어렵기에,

저걸 매번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했어야 했다.


시각화된 고객 여정을 상시 인지하고 있으면,


각자가 하는 일을 꼭 굳이 다 속속들이

알지 않아도 결국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각 요소들이 움직이는 개념이라는 걸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국 최종 목표를 달성한다고 했을 때에도

그 난이도에 따라서 결국 평가가 달라지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부분도 여정에 대해

이해하고 있으면 파악할 수 있고...


사실 이걸 몰라도 One Team Spirit이 충만하거나

동업자정신이 있었다면 더 쉬웠을 테지만,


그런 걸 만들 수 있을만한 리더십 발현을

내가 못했기 때문에

변명의 여지는 없는 부분이다.


너무 늦게 알았다.


아무리 주간회의를 하고 타운홀을 해도

회사가 나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양한 일들 중에서 어떤 것을 먼저해야 하는지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는지) 직원들은

직관적으로 설명받고 싶어한다.


회사의 전체적인 상황이나 맥락,

방향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팀원들에게

팀장으로서 이미 다양한 루트를 통해

충분히 설명했다고 착각했었다.


새로운 캠페인을 진행하는 동안에는

주니어 마케터들의 경우 정신을 차리기 어려울 만큼

그 과정에 압도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좀 더 섬세한 접근이 필요했다는 후회가 남는다.




3. 애정과 관심의 표현


내가 애정이나 관심 자체가 적거나 없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역시 1번 관점에서의 차이 때문인지...


구조화된 그리고 실황이 기록된 문서를 보면서

내용을 파악하는 내가 관심의 '표현'에 서툴고

충분하지 않았음에 대해 반성하게 됐다.


마케터라는 직군으로 사람들을 묶어서

어떠하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만나 본 사람의

수가 부족하기에, 이런 표현이 조심스럽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마케터들은 적극적이고

화려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표현에 서툰 나는 분명히 서운할만한 대상이 아니었나 싶다.


어떤 친구는 내가 자신에게 

실패의 낙인을 찍었다고 저주할 거라고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는데,


좀 더 애정과 관심으로 내가 대했다면

그렇게까지 힘들어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 팀은 특히나 주니어가 많았기에

좀 더 섬세했어야 했는데, 나의 실책이다.


솔직히 보상심리 같은 게 있었다.


어떤 일이 조직 전체적으로 공감을

얻지 못했지만, 팀원들이 해보고 싶어하는

일이면 진행시키려고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소위 '신뢰자산'을 통해

상급자들의 동의를 얻어왔고


그랬으니 무조건 잘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고, 어렵게 만들어 온 일인만큼

담당자도 최선을 다하길 바랐다.


다만 결국 소통이 문제


그렇게 만든 일인지를 모르는 일부 팀원들은

왜 회사에서 자신의 일을 인정해주지 않는지

오해했을만도 하다.


내 노력을 어필하지 못한 것도 내 실책

충분히 상황을 함께 나누지 않은 것도 

내 실수다.


(물론 역으로 내가 자신을 싫어해서

본인의 공적을 가리려고

간계를 부렸다고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마음의 상처가 되었기는 했다.


'일개' 팀장 하나가 팀원의 

매우 훌륭한 프로젝트를 

묻는 것은 가능한 일이 아니지 않나?


오히려 가리기보다는 팀원이 잘한 게 아니라

내가 잘한 것이라고 어필하지 않았을까?


팀원이 잘했건 못했건 모두 다 내 평가로

이어질텐데, 왜지?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쓰다 보니 너무 실책으로 가득한

글이 되어버린 것 같지만,


은근히 디테일하고 섬세한 부분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토가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적은 내용들이니,


부디 나처럼 놓치지 마시고,

리더십에 있어 흔들리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측면에서 정리해 봤다.


다음 3화부터는,

구체적인 업무 케이스 별로 

Lesson Learned를 나누고자 한다.


훨씬 더 실용적이고,

팀원도 팀장도 타 부서원도

참고하고 유용하게 익힐 수 있는 내용들로

준비하고 있으니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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