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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나 Oct 19. 2024

저는 중국 음식을 좋아하지 않아요.

중식 : 하루 식사 중 점심에 먹는 식사, 점심 식사

  몇년 전 근무하던 학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전교생이 용인 소재 놀이동산으로 체험학습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1학년은 입학하고 처음 학교 밖으로 떠나는 체험 학습이라 교무부장 선생님이 사전 교육을 실시하게 되었습니다. 주의사항과 체험 내용이 적힌 유인물을 배부하고 자세하게 안내하였습니다. 시골 학교는 학생이 많지 않아 전교생이 함께 체험학습을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내가 모두 끝난 후 질문을 하라고 하자 1학년 아이가 중얼거리듯 말했습니다.


 "선생님, 저는 중국 음식 안 좋아하는데 어떻해요? "


  유인물 안에  '중식 제공'이라는 단어가 있었는데 아마도 '중식=중국 음식'으로 받아들였나 봅니다. 교무부장 선생님은 기가 찬 표정이었지만 다시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체험학습 날 점심은 한식, 중식, 일식, 패스트 푸드 중 선택할 수 있어요. 한식은 비빔밥, 중식은 자장면, 일식은 우동, 패스트푸드는 햄버거입니다."


  사실, 아이의 잘못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는 분명 '중식'이라는 말보다 '점심'이라는 단어가 더 익숙할지도 모릅니다. 아이가 생각하는 '중식=중국 음식'이라는 의미 관계가 형성되었다면 충분히 질문 가능합니다. 이는 문해력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언어 선택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학생들의 언어 경험을 고려한다면 학생의 발단 단계에 맞는 언어 선택 및 제시가 필요합니다.

 

  "한식은 가할 때 먹는 거고, 중식은 중간중간에 먹는 거고, 일식은 일하다 먹는 거고, 패스트 푸드는 잽싸  게 먹는 거냐?"

 

  중식 질문을 한 아이의 형이 동생을 놀리는 말소리가 들렸습니다. 6학년이라 그런지 능글능글하면서 동생을 놀리는 수준이 상당합니다. 가끔 1학년 동생이 교장실로 찾아와 자기 형의 만행(?)을 고변하기도 합니다. 형은 독서광이라 언어 유희를 능수능란하게 쏟아냅니다. 이 친구의 언어 유희를 브런치에서 종종 만나게 됩니다.


 '중식 제공'이 '점심 제공'보다 더 있어 보이고 고급스러운 언어가 아니라면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우리 말을 사용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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