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추억
결혼은 일찍 했지만, 큰아이를 만나기까지는 7년이 넘는 기다림이 필요했다. 그런 소중함 때문이었을까? 아이가 태어나면 사진과 일기를 모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책을 만들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 그 추억의 책을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선물로 전해 주고 싶었다.
그렇게 막연하게 품었던 소망을 이루게 되었다. "누리와 빛나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단 몇 권뿐인 책이 만들어졌다. 아이들이 태어날 때부터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의 사진과 일기들이 그 안에 담겼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설렘과 뭉클함이 몰려온다. 이미 수없이 펼쳐본 책이지만, 사진 한 장, 글 한 줄마다 담긴 이야기들이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른다. 웃다가 울다가 추억 속으로 빠져든다.
추억의 책장 속, 몇 장면을 열어 본다. "큰 아이의 짜증이 시작돠었습니다. 아빠! 배 아파! 더워! 엄마는 이내 알아차립니다. 우리 아기 졸리는구나. 역시나 아이의 눈빛이 몽롱합니다. 이부자리에 벌러덩 누운 채로 옷을 배꼽 위까지 걷어 올리고 징징거리기 시작합니다. 엄마, 더워 부채질! 아빠, 배 아파 자장가! 나는 오른편에서 부채질을 하고, 엄마는 왼편에서 아이 배를 토닥이며 자장가를 불러 줍니다"
"둘째 아이가 조그마한 두 손으로 두 눈을 가린 채 까꿍을 합니다. 까꿍! 하고 소리치며 이내 깔깔거립니다. 또 두 눈을 가린 채 두 손바닥 사이로 살포시 내다봅니다. 아이가 거실바닥을 기어갑니다. 뒤에서 빛나 잡아라. 소리치면 잽싸게 엄마가 있는 곳으로 삐뚤 삐뚤 쏜살같이 소리를 지르며 기어갑니다"
"2004년 3월 3일 오전 11시 오전 근무를 조퇴하고 어느 초등학교 입학식장 뒤편에 서 있습니다. 큰 딸아이 입학식을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친구들은 다들 중학생을 둔 학부형입니다. 늦깎이 학부형이라 쑥스럽기도 하지만 이제야 어른이 된 느낌입니다. 마냥 입학식장 그 아이가 대견스러워 나도 모르게 빙긋이 미소가 지어집니다"
가족들과의 소중한 시간들은 그렇게 한 권의 책 속에 담겼다. 사진은 감정의 순간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일기는 그날의 이야기를 다시금 불러낸다. 책장을 넘기며 추억을 되새기는 그 시간이 참으로 귀하다. 그때가 많이 그립고 아리다.
누구에게나 이런 소중한 시간들이 있다. 그것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 가끔씩 가족들과 추억해 보는 것도 좋다. 앨범 하고는 또 다른 진한 맛이 있다. 특별한 선물이 된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변함없이 곁에 있는 가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