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처럼 그리운 내 어린 시절의 추억에는 초등학교 3-4학년 부산에서 살던 시절, 엄마의 손을 잡고 재래시장에 갔던 기억이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줄곳 서울에서 살던 우리 가족이 공무원인 아빠의 지방발령으로 낯선 곳에 자리 잡았던 때였다. 낯섦도 잠시 꽤 즐거운 나날의 소중한 기억 저편에 엄마와 오롯이 함께했던 시간이 자리 잡고 있다. 집에서 꽤 떨어진 곳에 마켓이 아닌 재래시장 구경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다. 맛있는 간식을 사서 엄마손을 꼬옥 잡고 집으로 걸어오던 어린 날의 내가 있다. 그때의 발걸음이 지금도 스치듯 기억난다.
주말에 온 가족이 근교로 식사를 하러 나갔다. 특히나 집에 가만히 있는 것을 못 견뎌하는 아빠는 끝날 줄 모르는 코로나에 지쳐 늘 식사라도 밖에서 하고 싶어 하시지만 그것마저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에 다운되시는 걸 느꼈었다. 이번 주는 큰맘 먹고 바깥에서 식사만 하고 바로 집으로 오는 것으로 하여 장어구이집에 들렀다. 넓은 대지에 전원주택처럼 자리한 식당에는 사람이 없어 2층에서 우리 가족, 1층에 다른 방문자가 온 홀을 차지하고 전세 낸 것처럼 여유롭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감사하게도 코로나에 대한 걱정을 잠시 접어두고 기분전환과 온전한 가족들의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빠는 단팥빵이 드시고 싶다고 하여 근처 베이커리 카페에 들러 단팥빵을 하나 샀다. 엄마와 여동생 모두 아빠는 맨날 단팥빵을 그렇게나 좋아한다며, 식사를 다하시고 단팥빵을 또 찾는다며 놀리듯 말했다. 아빠는 다른 빵이 아닌 단팥빵이나 만쥬를 좋아하신다.
집으로 돌아와 차 한잔 따뜻하게 마시며 엄마가 외할아버지의 추억을 꺼내셨다. 외할아버지는 대전에서 기차 운행을 하시는 철도공무원이셨다. 월급날이면 할아버지는 시장의 빵집에서 여러 종류의 맛있는 빵을 가득 사 가지고 오셨다고 한다. 그리고 그 빵을 온 가족이 나누어먹는 시간이 평생의 행복한 추억으로 엄마가 외할아버지를 기억하는 장면이기도 하다고 말씀하셨다.
아빠에게 단팥빵은 그런 추억을 음식일 거라고 엄마는 이야기하신다. 어린 시절 단팥빵을 사주시던 어르신의 사랑을 한없이 느꼈던 기억의 한 조각이 아니겠냐는 말씀이셨다. 그런 아빠를 잘 아는 나는 평일에 회사일에 치여있다가 주말에 본가에 갈 때면 어떤 날은 단팥빵, 또 다른 날은 만주나 모나카, 새로운 날엔 태극당의 아이스크림 모나카를 사 갔었다. 그리고 최근에 회사 건물 아래 베이커리에서 케이크를 사 갔는데 아빠가 너무 좋아하셨었다. 마치 아이처럼.
행복은 강도보다 빈도가 중요하다고 했다. 아빠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면, 아빠께 자주 단팥빵을 사 가지고 집에 들러야겠다. 설 연휴 내내 가족과 함께 지내다 내 집으로 돌아오면 이렇게나 가족이 애틋하게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