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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는언니 Feb 07. 2022

아빠가 단팥빵을 좋아하는 이유

꿈처럼 그리운  어린 시절의 추억에는 초등학교 3-4학년 부산에서 살던 시절, 엄마의 손을 잡고 재래시장에 갔던 기억이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줄곳 서울에서 살던 우리 가족이 공무원인 아빠의 지방발령으로 낯선 곳에 자리 잡았던 때였다. 낯섦도 잠시  즐거운 나날의 소중한 기억 저편에 엄마와 오롯이 함께했던 시간이 자리 잡고 있다. 집에서  떨어진 곳에 마켓이 아닌 재래시장 구경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다. 맛있는 간식을 사서 엄마손을 꼬옥 잡고 집으로 걸어오던 어린 날의 내가 있다. 그때의 발걸음이 지금도 스치듯 기억난다.


주말에 온 가족이 근교로 식사를 하러 나갔다. 특히나 집에 가만히 있는 것을 못 견뎌하는 아빠는 끝날 줄 모르는 코로나에 지쳐 늘 식사라도 밖에서 하고 싶어 하시지만 그것마저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에 다운되시는 걸 느꼈었다. 이번 주는 큰맘 먹고 바깥에서 식사만 하고 바로 집으로 오는 것으로 하여 장어구이집에 들렀다. 넓은 대지에 전원주택처럼 자리한 식당에는 사람이 없어 2층에서 우리 가족, 1층에 다른 방문자가 온 홀을 차지하고 전세 낸 것처럼 여유롭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감사하게도 코로나에 대한 걱정을 잠시 접어두고 기분전환과 온전한 가족들의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빠는 단팥빵이 드시고 싶다고 하여 근처 베이커리 카페에 들러 단팥빵을 하나 샀다. 엄마와 여동생 모두 아빠는 맨날 단팥빵을 그렇게나 좋아한다며, 식사를 다하시고 단팥빵을 또 찾는다며 놀리듯 말했다. 아빠는 다른 빵이 아닌 단팥빵이나 만쥬를 좋아하신다.


집으로 돌아와  한잔 따뜻하게 마시며 엄마가 외할아버지의 추억을 꺼내셨다. 외할아버지는 대전에서 기차 운행을 하시는 철도공무원이셨다. 월급날이면 할아버지는 시장의 빵집에서 여러 종류의 맛있는 빵을 가득  가지고 오셨다고 한다. 그리고  빵을  가족이 나누어먹는 시간이 평생의 행복한 추억으로 엄마가 외할아버지를 기억하는 장면이기도 하다고 말씀하셨다.


아빠에게 단팥빵은 그런 추억을 음식일 거라고 엄마는 이야기하신다. 어린 시절 단팥빵을 사주시던 어르신의 사랑을 한없이 느꼈던 기억의 한 조각이 아니겠냐는 말씀이셨다. 그런 아빠를 잘 아는 나는 평일에 회사일에 치여있다가 주말에 본가에 갈 때면 어떤 날은 단팥빵, 또 다른 날은 만주나 모나카, 새로운 날엔 태극당의 아이스크림 모나카를 사 갔었다. 그리고 최근에 회사 건물 아래 베이커리에서 케이크를 사 갔는데 아빠가 너무 좋아하셨었다. 마치 아이처럼.


행복은 강도보다 빈도가 중요하다고 했다. 아빠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면, 아빠께 자주 단팥빵을 사 가지고 집에 들러야겠다. 설 연휴 내내 가족과 함께 지내다 내 집으로 돌아오면 이렇게나 가족이 애틋하게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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