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90 노동요 '사계'
안녕하세요~ 마띵입니다.
여러분은 다들 안녕하신가요? 매번 출근하기 싫지만 업무를 마쳐야 할 때, 공부가 하기 싫지만 시험을 잘 보기 위해 공부를 해야만 할 때, 가끔 글을 쓰는 게 귀찮지만 써야 할 때, 오늘과 매일매일 반복되는 또 다른 아침, 그리고 오로지 나 자신만을 위해 버텨줄 노동요가 하나쯤은 있으신가요? 저는 날씨에 따라 다른데요.
오늘은 그때 그 시절 노동요 ‘사계’에 대해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사계>라는 이 곡은 야근과 철야를 밥 먹듯 하던 시대에 만들어진 노래입니다. 1977년 이 곡의 작사 및 작곡가인 문승현은 원래 서울대 자연대에 입학했던 학생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듬해 정치학과로 재입학해서 노래패 메아리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노래패는 주로 대학이나 노동조합에서 사회운동을 할 때에 부르는 민중가요를 창작 및 공연하는 동아리를 말하는데요. 이 곡은 '새벽'이라는 노래모임(1984년 결성.)이 제작한 노래극 <부설학교>의 삽입곡입니다.
*청계피복노조 전태일 열사의 희생 이후로도 끝나지 않고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노동현장을 빠른 템포에 담은 노래입니다. 1989년 <노래를 찾는 사람들 2집>에 수록된 이 곡은 앨범으로 발매되기 이전에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광야에서> 등과 함께 6월 항쟁과 노동운동 현장에서 꾸준히 불리기도 했으며, 후에 앨범으로 발매되고 나서도 엄청난 인기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청계피복노조는 청계천 평화시장 노동자들이 중심이 되어 조직한 노동조합입니다. 1970년, 당시 대부분의 공장에서는 미싱을 다루던 사람들이 여공들이 많았기에 그들을 위해 맞서 싸웠으며, 전태일 열사의 분신 이후 그의 뜻을 이어받은 어머니 이소선과 청계천 평화시장의 피복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하여 20년이 넘도록 투쟁하였습니다...(이하 생략)... 이후에 1988년 구로구청에서 합법화를 이루었으며, 그해 4월 서울의류노조로 통합되었고,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소속으로 현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 속해있습니다.
* <사계>
https://youtu.be/wn8uxz-NW_s?si=DC8VXOmDTEly5WvG
빨간 꽃 노란 꽃 꽃밭 가득 피어도
하얀 나비 꽃 나비 담장 위에 날아도
따스한 봄바람이 불고 또 불어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흰구름 솜구름 탐스러운 애기 구름
짧은 셔츠 짧은 치마 뜨거운 여름
소금 땀 비지땀 흐르고 또 흘러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저 하늘엔 별들이 밤새 빛나고
찬바람 소슬바람 산 너머 부는 바람
간밤에 편지 한 장 적어 실어 보내고
낙엽은 떨어지고 쌓이고 또 쌓여가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흰 눈이 온 세상에 소복소복 쌓이면
하얀 얼굴 하얀 불빛 하얀 얼굴들
우리네 청춘이 저물고 저물도록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공장엔 작업등이 밤새 비추고
빨간 꽃 노란 꽃 꽃밭 가득 피어도
하얀 나비 꽃 나비 담장 위에 날아도
따스한 봄바람이 불고 또 불어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가끔 방송에서 일하는 장면이나 청소하는 등 무언갈 치우는 장면에서 이 곡이 배경음으로 나온 적이 있는데요. 그때는 이 곡이 사회적인 환경을 바탕으로 만든 곡인지 몰랐습니다. 배경음으로는 보통 앞부분만 나오기 때문에 빠른 템포로 시작되는 저 곡을 들을 때마다 신나게 멜로디를 따라 부르기만 했었습니다. 가사 중에 '새하얀 얼굴들'이 가진 의미는, 젊음의 온기는 온데간데없이 백발이 되어 죽을 때까지 뼈 빠지게 일한다는 내용입니다. 사회적인 약자이자 하층민에게는 배려 따위 없는, 각박하고 차등한 세상 속을 그대로 보여준 이 곡이 암울하고 구슬프게 들립니다. 아마 오늘 이후로부터 웃으면서 부를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이상 My everything, 마띵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