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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심리지능

‘나‘라는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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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눈앞에는 언제나 '나'라고 적힌 작은 상자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아마 당신의 앞에도 놓여 있겠지요.


우리는 이 상자를 꽤나 어려워합니다. '혹시 열었다가 감당 못할 것이 튀어나오면 어쩌지?' '내가 알던 내가 아니면 어쩌지?'


상자를 열기도 전에 찰나의 설렘은 사라지고, 어느새 두려움과 불안이라는 덩굴이 마음을 칭칭 감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상자 앞에서 서성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데이터를 돌이켜 보았습니다.


우리가 그 앞에서 서성이며 태웠던 수많은 시간과 에너지, 그토록 치열하게 했던 걱정들이 실제 현실에서 그만큼의 가치로 보상받은 적이 있었던가요?


제 경험상, 그 확률은 극히 낮았습니다.


우리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계산하느라, 정작 가장 귀한 '오늘의 에너지'를 허공에 날리고 있었던 셈입니다.


사실 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그냥 열면 됩니다. 열어보고,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확인하면 그만입니다. 그것이 빛나는 보석이든, 낡은 돌멩이든 상관없습니다.


일단 눈앞에 드러나면 우리는 판단할 수 있고, 분별할 수 있고, 그에 맞춰 내 입장에서 할 일을 찾을 수 있습니다.


상상 속의 괴물은 이길 수 없지만, 현실에 드러난 문제는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복잡한 계산은 접어두고 오늘은 그냥 상자를 엽니다. 그리고 담담하게, 내 몫의 하루를 살아갑니다. 그것뿐입니다. 우리의 매일은 그렇게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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