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유난히 추웠던 엄마의 계절, 겨울
내가 고등학교 때, 우린 아빠와 함께 살던 정든 집을 떠나 큰언니가 사는 동네로 이사를 왔다. 고등학생이 되어 다른 지역으로 학교를 다니던 내가 학년이 올라가며 점점 하교가 늦어지면서, 통학에 어려움이 따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무렵, 엄마가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걸 알게 되며 엄마의 퇴사와 함께 우리는 이사를 결정했다.
아마 엄마가 쓰러지지 않았다면, 딸들은 엄마의 스트레스를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저 딸들을 먹여 살려야 했기에 엄마는 묵묵히 일을 나갔다. 돌아보면 일하는 것을 늘 기쁨으로 여기던 엄마의 표정이 좋지 않았고, 집에 오면 지친 기색이 역력해 보였는데도 엄마가 받고 있는 스트레스를 알아채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강철 같던 엄마가 힘없이 쓰러지셨다. 엄마는 일을 하면서, 사장의 신임을 받는 엄마를 눈엣가시로 생각하며 괴롭히던 사장의 동업자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결국 몸이 견뎌내지 못할 만큼 큰 스트레스였다.
쓰러진 원인은 스트레스였지만, 그로 인해 먹고 사느라 바빠 당신의 건강은 살피지 못했던 엄마가 당뇨를 앓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분명 몸의 이상 증상이 진작부터 나타났을 텐데, 엄마는 버티고 버티다 쓰러진 뒤에야 당신의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알았다.
스트레스가 심해도 참고 견디며 계속 일을 나갈 엄마에게 큰언니는 막내도 학교 다니기가 힘드니 자신이 있는 면내로 이사를 오라고 말했다. 큰 언니는 결혼을 해서도 형부와 함께 친정을 오가며 동생들과 엄마를 살뜰히 챙겼다. 그리고 점차 약해지는 엄마의 보호자가 되었다. 언닌 평소에도 친정을 자주 드나들기는 했어도 건강이 약해진 엄마를 언제든 살필 수 있게 우리가 자신과 가까운 곳으로 이사하기를 원했다. 때마침 언니 집 근처에 집이 나왔고, 우리는 타이밍 좋게 그 집을 사며 정든 동네, 정든 사람들을 떠나왔다.
엄마는 이사 온 순간부터 일자리를 찾기에 급급했다. 아무래도 학교에 다니고 있는 막내딸을 가르쳐야 했기에 마음이 바쁘셨던 것 같다. 더욱이 막내딸만큼은 대학까지 가르치고 싶어 돈을 버는 게 절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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