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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엄마’라는 또 다른 이름

2장. 꽃이 활짝 피었던 봄날은 그렇게

by 가을햇살

“여보, 근데 우리 어떻게 살아요? 뭐라도 해야 하지 않아요?”

“여기 마을 어른들 농사일 좀 도와드리면서, 천천히 생각해 보자. 내가 당신 밥은 절대 안 굶겨. 알겠지?”

너무도 작은 시골 마을에서, 아빠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서울에서처럼 공장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가지고 있는 땅이 있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남의 집 농사일을 돕거나, 집안일을 도와주는 것뿐이었다. 아빠는 농사일을 돕는 것을 주업으로 삼고, 엄마는 이따금 마을에서 잘 사는 집 청소 일을 해주고는 일당 대신 생필품이나 식료품을 받아왔다. 그렇게 간간이 생계를 이어갔다. 그러다 보니, 아빠와 함께 서울을 떠나올 때 입었던 엄마의 노란색 원피스는 장롱 한편에 박힌 채 밖으로 나온 지 오래였다.


그리고 여름이면 흐드러지게 핀 연꽃으로 인해 연꽃 향이 진동하던 그 동네에서, 엄마는 첫 딸을 낳았다. 엄마가 출산하던 날, 아빠는 없는 살림에도 소고기를 끊어와 미역국을 끓이고 힘들어하는 엄마를 살뜰히 살폈다. 친정엄마가 유난히도 보고 싶을 당신의 아내를 그 몫까지 열심히 챙겨주었다.

아빠는 아내를 사랑하는 만큼이나 딸에 대한 사랑도 남달랐다. 거의 혼자 자라다 싶었으니 당신의 핏줄이 얼마나 소중했을까. 아빠가 첫 딸을 안고 다니며 마치 당신만 자식이 있는 것처럼 동네방네 자랑하기에 바빴다고 엄마는 말했다.


아빤 형제가 없어서인지 유난히 자식 욕심이 많아 아이를 많이 낳고 싶어 했다. 다행히 아빠의 바람은 이루어졌고, 큰 언니를 낳고 다음 해에 둘째 딸도 품에 안을 수 있었다. 사실 둘째는 아들이길 바랐지만 바람과 달리 딸로 태어난 둘째에 대한 사랑도 아끼지 않으셨다. 그런데 문제는 마을 어르신들이었다.

남아선호사상이 심하던 그때, 둘째 딸을 얻자 마을 어르신들은 한 마디씩 거들었다.

“박 씨, 또 딸이여? 아구, 아들이면 얼마나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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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한 순간, 비로소 꿈을 꾸었다"로 첫 출간했어요.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소박한 나의 글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길 바라며 글을 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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