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는 건
딸들 중 가장 어렸던 만큼 엄마의 아픈 손가락이던 나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며 엄마로서의 길을 걷고 있다. 엄마로 살아가며, 나는 한없이 약했던 여자에서 강한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다. 아니, 아이 앞에서 만큼은 강해지려 노력하고 있다. 아이를 지켜 내려면, 엄마는 강해져야 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내 엄마도 그랬겠지. 너무도 약한 여자였지만,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 너무도 무서웠을 테지만 딸들을 위해 엄마는 강해지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스스로 마음을 다독이고, 약해지려는 자신을 채찍질하며 살아왔을 것이다. 어린 내 기억 속 엄마는 늘 강인했으니까.
하지만 팔순이 다 되어가는 엄마는 딸들이 다 커서인지, 아니면 당신이 약해졌다는 걸 느껴서인지 점차 겁이 많은 어린아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몇 해 전, 신랑과 딸, 그리고 엄마와 함께 경주로 여행을 간 적이 있다. 우린 저녁을 먹고 숙소로 가기 전에, 둘레길을 걸으며 야경을 보기로 했다. 비가 조금씩 내리기는 했어도 산책을 하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 같아 차에서 내려 천천히 걸었다. 그런데 둘레길을 반정도 걸었을 무렵, 비가 거세지기 시작했다. 이내 걷기조차 힘들게 쏟아지는 비로 인해 우린 서둘러 차로 돌아갔다. 하지만 주차장에 도착해 마주한 모습은 그곳을 빠져나가려는 차량들이 서로 얽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신랑은 위험하니 차를 빼오겠다며 차량으로 향했고, 우린 주차장 입구에 서서 신랑을 기다리던 때였다. 딸이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화장실에 가려면 주차장을 가로질러 가야 할 뿐만 아니라 밤이라 위험해서 함께 가줘야 했다. 그래서 다리가 아파 걸음이 느린 엄마와 함께 가는 것보다 둘만 빨리 뛰어갔다 오는 편이 나을 것 같아 엄마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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