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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쉽고도 어려운 말, 사랑해

3장.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는 건

by 가을햇살

가 어릴 적, 나의 전부는 엄마였다. 아이들에겐 부모가 전부라고들 하지만, 다른 아이들이 엄마를 생각하는 것보다 내게 엄마는 더욱 특별한 존재였다. 한창 부모보다 친구가 좋을 학창 시절에도 난 친구보다 엄마가 좋았다. 엄마가 사랑을 표현해 주는 게 좋았고, 내가 마음껏 사랑을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엄마로 살아가며, 난 문득 엄마를 향한 특별했던 사랑이 오롯이 아이에게로 향해 있음을 깨달았다. 내 엄마에게는 사랑을 표현한 지가 너무 오래되었다는 것을.


어느 날, 친정에 갔을 때였다. 할머니를 안아주며 보고 싶었다고 말하는 손녀딸의 애정 표현에 커다란 미소를 짓고 있는 엄마가 보였다. 난 그런 엄마를 바라보며, 어릴 때는 엄마가 전부라고 여기며 한없는 사랑을 원했으면서도 막상 엄마가 되고 나니, 내 엄마에겐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아니, 사랑한다는 표현을 짜증으로 대신하고 있었다.


이따금 친정에 갈 때면,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면서 냉장고를 정리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 엄마는 대부분 혼자 식사를 하시는 데다, 연세가 들수록 입맛도 예전 같지 않으셨다. 그래서인지 냉장고에는 먹다 남은 음식들이 자꾸만 쌓였다. 한 번 더 먹어봐야지 하며 남겨 둔 음식들은 결국 음식물 쓰레기가 되고, 친정에 들른 딸들은 그것을 치우기에 바빴다. 또 엄마의 손이 닿지 않는 곳곳에 쌓인 먼지를 치우기도 하고, 흐트러진 옷가지들을 정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엄마에게 짜증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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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한 순간, 비로소 꿈을 꾸었다"로 첫 출간했어요.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소박한 나의 글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길 바라며 글을 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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