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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brisa May 09. 2024

쓰고 싶다는 간절함

유혹하는 글쓰기

며칠 전, 온라인에서 무료로 진행하는 글쓰기 특강을 들었다.


강의는 약 90분가량 진행되었는데 끝에 무조건 책을 낼 수 있다며 '책 쓰기' 정규과정 커리큘럼을 소개하는 광고가 포함되어 있었다. 들어보니 강사진에 유명 작가 여럿이 포함되어 있어 문체를 코멘트해주고, 출판사가 좋아하는 기획안 코치가 가능해 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였다.


앞서 강의에서는 작가라면 자신만의 이야기를, 나만의 고유의 문장으로 풀어낼 수 있어야만 한다고 해놓고서는 전문 작가진의 코치가 왜 필요한 것일까?


재미없는 영화 한 편을 봐도 "이 배우는 이런 역은 영 소화를 못하네" "여기서는 이런 장면이 나왔으면 더 좋았을 텐데" "이런 이야기는 이제 시시해" 등 나름의 감상평이라는 것이 남는 건데 이 날의 강의는 그 어떤 시간보다도 아까웠다. 차라리 잠이나 더 잘 걸...







#. 유혹하는 글쓰기


최근 여러 책에서 작가들이 많이 추천하는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란 책을 읽었다.


스티븐 킹이 그동안 내가 재미있게 본 영화 "미스트", "그것 it", "쇼생크탈출", "미져리" 등 웬만한 공포스릴러영화의 원작자라는 것을 이 책을 읽고서야 알았다. 그야말로 스토리를 영화화한 작가계의 대부인 것이다.


그의 이력서(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이력서라고 소개하고 있다)를 살펴보면 정말 재미있다.

어린 시절, 우연히 필사한 만화책을 엄마가 읽고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스티비, 이제 너의 이야기를 써보는 것이 어떻겠니? 너에게는 그만한 재능이 있단다."

이 한마디는 스티븐 킹을 작가로 성장시키는 시발점이 되었고, 그 후로 형과 함께 신문을 만들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써서 반 친구들에게 판매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영화 같은 이야기다.

소설가로 자리 잡기까지 생계유지를 위해 노동일을 해야만 했는데 일을 마치고 온 후에는 돌아와 글을 썼다고 한다. 이유는 그저 재미있어서. 글 쓰는 일이 좋아서 말이다.

생각해 보니 내가 좋아하는 작가, 무라카미하루키도 바(BAR)를 운영하며 첫 번째 소설을 완성했다.

시간이 없어서 글을 못 쓴다는 것은 어이없는 핑계에 불과한 것이다.


이 책에서 스티븐 킹이 말하는 글쓰기의 노하우는 딱 두 가지다.


많이 읽고 많이 쓸 것


「 작가가 되고 싶다면 무엇보다 두 가지 일을 반드시 해야 한다.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슬쩍 피해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지름길도 없다. - 유혹하는 글쓰기 중 - 」


이 글을 읽는 순간 굉장히 부끄러웠다. 나는 글쓰기 특강에서 무엇을 기대한 것일까? 혹시 빨리 가려는 지름길을 찾으려 한 것은 아닐까?







#. 나는 왜 글을 쓰고 싶은가


위 질문은 내 마음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왜 나는 글을 쓰고 싶은가?

단지 내 이름의 책을 갖고 싶은 걸까?

우리나라의 독서율은 갈수록 최저치를 향해간다고 하는데 책은 내서 뭘 하지? 과연 누가 읽어주려나?


이 질문에 대한 고민을 나름 꽤 오래 했는데 내가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나의 목표는 출판이 아니다. 그저 나는 글을 쓰면서 온전한 나 자신을 만나고, 이것을 통해 내가 육아로, 지방살이로, 여러 가지 이유로 단절되었다고 느낀 세상에서 숨을 쉴 통로를 찾는 것이다.

생각해 보니 내가 글을 쓰려는 이유는 그저 살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 궁극적으로 글쓰기란 작품을 읽는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아울러 작가 자신의 삶도 풍요롭게 해 준다.

    글쓰기의 목적은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서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것이다. - 유혹하는 글쓰기 중 - 」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또 하나 남는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만, 독자들은 독자가 읽고 싶어 하는 글을 찾는다. 과연 누구에게 맞춰 이야기를 써야 하는 걸까?

이 질문에 내가 내린 답은 다음과 같다. 좋은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가 원하는 대답을 들려준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스티븐 킹은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 글을 쓸 때는 문을 닫을 것, 글을 고칠 때는 문을 열어 둘 것. 다시 말해서 처음에는 나 자신만을 위한 글이지만 곧 바깥세상으로 나가게 된다는 뜻이다. 일단 자기가 할 이야기의 내용을 알고 그것을 올바르게 써 놓으면 그때부터는 읽는 사람들의 몫이다.  - 유혹하는 글쓰기 중 - 」


글을 쓰고 싶다고 써야겠다고 결심을 했음에도 무슨 이야기를 써야 할지 몰라 요즘 나의 하루는 대부분 독서로 채워지고 있다. 독서가 작가에게 꼭 필요한 역량이란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 시간이 그냥 버려지는 시간이 될까 봐 한편으로는 초조하다.

이제는 이런 초조함은 내려놓고 내가 해야 할 일을 좀 더 부지런히 해야겠다.


그럼에도 매일 읽을 것, 그리고 매일 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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