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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마 정 Apr 22. 2024

파묘 캐릭터 분석_ 김상덕 MBTI

ESFJ: 위험을 회피하며 둥글둥글 살아가고자 하는 보수주의자


2024년 상반기 대한민국 씬스틸러, 파묘의 캐릭터를 분석해보자.

첫타자는 주인공 중 최연장자인 김상덕 아저씨다.


[주의: '스포일러 있음' 수준을 넘어 스포일러로만 이루어져 있음

김상덕/풍수사

김상덕(최민식) / 지관

ESFJ


죽음, 그리고 조상과 맞닿은 ‘지관’이란 오래된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김상덕의 캐릭터에는 전통주의자적 면모가 부각돼 있다. 하지만, 그게 그의 진짜 성격일까? 직업, 직분으로 인한 페르소나에 불과한 건 아닐까? 결론부터 말하면, 김상덕의 성격 유형은 전통주의자 그룹(SJ)에 속한다고 본다. 즉, 김상덕은 자신의 적성에 잘 맞는 직업을 갖고 있다. SJ타입 안에서도 그는 외향적이고 감정형인 ESFJ(엣프제) 유형으로 보인다. 타인의 감정, 타인의 니즈, 집단의 결속과 조화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성격유형인 것.


그렇다면 영화 속 김상덕의 언행을 따라가며 구체적으로 논증을 해보자.



“제가 일할 때 집안 사람 평판까지 다 알아보고 하는 사람인데, 급하다니깐...”
-김상덕, 파묘 당일 박지용에게.


사회 속에서 사회인으로서 사회를 위해 살아가는 ESFJ유형. 이들은 사회적 지위와 평판에 많이 민감하다. 사회적 인정과 지위 게임에 무척 진지하게 임하며, 평판에 목숨을 건다.

 

김상덕이 의뢰 수락에 앞서서 고객의 평판과 인맥을 점검하는 이유는 조심스러워서(Si)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ESFJ 특성상 ‘사회적으로’ 지탄 받을 사건사고를 원천적으로 방지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건  ESFJ의 윤리적 잣대가 ‘사회적 도덕’과 직결(Fe)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사회가 나쁘다고 인식하는 일이 (무조건) 나쁜 것이다. ESFJ유형에게 '사회적 평판'이란 일의 종류를 막론하고 지켜야 할 최상위 가치다. ESFJ인 김상덕 역시 뒤가 구린 일에 손댔다가 평판에 금이 갈 일은 피하고 싶기 때문에 클라이언의 뒷조사를 철저히 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정석대로 풀려가지 않는 사태에 좌절

안그래도 충분한 뒷조사를 하지 못해 찜찜한 박씨 집안의 청탁인데, 거기에 관뚜껑도 열지 말고 통째로 태워 달라는 등 기상천외한 요구를 쏟아내는 의뢰인.


상도에서 현저히 벗어난 요청에 김상덕은 눈을 질끈 감는다. 둥글둥글하고 유연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ESFJ유형은 상식적 궤도에서 이탈하게 되면 마음이 편치 않다. 모난 돌은 사회적으로 삐뚜룸한 시선을 받게 마련이고 사회적 평판에 목숨을 거는 이들에게 그건 '참 싫은 일'이다. 정상적인 프로세스를 무시해달라는 고객의 요청을 받은 김상덕은 스트레스를 받는다(Si). 개관해서 뼈를 맞추는 이장 절차, 그리고 구청에 신고해야 하는 제도적 절차가 엄연히 존재하는데 클라이언트는 그 모든 걸 건너뛰고 싶어한다…



뚜껑 열지 말고 바로 태우라고?



맘이 불편하지만,  “급하다”는 타인의 사정에 최선을 다해 부응하려고 한다(Fe). “제 아들 좀 살려달라”는 간청에는 마음이 흔들린다. 그와 동시에 한켠에서 화도 치솟는다. 도대체 뭘 감추는 거냐고 의뢰인을 추궁한다. 불안이 커진 ESFJ유형은 종종 타인이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의심에 빠지곤 한다. 열위에 있는 Ti+Ne에 의지해 존재하지도 않는 타인의 (숨은) 의도를 브레인스토밍하느라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사실 클라이언트 박지용 씨는 특별히 숨기는 게 없었다. 무덤 뒤에 숨은 진실이 무엇인지 그 자신도 몰랐기 때문이다. 클라이언트가 무언가를 일부러 감추고 있다는 심증은 김상덕의 판타지에 불과했다. FM에서 벗어나는 전개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ESFJ의 망상이었던 것!


날 속이면 싫어요

 


정갈하고 따스한 말솜씨

김상덕을 ESFJ로 보는 이유 중 하나는 그가 의뢰인들과 나누는 대화들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그가 선보이는 화법. 그의 대사는 하나같이 에티켓 교본에서 발췌한 듯 “경우 바르다”. 클리셰적 표현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것은 ESFJ의 특수 능력 중 하나.


에티켓의 백미는 파낸 관을 병원 영안실에 안치해 놓고 홀로 보국사를 찾은 김상덕이 스님과 나눈 대화. 지나가다 풍수 표식을 보고 들렀는데 실은 자기는 누구한테 배운 아무개라며 출신을 밝힌다. 이후 정중한 톤을 유지하며 조심스럽게 자신의 궁금점을 하나씩 확인해 나간다.



보국사를 찾아간 상덕


그는 친근함을 표시한답시고 자신의 이야기를 필요 이상으로 늘어놓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상대가 궁금해 할 만한 것은 일찌감치 털어놓으면서도 너무 앞서가지 않는다. 상대의 예측가능성 범주 안에 머무르면서 상대가 놀라거나 경계할 여지를 주지 않는 대화법이다. 쉽게 말해, 사냥감을 놀래키지 않는 사냥꾼의 정숙한 몸가짐 같은 것. 그러다 스님이 대놓고 그 무덤을 왜 궁금해 하느냐고 묻자 말 돌리지 않고 곧장 오늘 그 무덤을 팠다고 털어놓는다.


ESFJ 특유의 대화법이 그렇다. 정보를 얻어내면서도 부드러운 밀당으로 상대 경계를 풀어낸다. 마음 가는대로 행동하면서도 순리에 어긋남이 없다. 상대가 당황하거나 놀라거나 의구심을 갖는 일도 없도록, 상대 마음의 속도에 맞추어 둥글둥글 이어가는 화술, 너무 온화하다 못해 잠이 들 것만 같은 저자극 말솜씨가 바로 ESFJ의 시그니쳐다. 마치 한국어 회화 교재 제1과 ‘첫 인사와 자기소개’ 챕터에 실려 있을 것 같은 모범적 대화다.


상현이라 그랬냐?


‘친선도모형’이란 별칭도 갖고 있는 ESFJ유형은 화려해 보이진 않지만 사람 다루는 일에 일가견이 있다. 등장씬인 김회장네 산소에서 할머니 틀니를 간직하던 아이를 살갑게 달랜다. “상현이라고 그랬냐? 할머닌 말이다. 항상 니 곁에 계셔.” 이름을 이미 외워서 부르고, 이름을 불러야 함을 안다.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고 부드럽게 불안을 잠재운다.



행사, 기념일 그리고 이벤트들

“연희(?) 결혼하는 데 돈 걱정이 좀 됐는데”
-김상덕은 영화에서 여러번, 딸의 결혼식에 대한 책임감과 걱정을 드러낸다.


혼례, 장례, 환갑, 칠순 등 주요 의례와 행사는 ESFJ에게 무척 중요한 일이다. 단순한 의무를 넘어서서 공동체의 결속과 구성원 간 사랑을 표현하는 사회적 형식이기에 공동체 수호자인 ESFJ에게 그런 의례를 충실하게 치러내는 일은 엄청나게 중요하다.


박씨 일가 무덤을 파헤친 직후 김상덕은 “이번 일은 못할 것 같다”며 산을 내려가 버린다. 줄초상이 우려될 정도로 위험한 “악지 중의 악지”인 만큼 거절 의사는 사뭇 확고했다. 그런 그가 끝내 고집을 꺾은 건 단지 팀원들의 끈질긴 설득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딸의 결혼식을 위해 그는 돈이 필요했다. ESFJ유형인 김상덕에게 관혼상제란 죽음을 무릅쓸 가치가 있는 중대한 이벤트다.


자녀의 결혼 - ESFJ 인생에 중대한 이정표



EXFJ 유형들과 묵시의 사회계약


“내가 싸게 해줬다”
어머니가 자꾸 꿈에 나온다며 파묘를 의뢰한 김회장에게 상덕은 다시 묻어드리는 게 낫겠다면서도 ’내가 묘지를 잡아줘서 사업도 잘 풀리지 않았느냐,‘ ‘이런 명당자리 없다’, “내가 싸게 해줬다”고 어필을 한다. 네네 맞습니다 하는 걸 보니 상대도 대충 수긍을 하는 모양.


'싸게 해줬다'는 걸 상대에게 확인받는 건 내가 신의가 있는 사람임을, 내 진가를 알아봐달라는 것이다. 이런 식의 어필은 Fe적 특질의 하나다. 외향적 감정의 특질 중 하나는 호혜성에 대한 묵시의 기대다. 쉽게 말해 상부상조다. 내가 네 등을 긁어줬는데 너는 응답하지 않는다면 그건 문제적 상황이다. 물론, 외향적 감정형은 ‘선량하기 때문에’ 매번 계산서를 들이밀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쪽의 선의가 10번, 20번 쌓여가는데 상대로부터 감사나 열광의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는다면 거래 장부를 확인할 때가 된 것이다. 이런 경우, Fe 상위 유저는 상대에게 신호를 보낸다. 은근슬쩍 암시만 하려는 의도겠지만 실은 꽤 노골적이다. 그런 말을 할 정도의 상황이면 이미 EXFJ유형은 마음이 좀 급하기 때문이다.






ESFJ의 보수성

ESFJ는 ‘친선도모형’이기도 하지만 ‘수호자’ 그룹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사회의 기성 질서를 수호하며 선례와 관습을 존중한다. 김상덕 역시 평상시엔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듯 둥글게 둥글게 살아가는 호인처럼 보여도 결정적 국면에서 보수성을 드러내며 화림에게 ‘꼰대’ 소리를 듣기도 한다.


수구 꼰대 아저씨를 바라보는 화림의 트렌디한 눈빛


“당연히 한국에 살아야지”

김상덕의 딸 연희(?)는 ‘노란머리’ 남성과 결혼하기로 한 상태다. 결혼하면 독일에 가서 살 거냐는 고영근의 물음에 상덕은 ‘당연히’ 한국에 살아야 한다고 말하며 자신의 보수적 가치관을 드러낸다.



“나는 내가 안 해본 건 안 믿어”
-대살굿을 해보자며 훅 들어오는 화림에게.  

파묘를 안 하겠다고 버티는 그에게 화림은 창의적 해법을 제시한다. 바로 굿과 이장을 동시에 해보자는 것. ’험한 것‘을 잘못 건드려 줄초상이 날 위험을 헷지하면서 거액의 보수를 챙기기 위해 고안한 고육지책이다. 상덕은 자기는 "안 해본 건 안 믿는다”면서 방어적으로 나온다.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것은 S타입들의 공통점이다. 특히 내향적 감각(Si)형은 자신이 무수한 시행착오를 통해 안정화시킨 완벽한 공정— 이외의 것은 결코 신뢰하지 못한다. 생활 속 실증주의자랄까. 굳이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일도 없다. ‘공정 혁신’을 해보자는 제안은 이들 절차적 완벽주의자에게는 모욕에 가깝다. ESFJ는 내향적 감각(Si)을 부기능으로 갖는다. ESFJ인 김상덕 또한 이 장면에서 뿌리깊은 보수성을 내비치며 새로운 실험을 거부한다. ‘내가 안 해본 것’에 대한 포괄적 거부에 화림은 분노가 치솟아 상덕에게 쌍욕을 박는다.

 




ESFJ의 3번 기능: 외향적 직관(Ne)


외향적 직관(Ne)는 패턴을 빠르게 읽고 여러 현상 간 연결을 만들어 내는 기능이다. ESFJ는 Ne를 3번째 기능으로 갖는다. 세번째 기능은 앞의 두 기능에 비해 덜 발달해 꽤 덜컹거린다. 때론 유치하기도.


학창시절 친구들의 별명을 짓기에 열중했었다는 ESFJ유형이 꽤 된다. 별명짓기 외에도 아재개그, 속담, 사자성어, 영화 대사나 유행어 등 다양한 문화적 레퍼런스를 생활 속에서 활용하는 일을 즐기는 경향이 있다. 현실을 절묘하게 표현해주는 레퍼런스를 찾아 현실 위에 중첩시킴으로써 현실을 고양시키고 싶어하는 듯하다. 깨알같은 언어유희를 통해 이들이 중시하는 사회 생활 속 (모임의) 분위기도 끌어올릴 수 있어 더욱 애호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그렇다면, 김상덕의 3번기능 Ne는 일상생활 속에서 어떻게 발현되고 있을까?


(1)“끝물이야. 라스트맨 스탠딩” 

풍수지리를 직업으로 갖는 것도 자신의 세대가 거의 막장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옛날) 영화 제목을 인용한다. 이런 식의 언어유희는 기능위계 상 Ne를 낮은 위치에 가진 사람에서 흔히 보인다. 사실, 아재 개그를 할 수 있는 역량은 유형 불문 누구나 보유하고 있다(어쩌면 ISTJ는 예외). 다만 그런 유머를 결정적 한방으로 삼아 자기 주장의 대미를 장식하려 한 점에서 열등한 Ne라고 추정한다.


(2) 노란머리 남편과 결혼할 자신의 딸이 낳는 자식은 “헤드라이트가 파란색”이 될 거라는 비유.

고영근과 강원도로 가는 길에 한 말이다. 딸내미의 자식이 백인(푸른 눈) 혼혈이 될 거라는 사실을 재미있게(?), 그러나 자조를 담아 표현했다. 이런 식의 은유도 꽤 유치하다. 이처럼 ESFJ의 Ne는 귀여운 ‘생활형 Ne’라고 할 수 있겠다.


끝물이야, 라스트맨 스탠딩! 전조등은 파란색이구!


사실, 풍수라는 사상 자체가 본질적으로 N이다. 평범한 산, 천, 평지의 짜임새를 두고 그 위에 음양오행의 이데올로기를 덧씌워 새로운 의미를 생성해 내는 것이니까. 상상이지만, 애당초 상덕이 풍수에 매료된 것도 3열에 위치한 Ne에 의한 매혹 작용이지 않았을까?


유치하고 짖궂은 개그를 즐기는 ESFJ 중에는 '아이디어맨'으로서 나름의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경우도 꽤 된다. Ne를 주기능으로 갖는 ENXP유형들에게는 귀엽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따지고 보면 영화 후반 막강한 오니를 때려눕힌 것도 결국 오행에 근거해 '발상의 전환'을 해낸 상덕 덕분이었다. ‘3번 기능’이란 통제는 어렵지만 적재적소에 쓰일 수만 있다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사회적 의무감과 오지랖

첩장된 관을 발견하고 화림은 두려워 한다. 아무리 봐도 께름칙한 이 관을 건들지 말자고 한다. 하지만 상덕은 듣지 않는다. “분명 이 집안 어른일 텐데 이렇게 두면 안 된다”고 한다. Fe 특유의 오지랖이다. 무당인 화림이 쌔한 느낌을 받았다고 하는데도 무시된다. 외향적 감정형인 ESFJ에게는 본능의 목소리를 넘어서는 사회적 의무감이란 게 있는 법이다. 상덕은 “일단 꺼내서 집안에 알린 후 처리하자”고 말한다. SJ유형 특유의 위험회피적 성향이 잘 드러난다. 어떤 뒤탈도 없도록 신중하게 (FM대로) 처리하고 싶어하는.


첩장에 손대지 않고 싶어하는 것은 화림만이 아니다. 평소 유연하던 고영근도 캐릭터에 안 어울리게 강한 주장을 펼치며 발을 빼려고 한다. 그러자 상덕이 일갈한다.


“돈이든 뭐든, 이건 땅이야 땅!!”


돈만 챙기면 되지 왜 굳이 감당도 안되는 위험한 일을 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대한 상덕의 답이다. 단순히 민족주의적 적대감에 호소하지 않고(추상적 가치에 호소하지 않고), 언젠가 우리가 묻히고 후손들이 살아야 할 땅을 지켜야 한다고 웅변하는 상덕. 국토의 온전성이라든가 민족 정기 따위의 추상적 가치(N)가 아닌, 대대손손 이어가는 구체적 삶의 연속성(S)에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구체성이 바로 S다.



그 과정에서 상덕은 미래를 언급했다. 그에게 미래란 “우리들이 살아왔듯 후손들도 똑같이 살아가는”것이다. 과거가 장래를 향해 반복되는 것이 미래-라는 그의 미래관이 주목할 만하다. 그는 미래를 과거의 재탕이자 익스텐션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상덕의 이러한 면은 전통주의적 실용주의자인 ESFJ유형의 프로파일에 부합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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