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엠마 정 May 09. 2024

파묘 캐릭터 분석: 이화림 MBTI

ESTP, 냉정과 충동 사이


이화림(김고은) / 무당

ESTP

벼랑 끝 스릴을 즐기는 충동과 냉철한 지성 사이 어딘가.  



ESTP: 현실에 밀착, 현실 속 조류에 민감

“수완 좋은 활동가형”으로 알려진 ESTP는 외향적이며, 현실을 중시한다. 하지만 행동은 자유분방하여 거침이 없다. 이성적 경향이 강해 이런저런 예의 차리지 않고 필요한 말을 직설적으로 하는 편. 냉정해 보이는 언사, 그리고 괄괄해 보이는 인상과는 다르게 의외로 새로운 것에 선입견이 별로 없다고 알려져 있다.

이화림/무당/ESTP



자신만만하고 대찬 ESTP

ESTP는 자신만만하고 도전적이며 경쟁을 기꺼이 즐긴다. 아드레날린 정키다운 면모가 다분하다. 기회 포착이 빠르고 현실적 문제해결 능력이 뛰어나다. ESTP인 화림도 마찬가지. 미국에 직접 날아가 파묘 팀의 일을 따온 것은 화림이다. 직접 전면에 나서 회장 일가와 대담하게 세일즈와 교섭을 도맡았다. 묘지를 답사한 상덕이 착수를 망설이자 이장 중에 대살굿을 하자는 솔루션을 낸 것도 화림이다. 그러면서 윗사람인 상덕과 각을 세우기도 한다.


라 메르 착장

Se: 스타일 구루 혹은 패션 마니아

ESTP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트렌드 민감성이다. 외향적 감각형(Se)은 외적인 것들을 즐기고 또 중시한다. “맛과 멋”을 추구하는 게 삶의 목적이라고 대놓고 말하는  ESXP유형들이 많다. 패션 등 트렌드에 늘 예민하게 촉을 세우고 있는 것은 ESFP부터 INTJ까지- 모든 Se 패밀리의 특징이기도 하다.


화림 역시 영화 내내 스타일리시함이 돋보인다. 르메르 착장을 한 무당은 확실히 센세이셔널하다. 차는 포르셰 카이엔을 탄다. 일이 없을 땐 헬스장 스피닝 클래스에 참여한다. 굿을 할 때는 전통 복장, 운동할 때는 그에 맞는 아웃핏, 버건디 르메르 코트, 데님 코트, 한복 아래로 보이는 스니커즈 등… 화림은 확실히 비주얼계다.


스타일 아이콘 ESTP

혹자는 이걸 신세대 무당의 팡팡 튀는 앙팡테리블성으로 해석하던데, 신세대 무당의 집합적 특질로 읽을 건 아닌 것 같다. 패션을 통한 자기표현을 굳이 무속계의 관행에 도전하는 스테이트먼트로 읽을 근거가 없다. 전통과 힘겨루기를 하려는 동기(Ne-Si)나 배경도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사실 ESTP로선 ‘전통’이라는 추상적 관념에 이끌리지도 않고, 애당초 강한 반감도 없을 것이다. 화림의 패션 센스는 개인의 트렌디함으로 보는 게 맞다.


힘 앞에 순응하는 리얼리스트

“우리 이거 건들지 마시죠”

첩장된 거대한 관을 파냈을 때, 화림이 한 말이다. 싸한 느낌을 받자 바로 자기 손패를 접어버린다. ESTP유형답게 힘의 우위에 대한 판단이 빠른 모습이다. 평소엔 드세고 당찬 성격이지만 자기 역량을 넘어서는 거대한 힘을 직감한 후 빠르게 사태 파악을 한 것이다. 그녀의 촉에 따르면 여기는 도망쳐야 하는 국면인 것이다.

 

그에 반해, 김상덕은 “일단 꺼내자. 집안사람일 수도 있지 않느냐”라고 답한다. Fe-Si 콤보를 가진 그로서는 ’할 수 있느냐‘ 보다는 ’해야 하는가‘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 상덕은 힘의 논리보다 도덕적 의무가 앞서는 타입이기 때문이다. 나중에 봉길이 크게 다쳐 입원하고 나서야 상덕은 이때 자신의 판단을 후회한다.



 힘의 논리에 정직하게 꿇은 게 죄는 아니잖아..

오니의 관을 파내고 나서도 화림은 계속 불안을 드러낸다. 관을 보국사로 옮긴 후 화림은 찹쌀을 얻어다 말피와 섞어 결계를 친다.  “좋은 거 아닌 건 아시잖아요.”  차에 혼자 앉아 “할매요, 나 기분이 이상해”라며 망설임을 드러낸다.


이후, 그녀의 촉은 옳았던 것으로 드러난다. 오니는 강했고, 전통 무속에서 다루던 잡귀들과는 체급이 달랐다. 봉길을 입원시킨 후 자책을 하는 화림.  “내가 쫄아서 가만히 있었다.” 화림이 얼어붙었던 건 승산이 없다는 본능적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덧붙여, 처음 오니와 맞닥뜨리는 씬에서 ‘투구를 찾으러 왔다’는 오니 앞에 화림이 빛의 속도로 무릎을 꿇고 “저는 당신의 부하입니다”라고 일본어로 외치는 신속한 임기응변은 Se적 유연함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T는 T. 직설적이고 직선적(Ti)

봉길과 자혜 등 어린 하급자에 대해서는 옴팡진 갑질. “자혜 너 뭐하냐 문 안 잠그고?” Se는 전혀 보수적이지 않아서 꼰대는 아니다. 다만, 힘에는 정직하게 반응하고, 현실을 중시하다 보니 현실적 권력 구조 자체는 수긍하기 때문에, 가까운 ‘아랫것들’에게는 충분히 갑질 가능(꼰대와 갑甲은 다르다). 하지만, 사나운 듯해도 나름의 포근함이 있다.   


뭐하냐 박자혜? 퍼뜩 문 잠그라

화림은 욕도 적재적소에 찰지게 사용한다. 오니가 탈출한 관을 보고 봉길이 말을 더듬자 “뭔데 이 새끼야, 말을 해”라며 바로 쌍욕을 갈긴다. 사실 욕을 하고 말고는 성격 유형의 문제가 아니다. 개인의 선택이자 문화의 문제다. 욕을 하는 집단에 속한다면 욕을 하게 될 확률이 올라갈 테고, 그게 아니라면 아닌 것. 하지만, ESTP유형은 질질 끄는 화법을 좋아하지 않고 곧장 본질로 치고 들어가는 말하기 방식을 선호(Ti)한다. 직설적이고 직선적인 성격 상 욕설을 쓰는 모습이 어울리기는 한다.  


성격 급한 ESTP. 버벅거리는 거 답답해 한다.



전체를 늘 부분보다 크다 (Fe)

“아니, 애가 아프다잖아”

파묘를 거부하는 상덕의 태도에 화림은 화가 치민다. 걸린 돈이 한두 푼이 아닌데 자꾸 뒤로 빼는 김상덕을 설득하던 중 뚜껑이 열려버린 것. 애가 아프지 않으냐며 역정을 내지만 사실 화림에게 생판 모르는 아이의 안위는 2차적이다. 어째서 나의 큰 그림 속 부속품이어야 할 일개 지관이 판을 흔드는가. 이것이 빡침 포인트다. 김상덕은 윗사람이고 그간의 의리도 중요하지만, 이런저런 뜻 모를 이유를 대면서 자꾸 팀 전체의 먹거리에 재를 뿌리는 김상덕의 쫄보 행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것이다. 나머지 3인의 밥그릇을 위협하는 1인은 제아무리 연장자라도 해도 응징되어야 마땅하다. 이것이 바로 ESTP 3번 기능에 위치한 Fe의 작용이다. 일종의 공리주의이며, 원시적 계산법이다. 부분은 전체에게 꿇어야 하는 것이다.


“아니, 우리가 왜 김 선생 허락을 구하고 있지? 대한민국에 지관이 한 명만 있는 것도 아니고.” 멤버 체인지까지도 강력 암시하며, 자신의 불편함을 피력한다.


창의적 솔루션을 제시하는 ESTP


사실 따지고 보면 ‘전체주의’의 혐의를 많이 받는 건 Fe 1번 기능자들이다. 예를 들어 언제나 조직 '전체'에 시선을 두고 있는 ESFJ(엣프제) 유형의 경우, 전체주의적 셈법에 훨씬 밝다. 그러나 화림은 ESFJ가 아니라 ESTP유형이다. 즉, Fe를 3번 기능으로 갖고 있고, 3번 기능은 극단적으로 표현되곤 한다. 거칠고 터져 나오는 화림의 분노는 ‘팀 내 조화를 깨고 있는’ 김상덕의 독단에 대한 분노이다. 하지만, 그러한 감정은 세련되게, 전략적으로 표현되지 못하고 과격하게 분출된다.




내향적 직관(Ni)— ‘알기 전에 느끼는’

“할매 나 기분(Ni)이 이상해”

기분이 이상해, 뭔지 모를 불안감 – ‘배우지 않아도 아는’ 내향적 직관(Ni)의 작용이다. 과거 신탁을 받아 왕을 돕던 무녀의 이미지가 Ni 1번 기능자에게 덧씌워지기도 한다. 보통 INFJ가 “예언자형”으로 불리는 만큼, 촉이 예민한 듯 보이는 족족 INFJ나 INTJ-로 판별하는 경우를 흔히 본다. 무속인이라는 사실만으로 화림을 INFJ로 결론짓는 주장들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그러나 예언자‘적’ 촉이 있다는 말이 곧 현실에서 ‘직업 예언자’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역으로, 직업이 예언자라 하여도 실제 성격 유형은 Ni가 주기능이 아닐 수 있는 것. 그렇지만 Ni가 기능위계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을 가능성은 인정한다.


열등 기능은 통제가 어렵고, 한번 발동되면 마치 성난 자연과도 같이 원시적 힘으로 휩쓸어 온다. ESTP인 화림의 경우도 바로 그런 이유로 ‘원인 모를’ 무병을 앓았을 것이고, 그런 운명을 극복하는 방편으로 내림굿을 받고 할머니신을 모시기에 이르지 않았을까?


유형 별명의 함정: 타입 vs 스테레오타입

INFJ 유형이 결코 무당일 수 없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니다. 다만, 유형의 별명이 ‘예언자형’이라는 이유만으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예언자적 캐릭터를 보는 족족 그 성격 유형이 INFJ일 거라고 속단하는 건 성급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친근한 행위 한번 했다고 <친선도모형 ESFJ>라고 속단하거나, 싸움 한두 번 말렸다고 했다고 <중재자형 INFP>라고 속단하는 것,  노래방에서 와일드한 모습 한번 봤다고 <연예인형 ESFP>라고 결론짓는 것도 모두 유사한 오류다. 개인적으로 가장 피로감을 느끼는 건 체계적 계획을 가지고 움직이는 세상 모든 빌런에게 INTJ 딱지를 붙이는 것.

(끝)



작가의 이전글 파묘 캐릭터 분석: 고영근 MBTI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