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에 감성 두 방울.. 아니 세 방울..
나는 기승전결이 확실한 노래를 좋아한다. 내가 기승전결을 느끼는 부분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비트와 다채로운 악기들의 레이어링도 좋지만 주로 신선한 코드진행이나 보컬편곡이나 믹싱에 관심을 갖고 곡을 듣는다.
보편적인 리스너의 경우, 보컬 및 악기 소리를 하나하나 분석하며 듣는 편은 아니지만 난 이런 부분을 찾아보고 듣는 데에 노력을 기울이는 편이다.
그리고 나는 아이돌 앨범을 감상할 때는 특히 수록곡에 집중해서 듣는 편이다. 샤이니의 멤버 KEY가 어느 인터뷰에서 수록곡을 고르는 게 제일 쉽다고 언급한 적이 있는데, 그 이유는 그냥 좋은 곡을 셀렉하면 된다고라고 말했다. 타이틀곡에서는 보여주지 못한 매력들을 수록곡들을 통해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이먼은 주로 수록곡들로 크레딧을 올리고 있는데, 지금 그는 나의 최애 작곡가가 되었다.
내가 이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건, 2016년 8월에 발매된 SM STATION으로 발매된 온유와 이진아의 '밤과 별의 노래'라는 곡이었다.
한창 작곡을 전공하던 새내기 - 소위 말하는 실용음악뽕이 아직 낭낭하던 시절, 이 노래를 듣고 K-pop에 대한 시선이 완전히 벗겨졌다.
이렇게 간단한 코드에 이런 사운드를 낸다고? 보이싱에 텐션 9 하나씩만 섞었을 뿐인데 왜 나는 이런 소리를 못 내지? 부끄러워졌던 기억이 난다.
이때부터 사이먼이 참여하는 모든 노래들을 장르를 불문하고 찾아 듣기 시작했다.
원래 사이먼은 스웨덴의 밴드인 'Dirty Loops'의 프로듀서이자 믹스/마스터링 엔지니어였다.
더티룹스는 멤버 전원이 스웨덴 출신의 밴드로, 반전미 넘치는 커버곡들을 쏟아내며 유튜브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3명의 뛰어난 연주력으로 꽉 차는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 대단하고, 커버곡들도 원곡의 멜로디는 잘 살리면서 흔치 않은 화성들로 밴드만의 분위기를 교묘히 잘 적합시키는 게 더티룹스만의 특징이다.
https://youtu.be/8oAEM6DfmfY?si=s0KJeS7ZkEIaG02q
더티룹스의 프로듀싱과 엔지니어링을 맡았던 사이먼은 더티룹스에 비하면 K-pop은 식은 죽 먹기라고..
그럴 만도 하다
특이한 점은 믹스, 마스터링까지 전부 큐베이스로 한다는 점..!
사이먼과 모노트리의 임한별 작가님이 같이 작곡한 발라드 곡이다.
내가 사랑하는 K-pop 곡 중 세 손가락 안에 꼽는 노래다. 개인적으로 SM 특유의 발라드 분위기를 참 좋아하는데, 특히 브릿지에서 그 감정이 고조되고는 한다.
아마 코드 진행의 영향인 것 같은데, 좋아했던 곡들을 카피하거나 악보를 확인해 보면 항상 플랫 6도나 플랫 3도로 시작했던 것 같다. 참 내 취향도 소나무 같다.
드럼 브러시와 콘트라베이스를 사용한 것으로 들리는데 이러한 소스들이 일반적인 아이돌 발라드의 틀을 깬 것 같아서 신선하게 느껴졌다.
https://youtu.be/JM2k_veH3sU?si=dYf3X56OMAW37Imw
이 또한 사이먼과 모노트리의 이주형 작가님이 같이 참여한 발라드 곡이다.
이 노래는 주위 사람들에게 발라드 몇 곡 추천해 줘~라는 말을 들었을 때 꼭 추천해 주는 곡들 중 하나이다.
바로 앞서 포스팅했던 문샤인 게시물에도 언급했지만, 스웨덴 작곡가들은 대한민국 정서에 깊은 이해도가 있나 싶다.
스웨덴인인데도 불구하고 코드진행과 탑라인의 움직임이 너무나 한국의 정서에 놀랍도록 잘 어우러진다.
피아노가 바로 위에 언급한 나의 모든 순간에 쓰였던 사운드와 굉장히 비슷하며, 플레잉 또한 유사하게 들려진다.
다른 점이라면, 트랙이 원피아노와 보컬 이렇게 둘로만 이루어져 있다.
일반적인 발라드라면 4비트로 반주하는 것이 흔한 법인데, 이 곡은 그렇지 않아서 더욱더 감성을 자극하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사이먼의 냄새가 짙게 나는 재즈풍의 곡들을 특히 좋아한다.
- 이진아의 Random과 Mystery Village, 태연의 Let it Snow, 샘김의 The Juice 또한 명곡이니 시간이 나면 들어보길 바란다.
K-Pop은 장르의 제한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다양한 장르의 접목이 이루어지곤 하는데, 이 곡은 재즈와 팝의 중점을 잘 찾아 만든 것으로 보인다. 자칫하면 난해하게 들릴 수 있을법한 진행을 쉬운 멜로디로 풀어냈다.
이 곡을 더욱 재미있게 들으려면 inst track에 귀 기울여 들어보면 더욱 좋을 것 같다.
피아노 연주만으로도 화려해서 귀를 기분 좋게 해 주고, 후렴 직전에 나오는 베이스로 상행하는 섹션만 몇 번을 반복 재생해서 들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