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땀을 흘리고 있을, 이름 모를 그들에 대한 고마움
다용도실의 쓰레기통에서 퀴퀴한 냄새가 난다.
음식포장지 같은 것들을 버리다 흘리면서 생긴 냄새가 아닐까 싶다.
쓰레기봉지를 교체해도, 그 냄새는 사라지지 않았다.
내가 사용하는 물건인데도 냄새나는 휴지통을 씻으려니 썩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이러다간 쓰레기통까지 내다 버리기 전에,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냄새나는 그 녀석을 구석구석 닦기 시작했다.
20-30분 지났을까? 깨끗해진 녀석의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
마른걸레로 물기까지 닦아 원래의 자리에 고이 모셔 놓았다.
없어진 냄새와 깨끗하게 단장한 쓰레기통의 변화를 알아주길 바란 건
내 과한 기대일까...?
둔하디 둔한 우리 집 남자 2명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쓰레기통은 그냥 쓰레기통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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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 내 분리수거장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 집 다용도실보다 정리가 더 잘 되어있는 곳.
종이박스는 항상 가지런히 접혀있고,
분리수거함도 깨끗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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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학교 앞까지 데려다주고 돌아오는데
쓰레기 하나 떨어져 있지 않은 길이 눈에 들어온다.
장마철인데도 퀴퀴한 냄새가 바닥에서 올라오지 않는다.
지난밤 폭우로 인해 빗물에 쓸려간 것일까?
이름 모를 고마운 누군가가 치워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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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아파트단지의 분리수거장 같은...
무심코 지나쳤던 길과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