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아침 하얀 눈이 쌓여 있었으면 해요
아침에 일어나니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있었다.
밤에는 그렇게 비바람이 휘몰아치고 온 세상의 어둠이 다 몰려온 듯하더니
어둠이 가시자 하얗게 물든 세상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하얗게 쌓인 눈을 보니 내가 좋아하는,
작년 겨울, 수십 번을 듣다가 브런치에 올렸었던
‘자이언티-눈’의 가사가 자동으로 떠올랐다.
내일 아침 하얀 눈이 쌓여 있었으면 해요
그럼 따뜻한 차를 한 잔 내려드릴게요
계속 내 옆에만 있어 주면 돼요
약속해요
눈이 올까요
우리 자는 동안에
눈이 올까요
그대 감은 눈 위에
눈이 올까요
오랜만에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날 눈을 잔뜩 맞으며 길을 걸었다.
주로 비, 눈이 오는 날에는 실내에 머물렀던지라 이런 함박눈을 맞는 게 얼마만인가 싶었다.
앙상해진 나뭇가지 위로 반드시 피어날 거라고 믿었던 눈꽃들,
새로 쌓인 눈 위에는 나의 발자국뿐,
하늘에서 펑펑 내리는 함박눈은 내 머리를 적시고,
내 어깨 위에 내려앉고, 나의 흔적을 가리우고.
요즘 침잠했던 마음을, 여러 색이 덧칠해져 얼룩덜룩했던 마음을, 흰 눈이 덮어주는 것 같았다.
함박눈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눈을 맞으며 걷는 것도,
내리는 눈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도,
하얀 눈밭에 내 발자국을 콩 찍어내는 것도,
오늘은 그냥 다 좋았다.
내리는 눈에 속절없이 행복해지는 걸 보면
온 마음에도 빼곡하게 눈이 쌓여 고민도 걱정도 사라졌나보다.
오늘이 가기 전 이 행복한 마음을 꼭 기록해두고 싶었다.
왠지 함박눈을 맞으며 돌아다녔던 행복으로 가득했던 오늘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