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몸에는 여러 가지 독이 있다. 그중 가장 무서운 독은 머릿속에 존재한다. '나 말고는 믿을 사람이 없어, 내가 최고야', '내가 하는 일은 모두 옳아', '나는 한 번도 틀린 적 없어' 등 자신에 대한 확신과 믿음은 서서히 나를 갉아먹는다. 이 독은 무색무취를 띄며 손으로 만질 수조차 없다. 서서히 내 머리를 잠식해 가며 완전히 들어찼을 때는 아무리 용을 써도 해독할 수 없다.
아니 해독할 이유를 느끼지 못한다. 자신이 중독되었다는 사실을 전혀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독에 중독된 이들과 대화를 해본 적 있을 것이다. 이들은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 눈, 귀, 입 모든 것을 마비시켰기 때문에 입은 멋대로 자신의 할 말만 떠들어댄다. 귀는 듣는 역할을 잃어버렸고 눈은 상대를 제대로 쳐다보지 않는다.
이 독은 감정까지 장악한다. 타인의 마음을 다치게 해도 자신은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 반대로 자신이 공격당하면 불같이 화내며 상대를 밑바닥까지 끌어내리려 악담을 퍼부어댄다. 중독된 이가 권력마저 지니게 된다면 무서운 일이 일어난다. 이 독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권력이다. 자신에게 조아리고 치켜세워주는 맛을 좋아한다. 그때 독성이 최고조에 올라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법한 일도 저지르곤 한다.
이 독은 얼마나 지독한지 녀석의 이름에도 '독'이 들어간다. '독선', '독재', '독고', '독종', '독설', '독단'과 같은 녀석들이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세상은 이미 그 독에 대응할 방법을 연구해 왔기 때문이다. 그 독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자신에게 조아리지 않는 이들이 뭉치는 것이다. 그 독은 너무 지독해서 해독제가 없지만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상대를 만나면 한계를 느껴 스스로 녹아내려 버린다. 우린 이 지독한 독에 중독되지 않도록 늘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