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원래 이런 곳이에요? : 야생에서 살아남기
입사 첫날, 출근 후 제일 먼저 든 생각은
‘회사는 마치 평온한 살얼음판 같다’였다.
경영지원팀 사무실은 고요하다 못해 적막함이 나돌았으며, 직원들은 조금은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은
인사팀 신입 사원이 입사했다.
입사 후 차근히 회사에 적응해 나아가는 내 모습을 상상했던 것과 달리,
회사는 야생, 그 자체였으며
그 안에서 고군분투하며 더 나은 자리로 올라가야 된 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 계기는, 입사한 지 한 달 만에 동료가 떠나가는 것을 보면서부터 이다.
입사 당시, 인사팀에는 나 말고도 6개월 일한 인턴이 1명 더 있음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내가 지원한 채용의 면접을 진행했던 인사팀 직원이 알고 보니 인턴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경계심보다는 반가움과 설렘이 공존했다.
어엿한 직원인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나와 같은 인턴으로 재직하고 있었기에 동질감이 들었고,
나 또한 저 인턴처럼 성장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물씬 올라왔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내 생각과는 조금 다른 레퍼토리로 흘러가고 있었다.
“두 인턴 모두 회의실에서 잠시 보시죠”
나와 다른 인턴을 부른 팀장님께서는
우리 둘을 불러 앉혀놓고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셨다.
“새로운 인턴을 추가적으로 채용한 이유는,
경쟁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니 경쟁의식을 갖지 말길 바란다”
좋은 의도로 말씀하신 부분이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그 말을 듣고, 순간
경쟁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은
인턴으로만 남게 될 것이라는 냉혹한 약육강식의
사회임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잠시 고민 끝에,
여태까지 여러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나만의 삶의 방식을 이번에도 고수하기로 했다.
그것은 바로
뻔하지만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였다.
사실 나는 타인과의 경쟁을 좋아하지 않는다.
경쟁의 연속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슨 개똥 같은 소리인가 싶겠지만,
경쟁의 끝은 결국 자기 자신과의 경쟁,
즉 어제보다 나은 자신이 되어야 되기에
타인과의 경쟁을 하다 보면
페이스 조절에 실패하게 되고,
결국 나 자신을 잃게 되는 것을 스스로 목격했다.
이에 나는 항상 대결구도에 나 자신만 놓고 살아왔다.
이러한 깨달음을 발판 삼아,
이번에도 다른 인턴과 경쟁보다는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친애하는 동료로 삼기로 하고,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시험해 보기로 했다.
그 이후, 나는 인턴 동료에게 마음을 솔직하게 터놓고 의지할 수 있는 회사 생활의 선배로 대하였으며,
그 인턴 또한 본래 선한 인품의 소유자였기에
회사의 기본적인 생활양식들을 알려주며 여러모로 잘 챙겨주었다.
그러나, 역시 착한 사람은 곁을 빨리 떠나가는 법이라고..
내향적인 그는 팀장에게 오히려 도전적이라는 오해를 사게 되어
정규직 전환이 되지 못하고,
총 9개월이라는 계약기간을 끝으로 떠나가게 되었다.
입사 후 1개월 동안 그 인턴과 동고동락하며
마음을 터놓고 지냈기에,
최종 불합격이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까지도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예상을 전혀 하지 못한 결과는 아니었다.
먼저 입사한 인턴의 계약 종료 기간이 다가올 때 즈음에는 정규직으로 전환은 어려울 것 같다는 예상을
둘 다 어느 정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좋지 못한 결과가 현실이 되는 과정을
눈앞에서 지켜보는 것은 가히 괴로운 일이었다.
내가 입사한 직후부터 팀장이 그 인턴을 은근히 무시하는 말과 행동을 하였던 부분은
아무것도 몰랐던 해맑은 신입 인턴도 느꼈을 정도였다.
더불어 나에게는 지나치게 호의적으로 대하였기에,
입사부터 그 인턴이 퇴사하는 기간까지
동료에게 알게 모르게 비교의 감정을 느끼게 하여
미안한 감정과 함께 약간의 죄책감, 그리고
함께 좋은 결과로 가지 못한 아쉬움 등을 느꼈다.
이것이 입사한 지 고작 1개월 되었을 때 모두 일어난 상황이었다.
이제는 동료 없이 험난한 야생에서
잘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