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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플레 Jun 17. 2024

글쓰기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나를 위한 글쓰기

아주 사적인 글쓰기에서 시작된 새로운 영감

https://youtu.be/M6bz5s8avpk?si=Z8gUbE-5H1nWWqVy​​​

글과 어울리는 음악입니다 :)


‘하고 싶었던 것을 후회 없이 다 해보자 ‘

휴식기로 들어가면서의 나의 마음가짐이었다.


그동안 회사로 매일 출근하며 여러 사람들과 부대끼며 생활하는 것에 많이 지쳐있었다.

이에 나는 퇴사 후에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여행을 가는 대신, 오롯이 나만의 공간에서 창작 활동을 하고 싶었다.

창작 활동이라고 하여 대단한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저 남들이 하는 유튜브 채널과 그 밖의 소셜 플랫폼을 운영해보고 싶었다.

흔히 회사와 병행하며 많이 하고들 하지만,

나는 회사를 다니면서 스스로도 돌보지 못했기에

다른 새로운 것을 취미로 시작하는 것조차 버거운 상태였다.


그렇게 퇴사 후 다음날부터

나의 창작활동이 시작되었다.


관심 있었던 주제로 콘텐츠를 기획하고

나의 입맛대로 만들어본 창작물을 게시하면서

무엇보다 즐거웠던 점은 ‘나의 것’을 한다는 점이었다.


물론, 회사에서도 주체적으로 일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었지만, 분명 여러 가지 한계점이 존재하였다.

하지만, 개인 채널을 운영하며 콘텐츠를 기획하는 것은 법적/윤리적 가이드라인 내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였기에, 나에게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세계로 다가왔다.


이에 나는 평소 나만의 미적 감각을 바탕으로

취향을 콘텐츠화하여 영상과 소리로 가시화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기에,

‘글쓰기‘는 다른 창작 활동 중에서도

나와 가장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글을 기고하는 것도 제일 마지막에 떠오른 생각이었다.


하지만, 제일 멀게만 느껴졌던 ‘글쓰기’가

현재 내 삶에서 큰 안정감과 만족감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글쓰기’는 나에게 아주 사적인 행위로만 느껴졌다.

그 이유는 하루를 시작하며 일정을 수립하거나,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쓰는 일기가 그에 해당되었기 때문이다.

조금 더 나아가, 타인과 함께 공유하는 소셜 네트워크 계정에서도 글을 쓰지만,

이는 대화에 빗대어 보자면, 나에겐 스몰톡(small talk) 같은 내용이었기에 하나의 주제로 생각을 표현하는 글쓰기에는 못 미쳤다.

또한, 일을 하면서 경험한 공적인 글쓰기에는 재미를 느낄 여유가 없었다.


이에 ‘글쓰기’는 나에게 친숙하지 않게 느껴졌으며,

브런치라는 플랫폼 또한 다른 SNS 채널보다 낯설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다양한 유형의 창작 활동들을 도전해 본 결과,

글을 쓰는 시간이 가장 재미있었고, 재미를 넘어 의미 있게 느껴졌다.

더불어 하나씩 차곡차곡 쌓여가는 발행물들은 그동안 일에서는 느끼기 힘들었던 성취감으로 다가왔다.

이처럼 예상치 못한 창작활동에서 가장 큰 기쁨을 느끼는 이유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본래 나는 성향적으로 과정보다 ‘결과’를 중요시 여기며, 좋은 결과로 나아가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무의식적으로 강구해 왔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내면의 성향이 짙어짐에 따라,

결과주의적인 면모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면서

글쓰기라는 행위 이후에 남는 발행물들이

투입된 시간 대비 다른 종류의 콘텐츠 결과물보다 더 질적으로 좋은 결과물이라고 느껴졌기에

요 근래 내가 행하였던 ‘일’ 중에서 외적 보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내적 만족감 주었다.


질적으로 좋은 결과물이라고 하면 ‘잘 쓴 글’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나의 글은 투박하기 그지없다.


이유는 생각과 경험을 회고하면서 쓴 글이었기에,

그 당시의 상황 및 감정에 대한 표현들이 스스로 납득 가능한 지 여러 번 고찰해 보고 분석하며, 나만의 논리를 덧대어 쓴 글이었다.

그래서 어찌 보면 스스로에 대한 납득을 위한 글이기도 했으므로 드라마틱한 글은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그럼에도 마음에 드는 이유는,

알맹이 없이 흘러가게만 두었던 생각의 굴레들을

공통의 주제로 정리하여

하나의 줄기에 따라 만들어간 문장들이

나의 복잡 미묘한 생각들을

군더더기 없이 표현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글들은 나도 몰랐던

또 다른 나의 진의도 파악 가능하게끔 도와주며,

내 안에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어낼 수도 있기 때문에 꽤나 만족스러웠다.


특히, 감정을 최대한 날 것 그대로

더 하지도 않고, 덜 하지도 않도록 표현하려고 노력하였기에, 그 당시의 생생한 감정들을 채로 잘 걸러 정제한 글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나의 발행물들이 곧

나를 대변하여도 괜찮다고 생각되면,

나름 만족스러운 글이지 않은가?


부족함이 많은 글이지만,

그 또한 이 시절의 부족한 나를 대변하기에

글을 기고하는 것이 뜻깊게 다가왔다.

 

그동안 여러 번 새로운 취미를 만들고자 하였지만,

끈기와 열정의 부족으로 취미를 만드는 것을 포기하고 있던 찰나에, 글쓰기에 흥미와 재미 요소들을 알아가면서 익숙하기 그지없었던 회색 빛깔의 세상이

청소년기에 느꼈던,

불안하지만 희망으로 가득 찬 컬러의 세상으로 바뀌어 보이는 듯한 새로움을 안겨주었다.




브런치에서 작가로 승인되어야

글을 발행할 수 있는 지도 몰랐던 나는,

가입 후 30분 동안 끄적인 글들로 제출한 나의 첫 글로 작가 신청이 단 번에 승인되었던 것을 시작으로,

첫 발행물이 다음 메인에 소개되어 조회수가 폭발하는 것을 보면서 마냥 기분이 좋을 줄 알았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안에서의 나는,

멋없지만 조회수에 목이 마르던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조회수의 상승에 따라 나의 인정욕구와 성취감도 채워질 줄 알았다.


하지만, 나의 기분은 어리둥절에 가까웠으며

조회수가 2000에서 3000을 넘어가는 순간에는 살짝 불편한 감정도 들었다.

그러면서 느낀 점은, 어떠한 행위를 다른 의도 없이

그 자체로 좋아하는 사람을 부러워했는데,

글을 쓰는 것에 있어서 이러한 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나는 브런치에 글을 작성하는 시간을 제일 좋아하기에 집중하며 글을 다듬는 데에 많은 시간을 쏟고,

글을 발행한 이후에는

수차례 생각하고 썼던 글을 다시금 읽어보는 정도이지,통계는 따로 궁금해하지 않아, 특별한 알림이 올 때에만 들여다보는 정도였다.

오히려 글에 좋아요를 누른 분들이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지와, 나의 글과 그들의 삶이 어떠한 접점 포인트가 있어 공감이 되었는지가 궁금할 뿐이었다.


위와 같이 느낀 지점은 ‘글쓰기’가 목적 그 자체로

나에게 다가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찰나의 관심도 그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글을 통해 나의 삶을 지그시 바라봐 주고,  

편견 없는 따스한 관심이 느껴지는 시선을 느낄 때면 그것이 참 감사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퇴사 전, 대표님과 점심식사 자리에서

나의 물음에 대한 대표님의 답변이 생각이 났다.

그 당시 나는 일에 있어, 그 어떤 흥미와 성취감도

느끼지 못하여 퇴사를 결정하였기에,

마음을 다 잡지 못했던 힘든 시기라고 스스로 생각하며 대표님께 일에 대한 원동력과 마음가짐에 대하여 질문하였다.

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내가 한 번도 느낀 적이 없었던 생각과 감정이었다.

대표님은 일 그 자체가 목적이었기에,

작은 일 하나에도 그 일이 필요한 당위성을 느끼고,

주체적으로 실현해 가면서

새로운 것을 기획하고, 기존의 것을 개선하면서

능동적인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주체적인 마음가짐을 바탕으로

엄청난 열정과 노력이 있었기에 내부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대표님의 답변은 내 마음을 울리면서도

나에겐 그런 경험이 전무하였기에,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있었다.


하지만, 글쓰기 그 행위 자체가 목적이 되는 일을 경험하면서  영원히 느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감정들이 비로소 와닿았다.


이러한 경험을 한 이후에

나와 적합한 새로운 일 또는 직장을 찾는 것에서

나에게 진정으로 와닿고 의미가 있는 일들을 찾아가는 것이 새로운 인생의 목표가 되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많은 20대 후반인지라,

외부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보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에 대하여 진정으로 잘 아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이에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여,

사소하지만 나에게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들로

하루를 채워가는 소중함을 알게 되었으며

앞으로도 글쓰기를 통해

나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내면에서 얻는 새로운 영감에 집중하고자 한다.


이러한 여정에 편견 없는 따스한 관심으로

바라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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