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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민 Feb 19. 2024

말리본 속 추억의 메릴본.

230720

 민구 씨의 런던 여행은 막바지로 향하고 있었다. 우리의 마지막 저녁 회동과 식사를 하기로 정한 곳은 말리본. 다분히 나의 의견이 반영된, 내게는 제법 여러 추억이 쌓인 바로 그 동네. 나는 여전히 이곳을 메릴본이라고 발음하던 버릇이 남아있었고, 자주 갔던 카페, 그 시절 음식점과 식료품점 모두 그 자리에 있었다. 말리본은 여전히 그 시절 나의 메릴본이었다.


메릴본 교회에서 보이는 풍경. 이곳의 벤치에서는 책이 참 맛있게 읽히곤 했다.

 자주 가던 카페에 들렀고, 그 당시와 똑같이 생긴 컵에 음료를 건네받아 옆 교회 벤치에 자리했다. 나는 여기에서 보이던 이 동네와 불어오는 바람을 좋아했다고 소개했다. 민구 씨도 여행의 마지막을 평온하게 보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말없이 주변을 둘러보고 나서, "페컴과는 많이 다르죠?" 하고 물어보니 민구 씨는 미소를 지었다.


 우리 옆에 앉아 우리를 바라보던 제니 씨. 조용히 경치 구경을 하던 우리에게 이곳을 좋아하냐 물었고, 추억이 많이 쌓인 곳이라고 대답했다. 제니 씨는 35년 간 여기에서 살았다고 말했고, 자신 또한 여러 추억이 약간 쌓인 곳이라고 말했다. 내가 살아온 시간보다 오래된 추억이 쌓인 동네.

제니씨의 말리본은 그런 동네였다.


우리는 한국에서 왔다고 대답했고, 제니씨와 함께 우리의 옛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몇 번의 교회 종소리와 웃음소리를 지나. 우리가 마시던 음료가 완전히 식었을 때 즈음 우리는 서로의 행운을 빌며 작별을 고했다.


맛있게 얻어먹은 저녁식사와 귓가에 맴돌던 교회 종소리, 그 사이에 존재했던 우리의 웃음소리. 메릴본은 여전히 참 좋은 동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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