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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민 Apr 09. 2024

나는 열정적으로 게을리 지냈다.

240408

 오랜만에 흥미로운 사람을 만났고, 일방통행이 아닐 거란 막연한 자신감도 있었다. 우리 동네 근처로 이사를 왔고, 함께 주변을 돌아보고, 함께 이케아에 가서 가구를 사서 조립하고, 함께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었다. 그만큼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줄었다. 나는 이 부분에 상당히 민감한 편이라 생각했지만, 그것들을 기꺼이 내려놓는 내 모습이 보이고, 어색하게 느껴졌다. 나는 오로지 이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수면 시간을 줄이기도 했다. 확실히, 예전에는 상상하지 못할 모습이다.


 우리는 일본어로 소통한다. 내가 단어를 잘 몰라 어려움을 겪거나, 정보를 빠르게 주고받아야 할 경우에 영어로 소통한다. 일어로 소통하는 답답한 과정 안에서 이 친구는 화내지 않고, 천천히 말하거나 가르쳐주곤 한다. 기본적으로는 상냥한 사람이라는 느낌이지만,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몰아붙이는 모습이 보였다. 약간은 딱하게 느껴지면서도, 내가 한량이라 그만큼의 여유를 기꺼이 내어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나보다 4살이 어리고, 키는 32센티 정도 작다. 이사를 하면서도 직장에 꾸준히 나가고, 새로운 일자리도 계속해서 알아보고, 본인이 하고 싶은 일도 따로 시간을 내서 하는 편이다. 주기적으로 운동하는 것도 잊지 않고. 확실히 나랑은 좀 다른 느낌이다. 분명 육체적으로는 내가 어른이라는 느낌이지만, 내가 배울 점이 훨씬 많았다. '아이'라는 이름은 그녀보단 내게 더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관계가 어디로, 어떻게 향할지 모른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최근에 행복한 일들이 제법 늘어났다는 사실이고, 그녀도 그런 생각이었다면 더욱 좋겠다-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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