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509
매주 수요일은 그룹 러닝이 있는 날이다. 수요일 저녁 마다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진 탓에 거진 3주 만의 참가하게 되었다. 혼자서도 종종 뛰긴 했지만, 제법 오랜만의 군집 러닝에서 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방을 나섰고, 문 앞 계단에서 하우스 메이트를 만났다. 피곤한 얼굴을 하고 커다란 스텐리 짐가방을 멘.
친구의 표정이 어두웠다. "너 괜찮니?" 하고 물어보자 "잘 모르겠어."라는 대답을 하였다. 친구는 "아마도 런던 생활에 지친 것 같아. 한동안 쉴 시간이 없었어. 일자리도 괜찮은 곳을 찾을 수 없었고." 나는 아무 말 없이 친구의 지친 표정을 응시했다. 나는 앞으로 10분 정도의 여유가 있었고, 그 여유 시간을 이 친구에게 기꺼이 내주는 것이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당분간 스코틀랜드에서 지내려고 해. 막 기차표를 예매했고, 부모님 집에서 지내면서 일을 찾아보려고. 굳이 런던이 아니어도 되고, 굳이 도시가 아니어도 되고, 어디든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게 좋을 것 같아." 나는 좋은 생각이라고 말했고, 나는 너라는 친구 자체와 함께 이 집에서 함께 지내는 것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친구는 가벼운 미소를 지었지만, 제법 힘겨워보였다.
"이 집에서 지내는 시간은 아주 좋았어. 모두가 달랐지만, 정말 좋은 사람들이었어. 다만 내가 이 도시에 적응을 못한 것뿐이야." 나는 네가 그리울 것이라고 말했고, 내가 요리하고 남은 방울토마토를 넣어 스무디를 만들어 마시던 날들을 조만간 추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모님 집에 돌아가면 스무디 대신 신선한 과일 위주의 식사를 할 거라며 웃었고, 나도 함께 미소지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고마웠다고 말하며, 각자의 방향을 향했다. 오랜만의 그룹 러닝, 제법 힘겨웠지만 제법 재미있게 뛸 수 있었다. 모쪼록 알리의 여정도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