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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민 Jan 12. 2024

연어는 브라질 땅콩의 꿈을 꾸는가.

230803

 기묘한 꿈 덕분이었을까, 알람 시간보다 조금 일찍 일어날 수 있었다. 물속에서 헤엄치던 연어의 모습이, 그 커다란 물고기가 "나는 브라질 땅콩이다!"라고 외친 것이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졌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하면서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알람 소리가 울렸다. 나는 출근 준비를 하기로 했다. 어제저녁에 먹은 훈제 연어 때문일까, 퍽 맛있긴 했었다.




 출근한 그렉과 간단한 안부를 나눴다. 그렉은 전반적으로 괜찮고, 저녁의 리허설을 잘 마쳤다고 말했다. 너는 어떠냐고 묻는 내게, 오늘 아침의 꿈 이야기로 답하자 갸우뚱한 표정을 지으며 이상한 꿈이라고 대답했다. 가벼운 대화 이후 우리는 가게 문을 열 준비가 되었고, 주방에서는 커트가 연어 베이글을 막 만들고 있었다.


마늘, 닭가슴살, 시금치 푸실리. 내가 가장 자주 해먹는 저녁 메뉴.

 근무를 마치고 장을 보러 갔다. 올리브유를 사야 했고, 마늘과 닭가슴살은 오늘 저녁용. 시금치도 잊지 않았고, 회원 카드에 적립하는 것 또한 중요한 부분이었다. 과자 선반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신속정확하게 임무를 완료했다는 자신감에 취해 물건을 정리하고 나서 깨달았다. 나는 올리브유 사는 것을 명백하게 잊었다.


 올리브유 대신 버터를 왕창 넣었다. 더 맛있는 파스타를 만들 수 있었다. 이게 인생이지, 하며 행복에 취했다. 어제의 연어 꿈이 생각났다. 닭가슴살과 버터에 원한을 품은 소와 닭이 맹습해 오면 어쩌지. 이럴 줄 알았으면 새우나 다른 생선을 사 올걸. 나는 약간의 두려움을 안고 잠에 들었다. 인간은 이렇게나 나약한 생물이다.


 나는 깊고 편안하게 잘 수 있었고, 꿈에서는 연어도, 닭, 브라질 땅콩이나 소. 그 어떤 동물도 나오지 않았다. 어쩌면 나는 오메가 3가 부족했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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